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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멸 증거 중 장부 없어"…검찰 헛다리 짚었나
박 상무측 "결정적 증거 없다" 주장
검찰 수사방향 선회 여부 '주목'
2015-04-24 18:52:37 2015-04-24 18:52:37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중인 검찰 특별수사팀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답십리동 경남기업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품이 담긴 박스를 들고 본사를 나서고 있다./사진 뉴시스
 
"결국 검찰이 찾는 건 이건 아니란 거다. 그 자료가 거기 있을리 없다."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 측 변호인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24일 박 전 상무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변호인 자격으로 박 전 상무와 함께 출석했다.
 
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박 전 상무는 이날 본인의 증거인멸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본인이 혐의를 인정했고 여러 증거가 뒷받침 되고 있으니 박 전 상무의 구속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문제는 인멸된 증거들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박 전 상무의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하고 그가 인멸한 증거 중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비밀장부' 등 이번 수사의 디딤돌이 될 만한 증거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상무의 뒤를 이어 긴급 체포된 이용기 비서실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같은 의심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박 전 상무 측은 인멸된 증거 가운데 비밀장부는 없다는 주장이다. 박 전 상무의 변호인은 "비자금 장부라는 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몇 박스가 아니라 대학노트 한 권일텐데 그런 식으로 트럭을 동원해서 빼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상무 측에 따르면 증거인멸은 총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로 실시된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지난달 18일 실시 된 1차 압수수색 직전 박 전 상무가 직접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성 전 회장이 "2차 압수수색이 들어올 것 같으니 정리할 건 정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기업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은 지난 15일 실시됐다.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지난 9일이니 추가 압수수색을 예상한 성 전 회장이 죽기 전에 미리 선수를 친 셈이다.
 
경남기업 안팎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성 전 회장은 경남기업에 대핸 자원개발 비리 의혹 수사가 시작되면서부터 '리스트'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검찰이 찾고 있는 비밀장부가 있다면 그 전에 성 전 회장이 직접 빼돌렸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결국 박 전 상무 측의 주장에 따르면 없앤 증거물들 중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의미 있는 자료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그는 어디까지나 피의자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 말이 사실이라면 필요 이상으로 특별수사팀이 증거인멸 수사에 힘을 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전날 최근의 수사에 대해 "증거인멸 의혹 확인 중 유의미한 것을 발견했다"며 "수사가 두 갈래가 됐다. 갈길이 멀다"고 말했다.
 
한편 박 전 상무는 이날 성 전 회장의 지시로 증거를 인멸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영장심사 도중 눈물까지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기철 기자(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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