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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의 부동산퍼즐)'집' 공급 폭증…세입자가 더 위험하다
2015-05-03 12:05:40 2015-05-03 12:05:56
지금의 전세시장, 집주인들은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너무 오른 전셋값과 너무 많은 주택 공급. 2~3년 후 부메랑이 돼 집주인에게 되돌아 올 수 있다는 가능성. 과연 기우일까?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테트리스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떨어지는 여러 모형의 블록을 맞춰 완성된 줄을 없애는 게임입니다. 모양을 맞추지 못하면 속수무책 쌓이게 되고 결국 끝이 납니다. 지금 전세시장은 테트리스 게임을 보는 기분입니다.
 
너무나도 화려하게 빛나고 있는 분양시장. 모델하우스에는 사람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투자용으로 집을 한 채 더 마련하려는 사람들도 있고, 내 집 마련을 위해 찾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차피 빚을 지고 집을 사는거 향후 집값이 오를만한 집을 찾아 알짜단지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은 전세난에 지친 사람들입니다. 전셋값은 집값과 추돌 직전까지 왔고, 주택대출이나 전세대출이나 부담이 되긴 매한가지라면 집을 사겠다고 시장으로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6년이 넘는 시간동안 전국 평균 전셋값이 올랐으니 버텨낼 재간이 없겠죠. 전셋집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새 집을 찾기 위해 분양시장으로 몰려오자 건설사들은 신이 났습니다. 물들어 왔을 때 노들 저으라고 했던가. 건설사들은 호황을 타고 보유하고 있던 땅에 아파트를 대방출하고 있습니다.
 
2013년 1~3월 7만5594가구였던 주택 인허가실적은 지난해 같은기간 9만3278가구, 올해는 11만8772가구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갑작스러운 불황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주택 인허가에서 입주까지는 약 2~4년이 걸립니다. 즉 지난해부터 급증한 주택공급분은 1~3년 후 현실화 돼 나타난다는 것이죠. 주택공급이 입주로 현실화된다면 지금 분양받아 놓은 세입자들은 자기 집을 찾아 지금 사는 전셋집을 내놓겠죠. 대규모 주거이동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집주인들은 이 세입자들에게 떠나는 그날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을까? 지금 보증금 반환 문제가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전세난 때문입니다. 세입자가 줄을 섰으니 다음 세입자에게 돈을 받아 떠나는 세입자에게 주면 아무 문제될게 없습니다. 마치 잘 풀리는 테트리스 게임처럼.
 
그런데 현재 분양물이 입주화되는 시점, 세입자의 대이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예견되는 그 때. 전세시장은 지금과 같을까?
 
현재도 떠나는 세입자와 새로운 세입자와의 교체 시점이 틀어지고 보증금 반환이 늦어지며집주인과 다툼을 하는 세입자들이 있습니다. 돈을 돌려줄 수 없는 집주인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다른 곳에 투자를 했거나, 전세를 안고 저렴하게 주택을 구입했거나, 급한 곳에 써버린 사람도 있겠죠.
 
경험상 한번 쌓이기 시작한 테트리스 블록은 손댈수 없이 쌓이게만 됩니다. 전세난의 근본적 해결책이라 불리는 공급확대는 과할 경우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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