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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혜수·김고은, '어벤져스'에 맞선 멋진 언니들
2015-04-28 13:26:38 2015-04-28 13:26:41
◇영화 '차이나타운'에 출연한 김혜수(왼쪽)와 김고은. (사진제공=플룩스픽쳐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2(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가 극장가를 점령했다. 연일 기록 행진을 펼치고 있다. 지난 23일 개봉과 동시에 역대 외화 오프닝 스코어(약 62만명) 기록을 세운 이 영화는 역대 외화 최단 기간 100만 돌파(2일), 200만 돌파(3일), 300만 돌파(4일) 기록까지 세웠다. 지난 27일 기준으로 누적 관객수는 약 373만명.
 
'어벤져스2'에 대항할 적수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 영화에 용감하게 맞서는 '멋진 언니들'이 있다. 오는 29일 개봉해 '어벤져스2'와 맞대결을 펼치게 된 영화 '차이나타운'의 주연을 맡은 배우 김혜수와 김고은. 두 여배우가 막강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상대로 어떤 성적을 올릴까.
 
'차이나타운'은 어린 시절 지하철 보관함에 버려졌던 일영(김고은)이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엄마'(김혜수)라고 불리는 여자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차이나타운'의 제작비는 약 2700억원이 투입된 '어벤져스2'의 100분의 1 수준.
 
영화 개봉을 앞두고 김혜수와 김고은을 만났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베테랑 여배우 김혜수는 여유가 넘쳤고, 데뷔 4년차를 맞은 김고은은 여전히 순수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이하 내용은 두 사람 각각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내용이다).
 
◇배우 김혜수(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차이나타운'은 잔혹한 폭력과 범죄를 소재로 한 느와르 영화예요. 여배우로서 이런 내용들을 표현해내기가 감정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출연을 망설이진 않았나요?
 
▲(김혜수)처음에 시나리오는 잘 봤어요. 그런데 영화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한 정서적인 충격이 있었죠. 그래서 출연을 주저했던 기간이 있었어요. 그런 충격적인 이야기 속으로 제가 들어갈 용기가 안 나더라고요. 
 
▲(김고은)전 망설이진 않았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참 새롭다고 느꼈어요. 뻔한 부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제가 꼭 출연을 하고 싶다고 생각할 만한 좋은 지점들이 많았어요.
 
-촬영 기간 중엔 어땠나요? 느와르 영화 속의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이 두 사람 모두에게 도전이었을 것 같아요.
 
▲(김혜수)촬영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좀 있었는데 역할을 조금씩 구현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그걸 떨쳐버리게 됐어요. 촬영 땐 영화와 캐릭터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어요.
 
▲(김고은)전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하려고 해요. 작품에 대한 욕심이 생기면 다른 것 생각 없이 작품만 바라보고 가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고요. 쉬운 길을 선택하기보다는 도전을 하고 싶어요.
 
◇배우 김고은(사진제공=장인엔터테인먼트)
 
-각자의 캐릭터를 표현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신경써서 연기했나요?
 
▲(김혜수)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캐릭터들이 영화적으로 상당히 완성도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영화에만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덮고 돌아섰을 땐 현실 세계에도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진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그런 느낌을 연기할 때도 가져가려고 했어요.
 
▲(김고은)연기를 하기 전에 시나리오를 두고 감독님과 굉장히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극 중 캐릭터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을까에 대한 생각을 서로 나눴죠. 제가 일단 캐릭터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뒤엔 표현하는 것이 억지스럽지 않았어요.
 
-촬영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뭐였나요?
 
▲(김혜수)극 중에 강아지를 죽이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과 동물들은 우리가 정말 잘해줘야 하는 존재잖아요. 실제 강아지를 마취를 하고 그 장면을 찍었는데 전 강아지 옆에 가까이 가지도 못하겠더라고요.
 
▲(김고은)전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많아서 힘들었어요. 한 장면을 한 번만 촬영하는 게 아니니까 매 장면마다 담배도 여러 번 피워야 됐죠. 중반부터는 요령이 생겼는데 처음엔 이러다 죽는 것 아니냐고 그랬어요.
 
