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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변호사회 "대법원, 국정원 비밀 면담 의혹 밝혀야"
신원조사 보안업무규정 헌법소원 추진
2015-05-27 12:04:03 2015-05-27 12:04:03
국가정보원이 경력법관 지원자를 대상으로 사상검증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가 27일 대법원에 의혹 규명 촉구와 함께 논란이 된 보안업무규정 해당 규칙의 삭제를 요구했다.
 
서울변호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법원에서 뽑는 경력 판사 지원자들을 국정원이 비밀리에 접촉해 사실상 면접을 벌인 사실이 언론보도로 드러났다"며 "민주국가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사법권의 독립이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침해되고 있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헌법이 법관의 자격과 법원조직을 법으로 정하도록 한 것은 행정부로부터 사법권을 완전히 독립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따라서 법원은 행정부로부터 조직적으로 독립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인사권도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누구의 간섭이나 지시도 받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01조는 사법권 독립 보장을 위해 대법원과 각급 법원의 조직, 법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변호사회는 "이런 대한민국 헌법하에서 국정원이 판사 지원자들을 개별적으로 비밀리에 면담하고, 합격 기준을 이야기했다는 것은 사법권 독립이란 헌법적 가치를 부정한 것과 다름 없다"며 "사법권 독립이란 과제가 이렇게까지 하찮게 치부될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해당 논란과 관련해 국정원 측이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에 따라 신원조사를 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난했다.
 
현행 보안업무규정 제33조 1항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장은 국가보안을 위하여 국가에 대한 충성심·성실성 및 신뢰성을 조사하기 위해 신원 조사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항은 '신원조사는 국가정보원장이 직권으로 하거나 관계 기관의 장의 요청에 따라 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 제54조 1항은 신원조사의 예정자로 판사 신규 임용 예정자가 기재돼 있다.
 
이에 대해 서울변호사회는 국정원이 판사 지원자에게 세월호 사건에 대한 견해나 노조 활동에 대한 SNS 활동을 추궁한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을 내세워 해당 대통령령에 대한 헌법소원 등 모든 법률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서울변호사회는 "법조계 일원으로서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 발생했기에 고개를 들 수 없는 심정이나, 지금이라도 이같은 사실이 밝혀진 것이 다행스럽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판사 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되새겨 어떤 세력이나 정치적인 입장도 개입할 수 없도록 관련 규정들의 개정 또는 폐지가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법조일원화를 통해 처음으로 경력 판사를 선발하는 2015년도 상반기 판사 임용 절차에서 임용 대상자가 이미 내정됐음에도 임용 대상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등 대법원의 비밀주의가 이러한 문제를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서울변호사회는 "향후 어떤 절차에 의해, 어떤 기준에 의해 판사를 선발하는지 떳떳하고 투명하게 알려져야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을 방지할 수 있다"며 "대법원은 지금이라도 폐쇄적 엘리트주의를 탈피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의해 판사가 선발될 수 있도록 판사 임용에 관한 일체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대법원장은 지금이라도 판사 임용 지원자에 대한 개별 접촉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판사 임용 예정자가 신원조사 예정자로 규정돼 있는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 제54조 제1항과 법원인사규칙 등은 이를 삭제하는 것으로 즉각 개정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7일 일부 매체는 국정원이 2013년~2014년 법원의 경력판사 임용에 지원한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대면방식에 의한 신원조사를 진행했고, 이중 일부에게는 세월호 사건과 노조사건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견해 등을 질문했다고 보도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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