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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리 대표 "궁극의 펀드는 프론티어펀드"
2015-06-03 15:30:20 2015-06-03 15:30:20
전작의 성공은 후속에 거는 기대감을 키웠다. 1호 펀드인 국내펀드 '메리츠코리아펀드'가 7000억원 넘게 자금을 끌어모은 가운데 최근 스몰캡·글로벌헬스케어펀드 등 2·3호 펀드 출시로 투자 보폭을 넓히면서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3일 존리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내놓고 싶은 펀드는 '프론티어마켓펀드'라고 말했다. 인도나 몽고, 아프리카, 캄보디아와 같은 프론티어 시장은 장기투자에 가장 적합한 시장이라는 판단은 그 배경이라고 했다.
 
"오지(奧地)에 투자하는 겁니다. 앞으로 20년 뒤 잘 될 나라가 어딜지 고민하는 것이 첫 단계죠. 코리아펀드를 구상했던 1984년 당시 시가총액 1조원에 불과한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한다고 하자 모두가 미쳤다고 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모두가 투자하는 국가가 됐죠."
 
중국펀드는 물론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에 집중한 펀드도 출시해 10년 내 총 8개 펀드상품 라인업을 완성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리 대표에게 장기투자 철학을 심어준 미국 스커더 인베스트먼트의 투자원칙 노하우는 전부 복제하고 싶다고도 전했다.
 
리 대표는 이달 공모형으로 전환한 메리츠코리아스몰캡펀드수익의 일정 부분(5%)을 떼어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은퇴시기는 정해진 게 아니잖아요. 인재양성 차원에서 등록금 마련이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교육비를 지원할 겁니다. 차용증도 같이 줍니다. 물론 갚진 않아도 되지만 갚을 경우 후배를 위해 몇 배 더 내도록 할 겁니다. 성공 사례가 돼달란 얘기죠."
 
메리츠자산운용은 현재 웹 사이트를 개편 중이다. 등록금을 받아야 할 이유와 좋은 투자마인드를 담은 에세이 공모를 통해 등록금 지원 대상자를 선발한다는 방침이다.
 
다음은 존 리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 1년 만에 업계 꼴찌에서 1등.기존 운용사와는 다르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 것 같다.
- 지금 나와 함께 뛰는 운용역들은 20년간 같이 한 사람들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운용사가 하는 모든 결정의 우선순위는 고객 이익이다. 그러려면 싸움과 논쟁에 익숙해져야 한다. 기업에 대해 서로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같은 기업을 세 명이 탐방해도 시각이 모두 달라야 정상이다. 그래야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런데 한국에 와서 놀란 것은 상사가 얘기할 때 조용해지는 회의 문화였다. 최고투자책임자(CIO)가 A주식을 왜 안사냐 압박하면 운용역이 이래서 안산다라고 말할 수 있고 이후 스트레스가 없어야한다. 그게 운용사다.
▲주식, 남들이 피할때 사고 다들 사려고 할 때 오히려 쉰다고 하는데 지금은 어떤가
-사상최고치 얘기가 나오는데 숫자일 뿐이다. 최고치 경신에 난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인덱스지수만 보고 얘기하는데 기준이 다를 수 있다. 코스피지수가 2000. 2200선 올라가면 뭐하나. 삼성전자의 주가는 오히려 빠졌다. 지수보다 각자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중요한 것이다. 비싼 주식도 많아졌지만 싼 주식도 찾아보면 있다.
 
▲중소기업에 집중하는 스몰캡코리아공모펀드를 내놓은 것도 그런 이유인가.
-더 많은 기업을 발굴하고 싶은 욕심이다. 현재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 수는 1800개 정도 있고 시가총액 비중이 작은 소형주는 1600개 기업이 있다. 여기서 1600개 기업에 기회가 있을까. 삼성전자나 포스코 등 대기업에 기회가 있을까. 앞으로 한국을 이끌어야 하는 것은 중소기업이다.
 
