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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정책포커스)중국, 제조대국에서 강국으로
10대 중점산업 육성으로 장기 발전 계획 시동
2015-05-27 11:07:32 2015-05-27 13:35:06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은 '재산업화(Reindustrialization)'를 주창하며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했다. 경제를 수렁에서 건지기 위해서는 실업률 개선이나 소비자 물가 상승 등 실물 경제의 회복이 수반돼야 하는데, 제조업이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인 신흥 제조업을 적극 육성코자 했다. 미국 오바마 정부의 '제조업의 부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공표한 제조업 혁신 정책 '중국제조2025(Made in China 2025)'도 이 같은 추세와 무관치 않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며 제조업 대국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한 데 이어 제조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제조업 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조강국' 향한 3단계 로드맵 첫 발
 
'중국제조2025'의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이후 리커창 총리가 지난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업무보고와 같은달 말에 열린 중국발전고위간부포럼에서 재차 강조를 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포럼 당시 리 총리는 "중국제조2015 계획은 중국의 제조업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각국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중국, 외국 기업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일임을 부각시키며 보호무역 장벽을 낮춰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내수시장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서비스업 발전을 적극 지원했던 중국이 대대적인 제조업 육성정책을 발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제조업이 경제 성장의 근간이라는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으며, 국가 부흥의 열쇠인 제조업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의 추격으로 노동집약형 제조업을 이어가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최근 5년 새 제조업 인건비가 2배 이상 증가해 중국을 생산기지로 삼던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 행렬이 가속화되고 있다. 반면 혁신 능력이나 브랜드 인지도가 취약하고 자원 이용 효율이 떨어진다는 단점때문에 고부가가치 제조업 육성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중국제조2025'는 제조강국을 향한 장기 발전 전략의 첫 단계다. 중국 정부는 우선 2025년까지 제조업 전반의 효율을 높이고자 한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3D프린터 등 최근 대두되고 있는 신기술과의 결합으로 제조업의 디지털화, 네트워크화, 스마트화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2035년까지는 미국, 독일, 일본 등 글로벌 제조업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에는 종합 역량을 갖춘 세계 제일의 제조업 국가가 된다는 계획이다.
 
◇'메이드인차이나' 이미지 바꾸기
 
'중국제조2025'의 키워드는 혁신, 품질, 친환경, 구조개혁, 인재 5가지로 모아진다. 단순히 제조업의 규모를 확대했던 과거의 정책과는 달리 혁신 능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고, 투자 역시 생산지향형이 아닌 혁신지향형으로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이와 동시에 품질 향상을 꾀해 '중국산은 조악하다'란 오명을 떨쳐내고자 한다.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독자 브랜드를 육성하겠다는 점도 주목된다.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순환 경제 모델을 형성하고 노후화된 전통 산업을 개선하는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기술형 인재 육성과 전국민의 창업환경 조성 역시 향후 10년 내 대폭 강화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영업이익의 1%가 채 안되는 대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을 2025년 1.7%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대기업의 영업이익 1천억위안 당 발명특허 개수도 지금의 0.44개에서 2025년 1.10개로 두 배 이상 향상시킨다는 방침이다.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58%에서 82%로 높이고 대기업의 에너지소모량은 현행대비 34% 절감해 디지털화와 친환경발전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제조업의 부가가치율은 지금보다 4%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산업 정책 혜택 봇물
 
이를 기반으로 중국 정부는 10대 중점 산업을 선정했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차세대 정보기술 산업, 우주항공 장비, 해양엔지니어링 장비 및 고급 선박, 선진 철도교통 장비, 친환경 자동차, 바이오의료 및 고성능 의료기계 등이다.
 
 
차세대 정보기술 산업의 경우 국산 반도체 칩 제조 역량과 응용 범위를 확대하고 5G 등 미래의 네트워크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첨단 통신장비 개발 등을 주요 목표로 내세웠다. 우주항공장비와 해양엔지니어링 장비에서는 유인우주선, 달탐사 로켓, 심해 탐사 등 선진국이 주로 참여하고 있는 분야에서의 영향력 강화를 노린다. 철도 교통 확충과 친환경 자동차 개발은 친환경 발전이라는 큰 기조 아래 글로벌 경쟁력도 키우고자 한다. 바이오의료 지원은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잠재 의료 수요를 겨냥한 것으로 웨어러블, 원격의료, 3D프린터 등 산업간 융합도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각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재정, 금융, 조세 등의 푸짐한 혜택을 약속했다. 우선 제조업에 대한 융자 수단을 확장해 자금 조달 비용 절감을 유도할 방침이다. 국가개발은행의 제조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고 조건에 부합하는 기업에 한해 증시 상장이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문턱을 낮춘다.
 
정책적으로는 정부와 사회 자본의 협력 모델로 제조업 인프라 건설이나 기술 혁신에 투자하고, 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혁신재정자금을 조성한다. 기업이 R&D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세제 개혁도 계획 중이다. 중소기업발전기금 설립, 중소형 은행 등 금융기관 설립, 중소기업 신용보증 시스템 구축 등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 외환관리, 세관관리, 검역, 무역투자 편리화 등 외국 기업에 대한 제조업 진입장벽도 낮춰 줄 방침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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