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 중인 아르코예술극장의 갑작스런 휴관 결정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서울연극제 참가 극단들을 직접 만나 "힘들겠지만 (축제를) 끝내고 나서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보자"고 말했다.
박 시장은 12일 오후 6시경 서울 동숭동에 위치한 서울문화재단 대학로 연습실 지하 1관을 방문해 대관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울연극제 참가 단체들을 격려했다.
지난 3일 아르코예술극장을 운영하는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상급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는 무대 구동부의 이상 징후를 이유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을 오는 11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임시 휴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말 문예위와 서울연극제 사무국이 대관 탈락 사태로 갈등을 빚은 데 이어 이 같은 내용마저 뒤늦게 통보되면서 아르코 대극장에서 상연될 예정이었던 서울연극제 공연 일부가 현재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사진제공=서울연극협회)
이날 자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외에 김흥남 서울문화재단 본부장, 김혜정 서울시 문화예술과장을 비롯해 서울연극제 참가 극단인 극단 광장, 극단 76과 극단 죽죽의 연출가, 배우, 스태프들이 함께 했다.
박 시장은 극단 광장의 연극 '6.29가 부른 예고부고장'의 시연을 감상한 후 서울연극제 집행부 및 연출가, 배우, 스태프들과 토론을 벌였다.
먼저 박 시장은 "아르코예술극장이 서울시 관할은 아니지만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소극장이 대학로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간 서울시의 연극 정책에 대해서 반성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 시장은 "1기 때 연극발전종합계획도 만들었지만 본질적인 대책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됐다. 또 그 이후 여러가지 문제와 상황이 연극인들에게 어려움을 가져오는 것 같다"며 "연극의 생태계를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집중적으로 논의해보고 그 과정에서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전했다.
자리에 참석한 연극인들도 최근의 대학로 분위기와 관련해 기탄 없이 의견을 내놨다.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인 '물의 노래'를 준비 중인 극단76의 배우 기주봉은 "이 동네(대학로)가 연극 동네인지 잘 모르겠다. 뭔가가 변화돼야 할 것 같다"며 "이 고민을 나라에서 해야할 지 시에서 해야할 지 생각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로극장 폐관을 겪은 정재진 배우도 이 자리에 참석해 박 시장에게 "서울연극제가 2억9000만원을 가지고 진행 중인데 예산이 너무 작다"면서 "세계 10대 도시 안에 드는 곳에서 벌어지는 연극제인데 국제적인 연극제가 되도록 앞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서울연극제의 또 다른 참가작 '6.29가 부른 예고부고장'에 출연할 예정인 김태훈 배우는 미국 브로드웨이나 프랑스 아비뇽 축제의 예를 들며 정책방향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태훈 배우는 "예술이나 공연 그 자체만 보지 말고 복지, 관광 등과 연결하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순수예술을 도와주고 지원하자'가 아니라 이게 궁극적으로 서울, 나아가 한국을 경제, 문화, 관광, 복지 면에서 더욱 큰 도시로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이 가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학로에는 사람도 있고, 극장 인프라도 있는데 연극인들은 작품을 만드는 데 매진하느라 이걸 다 꿰서 어디로 가자는 큰 비전을 만들기는 힘들다"며 "좋은 자원을 다 묶는 큰 그림을 (시에서) 그려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박 시장은 함께 한 서울시 직원들을 향해 "연극인들의 레지던스, 탁아소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며 "매년 생각하는 수준의 예산으로는 안 된다. 실무적으로 깊이 있게 고민을 해보자"고 제안하는 한편, 극단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저희들한테 역으로 제의를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서울연극제 사무국은 서울연극제 참가 극단의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사용이 불가능해지자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을 대신해 사용할 다른 공연장을 물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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