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등을 이용해 살인, 강간 등 범죄를 저지를 경우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도로교통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는 2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제93조 제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9명 가운데 8명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운전면허를 받은 사람이 자동차 등을 이용해 살인 또는 강간 등 행정안전부령이 정하는 범죄행위를 할 대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헌재는 "심판대상 조항은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자동차 등 이용 범죄의 재발을 일정기간 방지하는데 기여해 입법목적 달성에 적정한 수단"이라면서도 "임의적 운전면허 취소 또는 정지사유로 규정함으로서 불법의 정도에 상응하는 제재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히 목적 달성이 가능함에도 필요적으로 운전면허를 취소하도록 해 구체적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여지를 일체 배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는 "심판대상 조항의 '자동차등을 이용하여' 부분은 포섭될 수 있는 행위의 태양이 지나치게 넓고 중대한 범죄가 아닌 경우까지 포함될 우려가 있어 침해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또 "운전을 생업으로 하는 자에 대해 생계 지장을 초래할 만큼 중대한 직업의 자유의 제약을 초래하고 일상생활에 심대한 불편을 초래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창종 헌법재판관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미치는 위험을 고려해 운전면허의 취소는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본 입법자의 선택이 입법형성권의 범위나 한계를 일탈했다고 보기 어렵고, 운전면허가 취소된 후 2년이 지나면 다시 면허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점을 비춰 보면 침해 최소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A씨는 2010년 11월 피해자를 승용차 조수석에 태우고 약 2시간40분 동안 운전하면서 피해자를 자동차에 감금했다는 이유로 해당 조항을 적용해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A씨는 면허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고, 항소심 재판부는 법원 직권으로 이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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