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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모로우)인문계 대졸자 극심한 취업난 IT업종으로 푼다
기업들 인문학·공학 지식 갖춘 통섭협 인재 원해
2015-06-04 06:00:00 2015-06-04 06:00:00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인문계 고용촉진 대책 관련 토론회’에서 “SW산업은 인문계 전공자들이 관련 교육을 받고 도전하면 취업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고용노동부)
‘취업 자체가 로또’라는 말이 번질 정도로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 4월 청년실업률은 10.2%로 IMF 구제금융 시점인 지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그 중에서도 인문계 대졸자들의 삶은 더욱 팍팍하다. 전문적인 기술을 갖춘 인재를 원하는 대기업의 채용정책에 따라 이공계에만 더 많은 기회가 가고 있다. 그런 중에 유망성장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는 SW(소프트웨어)업종에 인문계 출신들의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업계·학계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정부는 인문계와 SW업종과의 융합을 이루기 위해 정책을 펼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SW업종이 진정 인문계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지, 왜 SW업종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봤다.
 
인문계 출신 대부분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인문계의 취업률은 이공계 취업률에 턱 없이 부족하다. ‘인구론’(인문계 90%는 논다)·‘문송’(문과여서 죄송합니다) 등의 신조어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그런 가운데 IT·SW와 인문학의 융합에 대한 중요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학계에서는 특히 인문학적인 구조와 SW 구조가 같기 때문에 인문학의 사고를 갖고 있는 인문계 출신들이 더욱 월등한 역량을 갖췄다고 말하고 있다. SW업종은 인력이 다른 업종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감지한 정부는 인문계 대졸자들을 SW업종에 진출시키면서 취업률을 끌어올리려는 정책을 피고 있다. 국내 기업 삼성도 SW업종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인문계 대졸자를 중심으로 인재를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취업 원하는 인문계…인재 필요한 IT
 
인문계의 취업이 힘들어지면서 인문계 출신 취업준비생과 직장인 10명 중 8명 이상은 이공계 출신 학생 및 동료에게 부러움이나 박탈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탈 잡코리아가 최근 인문계 출신 취업준비생과 직장인 5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문계 취업준비생의 88.2%가 이공계 학생에게 부러움이나 박탈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취업준비생들이 어떤 때에 부러움이나 박탈감을 느꼈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취업이 쉬워 보여서가 71.0%로 가장 높았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박규혁(26세)씨는 “요즘 대다수 기업들이 이공계 전공자를 더 많이 뽑는 경향이 있어, 이공계 취준생이 부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인문계 대졸자들이 이렇듯 취업난에 허덕이는 동안 SW업종은 인력난에 빠지고 있다. 2013년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 ‘산업기술인력수급실태조사’를 한 결과 부족인원 상위 10대 직종에 응용SW개발자, 시스템SW개발자, 웹개발자 직종에 인력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난이 심각한 SW업종은 유망성장업종으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무인기술(무인자동차, 드론 등), 빅데이터 등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직종이다. 고용노동부는 SW업종에 대해 양호한 급여조건과 기술창업이 용이한 점, 인문계 친화적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한 관계자는 “IT업계 대표와 얘기를 나눠보니 인문계 출신들도 조금의 기술만 있으면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업종이라 하더라”라며 “그 대표도 철학과 출신”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도 뛰어든 SW 전문가 양성
 
삼성은 반도체 제조업으로는 세계 1위 기업이다. 하드웨어에서는 위상을 갖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분야는 취약하다. 그런 가운데 삼성 내부에서 소위 ‘스펙’(Spec)이라 불리는 기존의 틀을 깨고 최근 통섭형 인재 발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인재를 선발하는 ‘상생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3월부터 인문학과 공학지식을 두루 갖춘 통섭형 인재 양성을 위한 SCSA(Samsung Convergence Software Academy) 교육생에게 수습사원 수준의 교육지원비를 주기로 했다. SCSA는 인문계 대졸자를 6개월 동안 집중 교육해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SCSA는 2013년 7월 1기 선발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1200명의 엔지니어를 키워냈고 올 상반기에도 20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취업포탈 잡코리아 한 관계자는 “인문계 전공자를 엔지니어로 탈바꿈시키는 삼성의 채용정책은 인문계 졸업생의 취업 장벽을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며 “인문계 출신이 가진 장점인 인문학적 소양과 창의성을 소프트웨어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인구론’ 벗기기 위해 팔 걷은 정부
 
정부도 인문계 출신이 IT와 SW 분야의 취업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고용부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 ‘청년취업아카데미’를 통해 올해부터 인문계 등 이공계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IT·SW 분야 특화 연수과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특히 인력이 부족한 SW개발 전문가, 컴퓨터 시스템 설계 전문가, 웹 전문가 분야에 투입시키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개설되는 ‘IT·SW 맞춤형 교육과정’에는 기존에 선발된 인원을 제외한, 순수 인문계 및 해당 교육과정 비전공자 등 1700여명을 모집한다. 기업, 협회 등이 운영할 교육과정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바탕으로 설계해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약 45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최근 진행 중인 연구용역을 보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문계 졸업자의 경우 다른 전공 분야라도 배워 취업하겠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며 “설문에서 호응도가 높게 나온 IT·SW 분야는 시장에서 구직수요도 많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교육과정은 과정별로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600~800시간 정도로, SW분석 설계자 과정, IT시스템 운영자과정, SW테스터 과정 등이 개설된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SW산업은 큰 성장성에도 불구하고 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태다. 인문계 전공자들이 관련 교육을 받고 도전하면 취업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며 “스티브잡스나 빌 게이츠 사례처럼 SW에 인문학적 소양을 접목하면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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