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소셜미디어 시대의 출판 마케팅' 김류미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펴냄 | 1만3500원
온라인 마케터, 도서MD, 편집자, 팟캐스트 진행자 등으로 활약하며 출판에 대한 감각을 몸으로 익힌 저자 김류미가 쓴 책이다. 저자는 자신의 강점을 한껏 살려 소셜미디어 시대를 읽어내고, 출판의 과거와 현재를 살피며, 미래를 상상해보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소셜미디어 시대의 마케터는 커뮤니케이터가 돼야 한다'는 게 저자의 기본적인 생각이자 주장이다.
특히 최신 마케팅 트렌드를 꼼꼼히 살피는 가운데 틈나는 대로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점이 돋보인다. 중간중간 실린 미니 인터뷰는 책 전반에 대한 흥미를 돋운다. 비단 출판업계 관계자뿐 아니라 미디어 업계, 콘텐츠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꽤 솔깃해 할 만한 정보들이 가득 담겨 있는 책이다.
▶ 전문성 : 출판업계의 바닥과 생리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저자가 쓴 책이다. 현장감각을 토대로 한 전문성이 엿보인다.
▶ 대중성 : 콘텐츠 기획 및 소셜 마케팅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흥미를 자극한다. 특히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실사례가 더욱 풍성하게 제시돼 있다.
▶ 참신성 : 책 자체의 구성이 참신하지는 않으나 출판마케팅의 현재를 생생히 그려보이고 미래를 상상하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온다.
|
■요약
스마트 시대, 책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
모바일이 검색 중심의 인터넷 환경을 바꾸고 있다. 오늘날 콘텐츠의 소비는 모바일에서 일어나며 많은 경우 SNS에서 완결된다. 인터넷 시대 기업들의 경쟁이 ‘검색 기반의 통합형 서비스 제공’에 있었다면, 모바일 시대의 핵심은 바로 ‘관계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수직계열화’다. 출판마케팅 역시 검색에서 커뮤니케이션으로 변하고 있다.
‘소통’ 자체의 중요성을 넘어서 ‘소통의 맥락’을 설계해야 한다. ‘책의 맥락을 가장 잘 아는 이들에 의해 효율적으로 구조화된 소통’은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또 하나 ‘자기 분야에서 영향력을 가진 독자들’이 중요하다. 결국 전체 맥락을 설계하는 것, 즉 SNS 콘텐츠 전략이 중요하다.
큐레이션 시대다. ‘어떻게 책을 읽힐까’가 중요하다. 소규모 다품종 시대에 중소출판사는 마케팅이나 출간 방향 등을 잘 살려 강력한 ‘팬’을 구축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새로운 출판인력은 늘 새로운 도구를 찾고 개발해야 하며 전략적으로 판단하고 때로는 조직을 설득하며 짧은 시간 안에 도구를 익혀 효과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해내야 한다. 큐레이션의 시대에 편집자의 모습은 ‘내가 가진 안목으로 누군가에게 콘텐츠를 재규정’해주는 것이다.
책과 출판에 대한 콘텐츠의 소비가 이전과 다른 목적과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신문 북섹션은 꾸준히 줄고 있지만 책을 읽지 않는 사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거나 출판계의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는 오히려 더 자주 등장한다. 드라마에 PPL로 책 광고가 등장하는 일도 흔하며, 책을 다루는 새로운 미디어도 계속 등장한다. 언론이 찾아낸 활로 중 하나는 종이신문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주말판에서 인기 필자들이 출간을 염두에 두고 연재를 맡는 경우도 생겼고, 오피니언 리더 등 외부 필진을 적극 기용하고 판면과 레이아웃에 변화를 주기도 했다.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읽느냐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원하는 시간에 선택 가능한 수많은 콘텐츠들을 마주하게 된다. 앞으로 일반인들의 개인 콘텐츠 생산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과거의 강력한 영향력을 지녔던 매체들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다. 한편 앞으로 출판사에는 ‘책 만들기 그 이상’을 할 수 있는 사람, 디지털 리터러시를 가진 인력이 더욱 중요하다.