◇배우 김혜수(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극 중 두 사람이 엄마와 딸처럼 그려지지만 일반적인 모녀 관계는 아닌 것 같아요. 친모녀가 아닌데다가 '엄마'는 일영을 잔혹한 생존의 세계로 내몰잖아요.
 
▲(김혜수)우리에게 엄마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존재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 속 엄마는 좀 더 원초적인 단계의 엄마인 것 같아요. 모든 생명을 쥐고 있는 절대자와 권력자로서의 의미가 있죠. 그런 상징성이 강한 존재예요.
 
▲(김고은)'엄마'의 일영에 대한 감정을 모성애라고 단정지을 순 없을 것 같아요. 일영도 '엄마'에게 애정, 분노, 슬픔 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죠.
 
-서로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김혜수)너무 좋았죠. 정말 좋은 파트너와 함께 에너지와 감정을 주고 받는 느낌이었어요. 그런 파트너를 만나는 건 배우로서 행운이죠. 사실 많은 작품을 촬영하다 보면 상대 배우와 생각처럼 유기적으로 잘 안 맞아떨어질 때도 많거든요.
 
▲(김고은)저에겐 참 감사한 시간들이었고, 잊지 못할 시간들이었어요. 선배님과 함께 작업을 하는 건 정말 행운인 것 같아요.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잖아요. 김혜수 선배님은 대단한 배우예요. 인간적인 존경심을 가지게 됐고, 앞으로 제 일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모범답안 같은 든든한 존재예요.
 
-고은씨는 연기와 관련해서 많은 선배들이나 업계 관계자들에게 칭찬을 받는 것 같아요. 그런 칭찬들이 부담스럽진 않나요?
 
▲(김고은)너무 감사하죠. 그런데 제가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부담스럽겠지만, 제 스스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담스럽진 않은 것 같아요.
 
-'차이나타운'은 생존에 대한 이야기에요. '엄마'와 일영이 잔혹한 세상 속에서 생존해나가는 모습이 영화에서 그려지는데요. 두 분 모두 연예계에서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극 중 캐릭터와 공통점이 있을 것 같아요.
 
▲(김혜수)사람들이 "살아있는 존재가 다 아름답다"고 말하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선 매순간 우리가 쓸모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되죠. 연예계는 훨씬 더 현실적이고 비정하다고 할 수 있어요. 감정적으로 죽고 죽이는 걸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 같아요.
 
▲(김고은)저는 이제 4년차인데 생존에 대한 고민을 하기 보다는 영화 촬영이 끝날 때마다 항상 뭔가 얻어가고 배우려고 해요. 사실 항상 막내이고 싶은데 저보다 어린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 자꾸 생기네요. 막내 스태프들 중엔 절 누나라고 부르는 스태프가 있는데 누나라고 하지 말라고 해요(웃음).
 
◇배우 김고은(사진제공=장인엔터테인먼트)
 
-요즘 충무로에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이 잘 없잖아요. '차이나타운'은 두 명의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김혜수)그게 단지 비중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배우는 정말 제대로 갖춰진 생명력 있는 캐릭터를 만날 때 쾌감을 느끼죠. 아무나 맡아도 상관 없는 역할을 맡게 되면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거든요. 우리 영화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김고은)감독님도, 김혜수 선배님도 큰 용기를 내서 도전을 했다고 생각해요. 여성 캐릭터를 내세운다는 게 어떻게 보면 안전한 선택이 아닐 수도 있는 부분이잖아요. 제 입장에선 함께 도전하고 싶고, 참여하고 싶은 작품이었죠.
 
-'어벤져스2'와 맞대결을 펼치게 됐어요. 관객들이 극장에서 '차이나타운'을 봐야할 이유는 뭐가 있을까요?
 
▲(김혜수)관객들 입장에선 기존과 다른 여성 캐릭터를 만날 수 있고, 엄태구, 박보검, 고경표 등 이 영화에 출연하는 새로운 배우들을 관찰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요.
 
▲(김고은)오랫동안 여운이 남을 수 있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새해 목표가 '차이나타운'이 잘 되는 거예요.(웃음)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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