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글로벌 자산버블 논란 "터진다"vs "비싸도 더 오른다"
주가와 경기 연동된다는 통념 깨고 비정상 국면 지속
지금은 다르다..유동성 고려하면 비싸도 더 간다
2015-05-28 15:33:27 2015-05-28 16:36:04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을 보면 일반적으로 꽤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FRB)
“자산시장에 거품은 분명히 존재한다. 앞으로 우리가 논의할 사안은 거품이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다”- 헨리 폴슨 전(前) 미국 재무장관
 
세계 경제계 거물, 자산버블 경고 잇달아 
주식, 채권, 부동산 등 글로벌 자산시장 버블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회복 없이 돈의 힘만으로 끌어올린 자산 가치가 지속될 리 없다는 것이다. 미국 다우지수는 19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5년 만에 2만 엔 선을 돌파했다. 시가총액도 22일 591조3007억엔으로 1989년 버블기 를 넘어서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일 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과 부동산도 고공행진이다. 미국과 독일, 일본 국채는 역사적인 고점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려간 독일과 일본 국채금리는 쏠림에 따른 부작용으로 투매현상까지 겪었다. 영국에서는 런던 부동산 가격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이 같은 강세는 초저금리와 넘치는 유동성에 따른 것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낮추었고, 공격적으로 돈을 찍어냈다. 이에 글로벌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2010년 1분기 47조달러에서 72조달러로 50%이상 증가했다.
주가=경기 불일치 '비정상'국면
문제는 주가 상승에 반영되어야 하는 경기는 여전히 바닥권에 맴돌고 있다 것. 대표적으로 중국의 경우 객장에는 아기를 등에 업은 엄마가 등장한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투자 열기가 뜨겁다. 그러나 실물경기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4년 만에 최저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평가다. 최근 발표된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9.1로 석 달째 위축되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그나마 양호했던 미국도 불안한 모습이다. 20일 공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고용여건은 예상에 부합했지만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 다우지수는 이를 비웃듯 전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0년 평균 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과의 차이는 무려 9.2%포인트에 달한다며 1970년 이후 가장 큰 격차라고 분석했다. 한 마디로 주가는 경기에 연동한다는 일반적인 상식과 정면 배치되는 '비정상'국면인 셈이다.
세계 주요 거물들이 연이어 자산버블을 경고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최대 채권운용사를 설립한 빌그로스는 "자산시장 강세장의 사이클이 시들해지고 있다"며 "종착지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워런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역시 "연준이 금리를 정상화하면 현재의 주가는 비싸보일 것"이라며 현 수준이 고점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씨티 "It`s bubble time!"  비싸도 더 오른다 
반면, 경제가 부실해도 자산버블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이전 버블일 때 상황과 조건이 다르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절대적인 저금리 환경과 풍부한 유동성이 위험자산으로 돈이 쏠리게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이 우려하는 미국 금리인상만 해도 그렇다. 2000년 초 닷컴버블 후유증을 겪었던 미국과 1990년대 장기버블 극복을 위해 일본이 경기부양을 시도했지만 이번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전 세계 국가가 유동성을 푼 사례는 없었기 때문에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서도 큰 충격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은 매월 600억유로(73조원) 규모로 국채를 사들이기 시작한지 3개월 밖에 안됐고 내년 9월까지 풀기로 약속했다. 일본 역시 연간 80조엔(723조원)규모로 돈을 풀 계획이며 중국도 통화완화와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로버트 버클랜드 시티 글로벌자산배분전략가는 "통상 버블이라고 하면 주식이나 부동산에 대한 위험신호나 경고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저금리와 엄청난 유동성이 버블에 대한 시각을 달리 보게 한다."고 강조했다. 과열이 맞긴 하지만 쏟아지는 유동성을 고려할 때 비싼 자산이 더 비싸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얘기다. 즉, 현재 버블 수준을 유동성 기준에서 보면 합리적인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시가총액 사상최고치 주가는 절반 수준.. 더 오를 것 
실제 고점에 대한 논란이 한창인 일본에서는 시가총액은 최고치인데 주가는 직전 최고치인 4만 엔 선의 절반인 2만 엔 선에 불과하다. 이에 산케이 신문은 1989년 도교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된 기업 수는 1161개였지만 현재 1890개사로 1.6배가 증가했다며 주가가 비슷한 수준이라면 시가총액도 당시와 비슷한 1.6배가 되어야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고 분석했다.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보는 주장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자금시장으로서의 역할을 보면 2014년 일본 주식시장에서 조달된 자금은 약 2조엔으로 1989년 9조엔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란 설명이다.
저금리 환경에서 금융자산 버블 조성
미국 금리인상의 속도도 더디게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금리는 경기상황을 반영하는데 현재 물가수준이나 경기지표 등을 고려할 때 굳이 서둘러 인상할 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팀장은 "역사적으로 구조적인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각 국가는 유효수요를 자극하는 정책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며 "실물 경기를 호전시키기는 쉽지 않고 당장 낮은 금리를 유지시키면서 자산 가치 상승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미약한 경기회복이 주가 상승에 연동된다는 비정상에 대한 거부감을 버리고 버블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는다는 주장이다. 관건은 앞으로 버블이 어디로 올 것인지 여부인데 전문가들은 인구 고령화 추세 등 사회구조를 고려할 때 바이오와 IT분야가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cecilia102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