디지털 디바이스의 등장은 상대적으로 출판을 더 위축시킨 듯하다. 온라인서점의 등장으로 유통에 큰 변화가 일어났지만, 아직 기술을 통한 출판의 혁신이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문제는 사회의 모든 영역이 저성장 시대에 돌입한 것에서 기인한다. 출판은 사양세가 좀더 두드러질 뿐 사회 전체적으로 가능성을 낙관할 수 있는 산업 분야는 거의 없다.
어려운 건 출판사만이 아니다. 유통사 역시 어렵다. 서점들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유통사가 가지는 위험의 일정 부분을 출판사에게 전가하기도 한다. 광고나 프로모션에 대한 과도한 요구가 대표적인 예다.
온라인 서점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고객 충성도는 마일리지, 최저가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사이트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전략도 구사한다. 서점들은 폐쇄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SNS로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구현하는 등 개방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2013년 공시자료를 기준으로 할 때 성장을 한 출판사들이 각기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과 팟캐스트로 주목할 만한 사례를 만든 곳들임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출판은 이미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의 모습을 띠고 있다.
출판 마케팅 경쟁이 심화됐다. 2013년 민음사 공시 자료를 참고하면 매출 대비 마케팅비가 최근 10년간 12%를 상회함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저작권료까지 합치면 제작비 원가를 제외하고 거의 매출의 15%가 ‘과도한 마케팅 경쟁’에 쏟아져 들어간다.
많은 출판사들이 SNS를 운영하고 있다. 마케팅에 큰 비용을 집행하기 어려운 1인 출판사나 소규모 출판사에게 SNS는 그나마 쉽게 할 수 있는 마케팅 중 하나다. 출판사들이 웹에서 확보해야 할 것은 사실 개별 출판사들의 브랜딩이다. 출판사의 브랜딩은 곧 출간 방향이며, 이에 대한 캠페인과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것은 담당자보다는 책임자 또는 관리자라는 점에서 브랜드 매니저로서 마케터의 역량은 보다 많은 지점에서 검토되고 고민돼야 할 것이다.
웹 마케팅은 어떻게 변화해왔는가
블로그와 카페는 커뮤니티 마케팅의 시작이었다. 그린비출판사 블로그,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 북스피어 블로그 등이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SNS 시대에는 저자만큼이나 출판사 자체도 중요해졌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그 예를 잘 보여주고 있다. 책은 만들고 쓰는 것이 모두 ‘사람’이기 때문에 상품이 퍼져나가는 맥락에서 ‘사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SNS 활동을 잘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꾸준히 콘텐츠를 올리는 성실함과 웹 콘텐츠에 대한 감이다.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감각이 중요하다.
2000년대 후반 외서의 선인세가 높아지고 유명 저자 중심의 기획 쏠림 현상이 생기자 자연스럽게 영상의 중요성이 커졌다. 과거라면 저자가 방한하는 것 외에 홍보 수단이 없었지만 영상이 있는 경우라면 저자의 영상에 자막 번역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 출판사가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책 낭독회, 저자와의 만남, 강연 행사를 실시간으로 중계하거나 녹화해 올리는 등 콘텐츠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도입됐고, 이는 이후 팟캐스트가 등장하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현재 북트레일러는 초기의 뜨거운 반응과 달리 서점의 매대를 꾸미는 한 가지 방법 정도로 이용되는 실정이다. 북트레일러가 지나치게 길어지고 전체적인 퀄리티가 상향 평준화됨에 따라 출판사들도 독특한 요소가 없다면 영상을 구현하지 않는 추세다. 북트레일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와 영상의 긴밀도다. 목적과 채널에 맞는 후속작업은 필수이며, 이는 믹스 마케팅 형태로 풀어내는 것이 좋다.
