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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모로우)인문학 교수들 "인문학적 지식 간과해선 안돼"
2015-05-28 06:00:00 2015-05-28 06:00:00
“정부 정책 탓에 대학이 인문학 전임교수를 안 뽑은 지 오래돼 지금 대학의 인문학계는 30대와 40대 교수는 없고 50대와 60대 교수만 있다.” (강영안 서강대 명예교수) 
 
“대학 구조조정은 인문학의 성장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되고 오히려 인문학의 건실한 성장과 새로운 형식의 실험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돼야 할 것” (김혜숙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
 
“인문학은 중장기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원하는 수요도 고려해야하지만 인문학적 지식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정부가 산업 수요 중심의 학과 개편과 정원 조정을 통해 인문학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한 인문학 교수들의 쓴소리다.  
 
정부는 올해부터 2차에 걸친 대학평가를 통해 정원 조정과 운영자율권을 차별적으로 부여할 방침이다. 정부의 정책을 빌미로 대학은 소위 ‘돈 안 되는’ 학과를 통폐합으로 밀어붙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인문학자들은 취업률이 낮은 일부 학과에 비중을 줄이려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면서 인구 감소로 인한 정원 감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하더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 주관으로 개최된 인문학 진흥 종합 심포지엄에서 인문학 교수들은 인문학의 중요성을 거론하며 ‘인문학 죽이기’에 앞장 선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요구에 대처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류병래 충남대학교 언어학과 교수는 “대학 안에서 인문학이 계륵으로 전락한 것은 대학 최고책임자가 유한한 자원을 인문학에 지원하는 것이 재정지원을 받는 데에 유리하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라며 “업률 대신 ‘기초학문분야 투자비율’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원하는 방향의 인재를 길러내는 것도 현실적으로 중요하지만, 국가 철학의 토양이 되는 인문학에 대한 가르침도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기업이 요구하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지만 학생들의 기본적인 교양과 인문사회학적인 백그라운드 지적 배경도 분명히 필요하다”며 “인문사회학과 이공계의 균형이 필요한데 특정 부분에만 기울여서 학과 구조조정을 하는 교육부의 방침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현재 인문계열 학생들의 취업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공계열 학생들의 취업률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평균치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컴퓨터공학이나 상경계열로 전과를 하거나 복수전공을 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부 교수 중에는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학생에게 ‘집에 돈이 많지 않으면 다른 길을 택하라’면서 진학을 만류하는 교수도 있다. 석사 학위도 취업률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다.
 
한호 아주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는 “인문계 학생들에게 취업 연계성이 큰 복수전공 이수를 권장하도록 하고, 디지털 휴머니티, 지역학, 문화산업 등 융복합 전공 개발과, 소프트웨어에 관한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융합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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