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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파'에 위로 받는 시대, 국내 스포츠는
현장성 앞세운 '직관' 활용이 '블루오션'
2015-06-02 14:01:59 2015-06-02 14:01:59
해외 무대에서 활약하는 스포츠 선수는 흔히 '해외파'로 불린다. 이들은 그 자체로 상징성을 가진다. 해외파라는 말은 곧 재능과 실력이 검증됐다는 의미의 인식표가 됐다. 해외파가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나는 순간 그들은 '금의환향' 이상의 후광효과를 등에 업는다. 스포츠 스타의 입국 현장에 수많은 취재진이 몰리고 그들의 옷이나 소품에 협찬이 잇따르고 있다는 풍문이 이를 대변한다.
 
해외파의 사회적 위상을 설명하려면 'IMF 시대'를 빼놓을 수 없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스포츠 안에 있는 역동성이 삶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땀에 흠뻑 젖은 박찬호의 61번 유니폼과 박세리의 양말 속 새하얀 발이 매개체가 됐다. 스포츠 스타처럼 우직이 노력하면 현실의 팍팍함도 곧 나아질 거라고 자기 암시를 걸었다. 이들의 활약은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며 민간 외교의 한 축이라는 국가주의적인 평가도 따랐다.
 
특히 2002 월드컵을 안방에서 치르며 '태극전사'들은 모두가 국위선양 한복판에 서는 감정을 맛봤다. 이들에겐 병역특례가 부산물로 주어졌다.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의 활약은 축구 선수들의 해외 리그 진출을 이끌었다. 다시 한 번 해외파라는 단어를 스포츠계의 화두로 띄웠다.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지금은 해외 스포츠와 국내 스포츠의 경계선이 연해졌다. 골프 우승이라면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보다는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우승을 떠올리는 상황이 됐다. 축구대표팀 대부분의 선수는 해외 리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로 꽉꽉 채워졌다. 주말이면 낮에는 K리그 경기장이 붐비지만 밤에는 또 밤대로 해외 축구를 보는 이들이 TV 앞에 많아졌다. 아침에 접하는 야구 소식은 전날 프로야구에 대한 분석이나 심층적인 내용에서 새벽에 열린 메이저리거의 활약상으로 대체됐다. 얼마 전 은퇴한 김연아의 경우는 더 이상 한국의 김연아가 아닌 세계인의 김연아라는 호칭이 어울릴 정도로 세계적인 찬사를 받고 있다.
 
이제 화두는 국내 스포츠와 해외 스포츠의 상생을 찾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해외파와 해외 스포츠의 성장이 국내 스포츠 인기를 잡아먹는다는 주장을 한다. 특히 국내 스포츠 관련 단체의 말을 들어보면 그런 경우가 많다. 그러나 참여와 공유가 당연시된 시대에서 해외 스포츠는 국내에서도 하나의 영역으로 확고해졌다.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됐으며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타고 다양한 채널에서의 새로운 유통망을 스스로 불려 나가고 있다.
 
경쟁할 수 없다면 전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라는 말이 있다. 국내 스포츠 단체들이 직접 경기장에서 관람할 수 있는 '직관' 장점을 십분 활용했으면 좋겠다. 현장성이야말로 최고의 무기이자 해외 스포츠가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다.
 
임정혁 스포츠칼럼니스트 komsy1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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