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자녀 1명을 낳아 4년제 대학교를 졸업시킬 때까지 드는 비용은 대략 3억원. 십 오년간 중산층의 월 소득이 4배 이상 늘었음에도 삶의 질이 개선되지 않은 주된 이유가 교육비 부담때문인 것도 당연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9일 '우리나라 중산층 삶의 질 변화'보고서에서 중산층의 월 소득은 1990년대에 비해 2014년에 4.8배 증가했지만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이 커지면서 삶의 질은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중산층 가계 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13.4%에서 2014년 17.0%로 3.6%포인트 늘었고 가처분소득 대비 학원비 비중은 2000년 6.8%에서 2014년 10.2%로 늘어 소득 대비 비중과 증가 폭에서 사교육 참여율이 높은 고소득층(6.4%→8.6%)을 앞섰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중산층 부모들의 등골이 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자녀가 잘 살 수만 있다면 해주고 싶은 게 부모마음이다. 이럴 때 필요한 상품이 어린이 연금이다.
교육자금 확보 ·10년 이상 유지시 비과세 · 비과세 통장 전달로 증여세 부담 덜어
흔히 교육보험이라고도 불리는 어린이 연금 보험 상품은 자녀가 태어나자마자 가입이 가능하며, 성장하는 동안 월 적립식으로 소액 납입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연 4.6%이율로 가정할 경우 0세인 자녀를 보험대상자로 가입해 매달 20만원씩 10년간 납입하면 총 2400만원을 낸다. 자녀의 대학시점인 20세에는 4200만원, 결혼시점인 30세에는 6550만원, 45세시 점에는 1억2800만원으로 연금적립액이 늘어난다. 게다가 45세부터 이 금액을 연금으로 받게 되면 약 608만원씩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 있다. 100세까지 살아있다면 총 연금액은 3억원에 달해 한 마디로 본전은 뽑는 셈이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연금 보험에 가입해야하는 이유다. 특히, 연금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내가 낸 보험료와 만기 때 받는 금액과의 차이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있어 세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일찍 증여를 하면 세금에 대한 부담도 덜어낼 수 있다. 세법 개정을 통해 미성년자의 증여세면제 금액은 1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향됐고 성인은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되면서 증여세에 대한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좋은 점은 증여에 대한 기간이 적용되어 또 한 번 10년 뒤 증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1살에 증여했다면 10살이 되는 시점에 증여세면제기간이 끝나게 되므로 10살에 다시 증여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총 4000만원의 증여가 비과세로 가능해지고 성인이 되어서는 5000만원의 증여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총 9000만원의 증여를 비과세 혜택으로 받을 수 있다.
자녀교육비 마련을 위한 보험 상품에는 크게 어린이 연금보험, 어린이변액연금, 어린이 변액유니버셜, 교육보험, 4가지가 있으나 공시이율형과 펀드에 투자되는 변액연금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시이율에는 저축보험과 연금보험, 교육보험으로 구분할 수 있고 변액에서는 원금보장형과 비보장인 변액 유니보셜과 변액적립보험으로 나눌 수 있다. 공시이율은 매달 변동되는 변동금리상품으로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생명보험사에서 판매중인 어린이 연금상품의 공시이율은 3%대 중반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금리하락으로 공시이율도 동시에 하락하는 추세다. 반면, 변액은 펀드에 간접투자되며 펀드 선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저축보험은 만기가 짧은 경우를 말하고 따라서 사업비 기간이 15년~20년으로 짧은 편이다.
중도인출 또는 추가불입 가능 여부 확인해야
어린이 연금보험을 가입할 때 살펴봐야 하는 점은 무엇보다 중도 인출이나 추가납입이 가능한지 여부다. 연금보험의 특성상 조기에 해약하면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해진 한화생명 FC매니저는 "긴급할 때 인출이 가능하고 자금 여유가 있을 때 추가로 보험료 납입이 가능한지 여부를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금보험 상품 특성상 초기 사업비 비중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상품별로 비교한 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자녀교육비와 노후대비 균형 유지해야
또 하나 간과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어린이 연금 상품을 선택하기에 앞서 가족 재무 설계와 균형을 유지해야한다는 점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앞서 언급된 평생 교육비 3억원이란 숫자에 맞추려고 하다보면 노후는커녕 빚만 지게 되는 우려를 범할 수 있다며 무리한 계획은 금물이라고 강조한다. 원칙을 세우고 이를 준수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화생명 FC매니저는 "교육자금은 단기가 아닌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돈이 들어가는 만큼 중도에 해지하지 않고 꾸준히 돈을 붓는 습관이 필요하다"며 "가계 지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소액으로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또 교육비와 노후대비 자금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노후대비 자금을 우선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 부모세대는 교육비를 우선하지만 향후 노후자금이 부족할 경우 오히려 자녀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을 명심해야한다는 것이다. 부족한 교육비는 다른 지출을 조절하면서 준비하는 방안을 찾는 게 현명하다. 이어 대학교육비 중 일부는 자녀 스스로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오히려 자녀의 경제관념이나 자립심을 키워줄 수 있고 대학시절 경험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등은 자녀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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