TV광고를 진행한 책들은 작가의 연령대와 상관 없이 타깃 독자가 비교적 다양한 연령층에 분포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스티브 잡스(민음사)’처럼 누구나 인지하는 책의 경우는 포털 상단의 메인 배너 광고를 진행할 수도 있다. 또 출판 콘텐츠 판매에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 전자제품 제조사나 전자책 제작사 등 관련 파트너사들이 자사 서비스나 상품의 홍보를 위해 책을 중심에 놓고 TV 광고를 진행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시장 동향을 잘 파악하고 적절한 포지셔닝을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여러가지 마케팅 도구들이 등장하자 콘텐츠의 장기적인 소비를 가능케 하는 플랫폼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그 중에서 출판사들이 성공적으로 진입한 플랫폼 중 하나가 팟캐스트다. 위즈덤하우스의 ‘이동진의 빨간책방’, 문학동네의 ‘채널1’, 창비의 ‘라디오 책다방’, ‘진중권의 문화다방’, 휴머니스트의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다산북스의 ‘김진애의 책으로 트다’ 등이 그 예다. 팟캐스트는 책의 발견성을 높여주는 것, 즉 큐레이션을 효과적으로 해주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과도기적으로 등장한 마케팅 중 하나는 무료 책 소개 앱을 개발하거나 전자책 미리보기를 만들어 종이책 홍보에 활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홍보용 앱들은 더 이상 제작되지 않고 있다. 출판사가 스마트폰 시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책별로 콘텐츠 비즈니스를 진행할 수는 없다는 현실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지금은 새로운 도구를 개발하기보다는 효과를 철저히 따져 전략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하는 시기라 볼 수 있다. 요즘 새롭게 등장한 마케팅 채널 중 하나로는 소셜커머스를 꼽을 수 있다.
소셜미디어 마케팅, 어떻게 할까?
SNS는 크게 불특정 다수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개방형 SNS와, 지인들 위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개방형 SNS와, 지인들 위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밴드, 카카오톡, 스냅챗 등의 폐쇄형 SNS로 나눌 수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출판사가 얻을 수 있는 효과로는 브랜딩, 타깃 독차층의 반응 예측, 매체력 확보, 블로그 등과의 연계, CS 기능 등이 있다. 온라인마케팅이 출판사 매출을 얼마나 증가시켰느냐에 대한 확실한 통계치를 제시하기는 어려우나 콘텐츠에 대한 집중을 높이고 개별 브랜드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트위터가 다른 SNS와 다른 점이라면 누군가가 대신 운영해주기보다는 명사들도 ‘자기 콘텐츠’나 ‘캐릭터’를 확실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것은 초기부터 트위터에서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분야가 IT를 제외하고는 출판이라는 점이다. 트위터는 특정 성향을 가진 사용자들에게 잘 맞는 서비스다. 또한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내는 데 최적화된 플랫폼이다. 트위터가 비록 성장세 둔화를 보이고 있지만, 모든 계정을 대상으로 도달률과 참여율을 보여주는 상세 분석 기능을 제공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고, 자체 파급력과 링크를 통한 도달률이 현격히 높다는 점에서 당분간 그 기세는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페이스북은 세계에서 가장 큰 SNS다. 페이스북의 가장 큰 특징은 담벼락, 즉 뉴스피드의 모습에 있다. 웹에서의 퍼블리싱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페이스북 초기에는 출판사에서 출판사 이름으로 된 계정을 생성해 개인 담벼락을 관리했으나 요즘은 페이지를 운영하는 추세다. 서점 역시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페이지를 활용하면 독자와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가 있다. 출판사 입장에서 페이지북 페이지는 딱딱하고 정적인 홈페이지의 단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더욱 효과적인 채널이 되어준다. 페이스북은 트위터에 비해 개인의 자유도가 훨씬 높고 광고를 통해 빠르게 구독자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페이스북은 국내에서 사용자가 계속해서 유입되고, 책 DB 연동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어서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팟캐스트는 SNS와 함께 주목받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다. 흥미로운 점은 일반 기업들은 아직 진입하지 않고 있는 소셜미디어 중 출판사가 가장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플랫폼이 바로 팟캐스트라는 점이다. 이는 팟캐스트 진행자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가진 이들, 즉 필자군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말발과 진행력, 팬을 가진 진행자를 통해 책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함으로써 매체력과 발행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또 팟캐스트를 통해 저자를 키워나갈 수도 있다. 인기 필자들이 팟캐스트를 운영하거나 팟캐스트를 통해 인기를 얻은 이들이 필자가 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밖에 팟캐스트에서는 기존의 올드미디어가 수익적인 이유로 고려하지 않았던 소규모 대상의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진다.