▲주식투자 전도사로 불릴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 주식=도박? 워런버핏은 어릴 때부터 주식투자했다.
-지난해 5000명을 만났다.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를 지점마다 방문해 주식투자 중요성을 알렸다. 다음주부터는 공장을 돌 예정이다. 노후대비 주식투자는 필수라고 설득할 것이다. 사업자로는 안되겠더라. 내가 한국와서 화가 났던 것은 주식을 도박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증권사나 운용사 직원조차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떳떳하게 밝힌다. 요리사가 고객에 음식팔면서 자긴 안 먹는 거나 마찬가지다. 워런버핏 봐라. 세계 2위 부자로 만들어준 게 주식이다. 몇 배 오른 것이 아니라 연간 17%를 기록한 것이다. 이런 그가 주식을 도박처럼 생각할지 정말 궁금하다. 주식은 도박과 같다는 인식을 만든 데는 금융인 잘못도 크다. 수탁의 의무를 충실히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금부터 달라져야 한다.
 
▲ 노후대비를 주식투자로 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난해지는 데는 천만가지의 이유가 있지만 부자는 말할 필요가 없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부자는 두 종류다. 기업을 갖고 있거나 자본을 소유하는 경우다. 자본 없이 부자가 될 확률은 제로다. 월급쟁이? 늙어봐라 몸이 쇠하면 가난해지고 월급은 어디를 가도 적다. 월급쟁이는 월급 받는 재미에 창업도 못하고 옮기지도 못한다.근로자가 노동만으로 부를 축적하기는 버거운 사회다.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월급쟁이어도 본인이 속한 회사의 주식을 가지면 회사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여유자금은 당장 커피 사먹을 돈, 머리할 돈, 군것질 할 돈이다. 젊을 때 부자인척 쓰지 말고 모아서 주식에 투자해라 그러면 은퇴할 때 진짜 부자가 된다. 지금 한국시장은 1980년대 미국 주식시장의 모습과 흡사하다. 미국 정부가 중산층 부의 축적을 위해 401K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주식시장이 놀라운 성장을 보여준 시기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중산층이 주식을 통해 노후대비를 할 수 있는 마지막 찬스다.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이 다시 돌아오게 만든 것 같다.
-내가 배운 투자 철학을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첫 운용사인 스커드는 놀라운 투자 철학을 갖고 있었다. 주식은 사는 것이라는 걸 알려줬고 세상을 보는 혜안을 갖고 있었다. 일례로 장기 버블 이전인 1990년대 일본에 대해 스커드는 향후 20-30년 어려울 거라며 주식을 다 팔았다. 모든 회사가 일본을 따라야한다고 했지만 스커드는 달랐다. 위기극복에 있어 중요한 건 노동과 자금의 유연성인데 경직된 사고를 한계로 본 것이다.
한국 경제도 손 놓을 상황이 아니다. 대기업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에 가보면 기분이 달라진다.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 여전히 희망은 있구나라고 느낀다. 이러한 중소기업이 살아야하고 자본시장도 이를 도와야 한다. 우리의 주식자금은 중소기업이 활성화되는 데 쓰여야 하고 이 열매를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 아들과 딸 같은 젊은 세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여윳돈으로 커피 사먹지 말고 주식을 하라고 왜 차를 살까. 옆 사람이 사니까 사는 거다. 쓸 거 다 쓰고 주식할 돈 없다고 하면 가난해지는 것이다. 여유자금이란 것 쓸 거 다 쓰고 남은 돈이 아니다. 지금 당장 안 써도 되는 돈. 커피 안 마셔도 큰 일 나지 않으면 그게 여윳돈이다. 커피 값 아끼고 택시비 절약해서 주식에 투자하라. 월급의 10~20%는 60대 이후에 쓴다고 생각하라. 주식은 가격을 보는 게 아니다. 자동 이체로 기계적으로 넣는다고 생각하자. 펀드매니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소신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면 된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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