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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로 청년채용 늘린다고?···은행권 '글쎄'
'역피라미드 인력구조' 은행들, 희망퇴직에 관심
노조도 "50세부터 쫓겨나는 판···정년부터 보장해야"
2015-05-28 16:39:04 2015-05-28 16:39:04
◇정부 독려로 은행들이 임금피크제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내부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서울의 한 은행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가 청년 일자리 채용 독려의 일환으로 임금피크제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은행권 내부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임금피크제'는 일자리 나누기인 '워크 셰어링(Work Sharing)'의 형태로,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고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직 임금피크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은행들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부터 노사 협의를 시작했고, 씨티은행·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도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우리·외환·하나·외환은행 등 대형은행들은 10여년 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으나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에게 내부통제 업무만 맡게 할 것이 아니라 업무 다양성을 확보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국민은행은 노사 합의로 임금피크제도를 개선했다.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이 기존처럼 내부통제 업무만 계속하거나 영업현장에 뛰면서 실적에 따른 성과급을 받거나 희망퇴직을 통해 회사를 나갈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혔다. 국민은행은 앞으로 희망퇴직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정책을 독려하고 있지만 은행권 내부 표정은 밝지 않다.
 
은행 경영진 입장에서는 고임금을 줘야하는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이 부담스럽다. 임금피크제가 정년 보장을 조건으로 임금지급률을 점차 줄여나가는 제도지만 정년을 앞둔 직원의 임금은 일반직원의 곱절이 넘는다.
 
또한 현재 관리자급이 일반직원보자 많은 '역피라미드형' 인력구조를 바꿔야하는 데 여기에도 맞지 않다는 것. 당장 단기적으로 퇴직금 명목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희망퇴직으로 인력을 줄일 수 있는데 굳이 정년을 보장해야하는 것이 속내다.
 
임금피크제로 청년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데도 의문표를 달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희망퇴직과 임금피크를 연동해 매년 100여명 이상 내보냈는데도 채용 규모가 비슷하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청년 채용 확대 정책으로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노조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하기 전에 55세 정년부터 보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노조 관계자는 "40대 후반, 50세만 되면 실적이 부진한 직원들은 희망퇴직으로 밖으로 쫓겨나는 실정"이라며 "기본적인 정년 보장도 안되는데  임금피크제를 논의하자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한은행 등 대형은행은 희망퇴직 대상자를 대리급 직원 이상으로 사실상 전직원으로 넓혔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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