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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주식 델타헤지로 투자자 손해…증권사 책임"
대법원 첫 판결 "받지 못한 수익금 전액 상환해야"
2015-05-28 06:00:00 2015-05-28 14:08:09
대법원 전경.사진/뉴스토마토
 
증권사가 ELS 상환기준일에 델타헤지 방식으로 주식을 대량 매도해 종가에 영향을 미쳐 수익금 발생기회를 무산시켰다면 투자자들에게 수익금 전부를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델타헤지는 기초자산 주식의 변동에 따라 이와 연동된 금융파생상품 가격 역시 달라지는데, 이로 인해 파생되는 위험을 제거하는 전략적인 헤지방법이다.
 
이번 판결은 ELS가 증권사와 투자자간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점과 ELS의 파생위험을 막기 위해 델타헤지를 했더라도 투자자들의 수익금 발생에 영향을 줬다면 허용될 수 없다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또 유사 사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에 따르면 현재 민사사건으로 대법원에 3건, 서울고등법원에서 3건이 진행 중이며 형사사건도 대법원이 1건 하급심 3건이 진행 중이다. 지난 달 한화증권이 발행한 ELS 상품을 매입한 투자자들이 로얄뱅크오브캐나다를 상대로 낸 집단소송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윤모씨 등 3명이 "종가 결정시간대에 부당하게 대량매도해 수익금을 받지 못했다"며 대우증권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는 ELS의 수익금이 발생하는 중간평가일이나 만기평가일 장 종료가 임박한 시간대에 ELS를 판매한 증권사가 델타헤지로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경우 조건성취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증권사가 ELS와 관련해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고 자산 운용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위험회피거래를 하더라도 약정 평가기준일의 기초자산 가격 또는 지수에 따라 투자자와의 사이에서 이해상충이 발생하는 때에는 기초자산의 공정한 가격형성에 영향을 끼쳐 투자자의 이익과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피고가 ELS에 관한 델타헤지를 위해 삼성SDI 보통주를 매도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위험회피라는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투자자의 신뢰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 중간평가일의 기초자산 가격이 중도상환조건을 성취시키는 가격에 근접해 형성되고 있어 그 종가에 따라 중도상환조건이 성취될 가능성이 커 피고와 투자자 사이의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되는 상황이었다"며 "그렇다면 피고는 중도상환조건의 성취 여부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는 방법으로 헤지거래를 함으로써 투자자를 보호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보유한 삼성SDI 보통주 상당량을 장 종료 무렵에 대량으로 기준가격 이하로 매도 주문을 함으로써 원고들에 대한 투자자보호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이는 신의성실에 반해 ELS의 중도상환조건 성취를 방해한 것이 명백하고, 이와 다른 취지로 판단한 원심 판결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윤씨는 2005년 3월 대우증권이 발행한 ‘제195회 대우증권 공모 ELS 삼성SDI 신(新) 조기상환형’ 주가연계증권 3600매를 1면당 액면가액 1만원씩 총 3600만원에 매입했다. 이번 소송에 원고로 참여한 또 다른 윤모씨와 황모씨도 같은 시기에 각각 1억5000만원과 3300만원씩 매입했다.
 
윤씨 등과 대우증권은 삼성SDI 보통주 10만8500원을 기준가격으로, 중간평가일과 만기평가일 종가를 평가가격으로 정했다. 또 중간평가일에 보통주 중간평가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높거나 같을 경우 주가연계증권의 액면금에 각 차수가 도래할 때마다 액면금의 3%씩 증액된 수익금을 더해 중도상환금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대우증권이 ELS 운용시 델타헤지거래를 한다는 것도 약정 내용이었다.
 
중간평가일인 2005년 11월16일, 삼성SDI 보통주는 기준가격으로 거래되기 시작해 당일 12시부터 장 마감 10분 전인 오후 2시50분까지 기준가격 이상으로 거래되면서 투자자들이 중도상환금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대우증권은 장 개시부터 장 마감 10분 전까지 18만주를, 그 이후부터 장 마감시 까지 13만4000주를 주문해 그 중 9만8190주를 매도했다. 이 때문에 삼성SDI 보통주 종가가 기준가격 이하인 10만8000원으로 결정되면서 윤씨 등은 중도상환금을 못 받게 됐고 이후 만기까지 상환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결국 30% 상당의 원금손실을 봤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2009년 7월 헤지물량을 종가 결정 시간대에 과도하게 거래함으로써 공적거래질서를 저해하고 투자자 이익을 우선시해야 할 충실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대우증권에 제재금 5000만원을 부과했고 두달 뒤 윤씨 등이 손실금 총 1억1000여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그러나 "델타헤지는 ELS 발행의 전제조건으로 보편성과 필요성이 인정 될 뿐만 아니라 자산운용 건전성을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하고 이로 인해 주가 형성에 영향을 미쳐 중도상환조건이 성취되지 못했더라도 신의성실에 반했다고 볼 수 없다" 윤씨 등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윤씨 등이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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