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2'의 한 장면.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어벤져스2(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거침 없는 흥행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2700억원이 투자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독주를 지켜보는 영화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어벤져스2'는 역대 외화 최고 오프닝 스코어(약 62만명) 기록을 세웠다. 이어 역대 외화 중 가장 짧은 기간 만에 100만, 200만, 300만, 400만, 500만, 600만, 700만 관객을 잇따라 돌파했다. 파죽지세다. 지난 5일엔 누적관객수 800만명도 넘어섰다. 이 역시 역대 외화 중 가장 빠른 기록이다. 지난 2013년 개봉한 '아이언맨3'가 23일 만에 8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어벤져스2'는 13일 만에 같은 기록을 세웠다.
'어벤져스2'의 기록 행진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는 영화팬들이 많다. 국내 배우 수현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블록버스터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 역시 국내 관객들로선 자랑거리다.
문제는 '어벤져스2'의 기록 행진이 '몰아주기'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는 점.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개봉 당시 '어벤져스2'가 상영된 스크린수는 1731개였다. 이는 국내의 총 스크린수인 2200여개 중 70%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어벤져스2'의 스크린 독점은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계가 비수기인데다가 눈에 띄는 경쟁작이 없는 상황에서 대형 멀티플렉스들이 수익을 위해 '어벤져스2'의 상영관을 늘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국내 영화와 작은 영화들이 상영될 수 없는 현실은 결국 우리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고 말했다.
국내 제도의 혜택을 받으며 서울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던 '어벤져스2'가 기대 만큼의 경제 효과를 불러오지 못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어벤져스2'의 서울 로케이션 촬영은 지난해 3월 30일부터 4월 14일까지 16일 동안 진행됐다. 당시 한국관광공사는 "4000억원의 직접 홍보 효과 및 2조원의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고, 영화진흥위원회의 '외국 영상물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 제도'에 따라 '어벤져스2' 측은 국내에서 사용한 제작비(130억원)의 최대 30%에 해당하는 금액(39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한 영화 제작자는 "'어벤져스2'엔 한글 간판이 나오고 우리말 대사가 나온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이 서울이라는 구체적인 힌트를 줘야 하는데 이게 없다"며 "사실 어느 나라에서 찍어도 상관 없는 액션신이었다. 해외 관객들이 그곳이 서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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