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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도, 쌀집 아저씨도 다 뺏기면 어쩌나
2015-05-21 14:52:13 2015-05-21 14:52:13
◇엑소의 중국인 멤버 루한. ⓒNews1
 
한류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리 문화 콘텐츠를 빼가려는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일 "중국에서 임의로 연예 활동을 하고 있는 루한 및 루한을 광고모델로 쓴 광고주를 상대로 중국 법원에 침권 소송을 제기해 지난 18일 북경시해전구인민법원에서 2건의 소송이 모두 정식으로 입안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5월과 10월 SM을 상대로 전속계약효력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한 뒤 중국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엑소의 중국인 멤버 크리스와 루한을 겨냥한 조치다. 소송 제기 당시 두 사람은 SM의 불공정 계약을 문제 삼았지만, 이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업계 관계자는 없다. 
 
두 사람의 유출은 중국의 우리 문화 콘텐츠 빼가기에 대한 신호탄이었다. 크리스와 루한은 국내의 체계적인 스타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통해 엑소 멤버로 데뷔한 뒤 인지도를 쌓았다. 이 인지도를 이용해 두 사람은 소속사와의 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중국에서 각종 영화, 광고, 행사, 시상식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SM 측은 "회사와 다른 멤버들과의 신의를 저버리는 도덕 불량 행위임은 물론 명백한 법률 남용 행위"라며 크리스와 루한을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지난 달에는 김영희 MBC PD가 사표를 제출하고 중국 진출을 선언했다. 소속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크리스, 루한과는 상황이 좀 다르다. 하지만 국내를 대표하는 스타 PD와 그의 노하우를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고스란히 뺏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쌀집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김 PD는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양심냉장고', '나는 가수다' 등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 그는 '나는 가수다'가 중국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은 뒤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왔다.
 
인구 13억 규모의 중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국내 연예 기획사들은 꾸준히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려왔다. 특히 최근에는 그 방식이 좀 더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싸이, 빅뱅, 2NE1 등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8일 중국 취저우에 소속 가수들의 홀로그램 공연을 구현할 수 있는 디지털 테마파크를 오픈했다. 또 케이윌, 씨스타의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중국 위에화엔터테인먼트와 상호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중국 시장 진출에 나섰다.
 
이처럼 국내 연예기획사들은 중국에 문화 콘텐츠를 단순히 수출하는 단계를 넘어 현지화 전략을 펼치면서 도약을 노리고 있다. 겉으로 봐서는 한중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문화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생각은 좀 다르다. 동상이몽이다.
 
우리 문화 콘텐츠를 수입하기만 하는 입장이었던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내에는 "우리 손으로 직접 질 높은 콘텐츠를 만들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아이돌 그룹의 중국인 멤버와 지상파 PD 뿐만 아니라 카메라 감독,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국내의 숙련된 인력들에게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단순히 콘텐츠를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 시스템 자체를 배우겠다는 의도다.
 
그런 가운데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중국의 거대 자본에 잠식 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측은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여러 한류스타들을 보유한 국내 연예기획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종합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인 소후닷컴이 배용준, 김수현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키이스트에 150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소후닷컴은 키이스트의 2대 주주다.
 
중국 에이전트 관계자는 "국내의 연예 관련 종사자들이 중국 시장을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절대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곳"이라며 "돈만 보고 덤벼서 성공하기 힘들 뿐더러 무작정 퍼주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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