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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력 투수 전성시대..빠름보다 정교함
'느림보' 유희관 ERA 2위..'저속구' 정우람은 불펜 핵심
2015-06-25 11:27:00 2015-06-25 18:14:36
◇지난달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경기에서 유희관이 1회초 투구하고 있다. 유희관은 빠른 공 구속이 130km대에 머물지만 평균자책점 2위다. (사진=ⓒNews1)
 
"투수는 구속이 빠른 것만으로 성공한 경우는 없다."
 
스포츠는 대개 강하고 빨라야 이길 수 있다. 축구와 배구 등 구기 종목에서도 스피드를 앞세운 힘이 대우받는다. 야구도 비슷하다. 투수를 보면 145km 혹은 150km 이상의 빠른 공을 가진 선수가 주목을 받는다. 구속은 늘리기 어려운, 타고난 자질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유희관(29·두산 베어스)이 좋은 예다. 빠른 공이 140km를 넘지 않지만 타자를 요리할 줄 안다. 제구력을 앞세운 공격적인 투구 덕분이다. 유희관은 24일 기준 평균자책점 2.85로 KBO리그 2위다. 유희관처럼 제구력을 앞세운 투수가 KBO리그를 주름잡고 있다.
 
제구력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 가운데 볼넷이 있다.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기 어려운 투수는 볼넷을 많이 허용할 수 밖에 없다.
 
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기준은 평균자책점이다. 볼넷을 적게 허용하는 투수와 평균자책점 상위권 투수가 상당부분 겹친다. 빠른 공 구속이 140km 초반인 윤성환(34·삼성 라이온즈)은 경기당 볼넷(1.35개)을 가장 적게 내주는 투수다. 평균자책점 3.48(7승 4패)로 이 부문 7위다. 평균자책점(3.42) 4위, 경기당 볼넷(1.76개) 3위 클로이드(28·삼성) 또한 빠른 공 구속이 140km 초반이지만 제구력으로 타자를 이긴다.
 
경기당 볼넷 허용 4위 유희관은 평균자책점 2위다. 경기당 볼넷허용 10위권 이내 선수 중 7명이 평균자책점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투수는 구속으로(만) 성공한 경우는 절대 없다"고 단언한다. 넥센에서 뛰었던 브랜든 나이트를 예로 들었다. 2009년부터 KBO리그에서 뛴 나이트는 2011년까지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지 못했다. 빠른 공 구속은 145km 이상 나왔지만 제구가 문제였다. 2011년에는 15패(7승 평균자책점 4.70)를 떠안았다.
 
2012년 넥센에서는 208.2이닝을 던져 16승 4패 평균자책점 2.20을 찍었다. 염 감독은 "나이트가 16승 투수가 된 건 공의 높이 덕분이다"라고 설명했다. "2012년 당시 싱커가 거의 무릎 아래서 놀았다"고 했다. 나이트의 주무기는 싱커다. 그는 우타자 몸쪽을 파고드는 싱커 제구가 낮게 잡히면서 2012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선발 쪽에 유희관이 있다면 불펜에는 정우람이 있다. 제구력하면 빼놓을 수 없는 투수가 정우람(30·SK 와이번스)이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불펜 핵심이다. 정우람은 올 시즌 5승 2패 3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1.67을 기록했다. 빠른 공 구속이 140km 초반에 불과하지만 정우람은 좌우 로케이션을 활용할 줄 안다.
 
위기상황에서 등판하는 중간투수들은 대개 빠른 공을 지녔다. 경기 중반 타자를 윽박지를 수 있는 빠른 공은 효과적이기도 하다. 정우람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정교한 제구력 만으로도 타자를 요리하고 2008년과 2011년 홀드왕을 두 차례 거머쥐었다. 정교하면 느려도 된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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