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법 따로 현실 따로…부동산 탈세에 정부 속수무책
단속 비웃는 떴다방…정부, 단속 의지도 능력도 없다
2015-06-30 16:00:00 2015-06-30 16:00:00
◇지난 1월 서울의 한 모델하우스 앞 전경. 분양권 불법 전매를 거래하는 이른바 ‘떴다방’이 등장해 영업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다운계약서 작성 등 부동산 탈세가 만연함에도, 정부는 "은밀히 이뤄지는 탓에 단속이 어렵다"며 두 손 놓고 있는 형국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간이천막을 치고 영업하는 떴다방으로 움직일 경우 단속을 하더라도 '안 했다'고 잡아떼면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국토부는 아파트 분양권의 20%가량이 부동산 실거래가를 허위로 작성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조차 정확한 통계가 없어 실태 파악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 합동단속에도 떴다방 활개
 
부동산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분기별로 1번씩, 1년에 4번가량 국세청,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과 합동으로 다운계약서 작성과 같은 '부동산 실거래가 허위신고' 행위를 단속한다. 현장 단속에 나서기 전까지 지자체 주도로 열흘가량 준비 기간을 거친다. 비밀리에 추진돼 한 번에 광범위하게 단속에 돌입한다. 섣불리 단속에 나설 경우 단속 시기와 방법이 외부에 유출돼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단속 지역 선정은 개별 제보보다는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곳 등 '정도가 심한 곳'들을 참고해 결정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시·군·구 등 지자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감정원의 평가(적정·부적정)가 나오면 단속 대상자가 참고·해명자료를 제출하는 조정 절차를 거친다.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의견 진술 기회가 부여되며, 이 과정이 끝난 뒤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단속에 임하는 정부의 태도가 적극적이지 않아 여전히 불법 행위가 만연하다는 게 현장의 평가다. 위례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법을 지키는 공인중개사는 사실상 설 자리가 없다"며 "부동산 거래도 활성화해야 하니 단속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경기 수원의 한 공인중개사는 "떴다방과 분양권 대행사를 통해 아파트 분양권 다운계약서 작성이 대량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정작 중요한 현장 단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최근 떴다방이 자리를 잡고 영업하는 주요 분양 현장들을 둘러본 결과, 지자체 공무원들이 상인들의 호객 행위를 사진 촬영하는 모습만 간혹 눈에 띄었다. 불법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차원이라지만 실제 단속으로는 연결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개인 사이에 몰래 이뤄지는 계약서 작성 현장까지 단속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게다가 단속이 이뤄진다 해도, 사업자들이 문을 닫고 도망가거나 서류를 감춰버리면 끝이라는 게 대다수 공인중개사들의 증언이다.
 
◇단속은커녕 '무서워 피한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중개업자들에게 멱살을 잡혀봐야 현장 단속의 어려움을 잘 알 것"이라며 되레 고충을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떴다방의 경우 단속 현장에 나가면 큰 덩치에 문신을 한 험악한 인상의 업자들이 있다. 그들에게 서류 좀 보자고 하면 '당신이 뭔데'라며 욕부터 한다"며 "경찰도 무서워하지 않는 이들이라 단속 공무원들이 오히려 위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업무는 업무대로 밀려있고, 공무집행방해를 이유로 조서를 쓰느니 참는 게 상책”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 단속이 제대로 이뤄질리 없다.
 
국토부나 지자체 공무원의 단속 권한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다운계약서 작성이 은밀하고 교묘하게 이뤄지고 있어 계약 당사자들의 현금흐름을 추적하지 않는 이상 적발이 어렵다는 얘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장 내역 등 현금흐름을 파악하지 않는 이상 다운계약서 작성을 잡아내기 어렵다"며 "통장을 뒤질 권한이 있어야 불법행위를 파악할 수 있는데 의심만으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가령 3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할 경우 최초 매매가는 통상 10% 수준으로 이뤄진다고 보고, 이보다 지나치게 싸거나 비싸게 거래될 때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계약서를 쓸 때는 현금으로 일정 금액을 거래, 다운계약서를 쓴 사실을 숨기기 때문에 개인의 현금흐름을 파악하지 않는 이상 불법행위를 밝혀내는 게 어렵다.
 
실거래가를 소규모로 조작한 경우는 불법행위를 밝히기 더 어렵다. 국토부 토지정책과의 고위 관계자는 "워낙 은밀하게 이뤄지다 보니까 국토부도 발견하기 어렵고, 과세당국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에서 주로 조사하는데, 조사권한이 약하다. 국세청 공무원들도 조사 결과를 통보받아 조사하는 수준이다. 함부로 개인의 거래 내역을 뒤질 수도 없다"며 “거래 당사자들에게 서류를 내라고 해도 '현금으로 했다'고 하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분양권은 가격이 매일 달라지기 때문에 실거래가를 허위로 작성하는 행위를 잡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매수·매도자·중개업자 입 다물면 ‘완전범죄’
 
무엇보다 다운계약서 작성은 매수자와 매도자, 공인중개사 등 3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이들 모두가 입을 다물면 완전범죄로 이어진다. 매도자는 세금을 덜 내면서 차익을 남기고, 매수자 또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부동산을 거래할 수 있는 데다, 공인중개사는 다운계약 등 불법 행위를 도와주는 대가로 중개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세금은 탈루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도·매수자와 중개업자, 세 사람이 입을 다물면 우리도, 과세 당국도, 지자체도 적발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취재팀에게 “다운계약서를 작성해서 얻는 경제적 이득이 크고, 법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은 적은데, 이런 사회가 투명한 사회는 아니잖으냐”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또 양도소득세가 과도해 이 같은 불법 행위가 만연하다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주장에 대해 "양도세는 부의 형평성 문제이고 일종의 부자세인데, 실거래가 허위신고를 막기 위해 이를 줄인다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