출판 마케팅의 게릴라들
스마트 시대에 새로운 콘텐츠들이 출현하고 있다. 전자책 전문 서점 리디북스에 하상욱 단편시집 ‘서울시’ 전자책은 그런 예 중 하나다. 카카오톡(현 다음카카오)은 2013년에 모바일 전용 콘텐츠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지를 오픈, 전자책 서비스를 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유료 구독 모델을 도입했는데, 당초 예상했던 출판 관련 콘텐츠보다는 장르소설 등 특화된 분야에서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분절성과 짧은 호흡을 콘텐츠가 아닌 서비스에 적용해볼 수도 있다. 기간제 대여 모델의 전자책 서비스를 시작한 오이북스나 단말기와 콘텐츠 월 이용권 약정 모델을 적용한 교보문고의 샘이 그 예다.
전자책 전문회사인 리디북스는 무료 전자책 시리즈인 ‘리더를 읽다’, 제이슨 므라즈의 내한 공연에 맞춘 ‘칼럼북’, 문학 전문 연재 앱인 ‘스토리 홀릭’ 등 전자책 독자를 넓힐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콘텐츠의 포맷 자체가 마케팅이 되고 있는 예들이다.
SNS와 북트레일러를 이용한 소셜 마케팅 사례로는 어크로스의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책은 구체적인 독자로 ‘생활 경제나 경제학 일반에 관심이 있는, 아침에 운전을 하며 라디오를 듣는 30~40대 초반의 IT 환경에 익숙한 회사원 남성을 상정했다. 책 내용을 담은 인포그래픽은 SNS 채널에 올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또 스크라이빙 북트레일러를 활용하기도 했다. 스크라이빙 영상 기법이란 프레지와 테드 강연이 결합된 모습으로 강연자가 짧은 발표를 하면 그에 맞춰 스케치를 한 영상을 편집해 빠르게 재생을 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마케팅이 중요하다 해도 여전히 기본적인 마케팅은 서점 영업이다. 아직까지는 온라인서점의 메인 노출이 제일 중요하다.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의 경우 메인 노출을 잘 받았고, 온라인서점과의 연계를 통한 프로모션들이 기본적으로 매우 잘 이뤄졌던 책이다. 결국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함께 이뤄져야 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앱은 가장 성공적으로 퍼블리싱된 도서 앱이자, 출판사가 모바일 시대에 맞춰 무엇을 어떻게 기획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 사례였다. 성공 요인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는 질 높은 콘텐츠를 완성도 높게 구현한 점이고, 두번째는 새로운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잘 알렸다는 점이다. 열린책들은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개발사를 찾았다. 북잼은 판면을 유지하려는 레이아웃에 대한 고집이 보이는 업체였다. 본격적인 앱 출시를 앞두고 열린책들은 페이스북 담당자의 캐릭터를 정했다. 그리고 ‘만약 열린책들에서 전자책을 한 권 선물한다면 어떤 걸 받고 싶은가요?’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페이스북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 또 하나의 비장의 무기는 ‘오픈 파트너’였다. 오픈 파트너는 유료 회원의 개념으로 199달러의 가입비를 지불하면 ‘세계문학’ 앱에서 판매하고 잇는 40권의 책은 물론이고, 향후 업데이트 될 예정인 200권의 책을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한빛미디어의 ‘린 스타트업’, ‘프로그래머로 사는 법’은 슬라이드를 잘 활용한 사례다. 게시 이틀만에 7만 명이 열광한 이들의 슬라이드는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본 문제를 공감이 가도록 재밌게 설명하고 있다. 일련의 사례에서 보듯 콘텐츠 마케팅의 핵심은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효과적인 툴을 찾아내 자유롭게 조율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출판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다
2010년을 전후해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설립 붐이 이어진 가운데 출판계에도 다양한 관련 분야의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출판계 협동조합의 경우 기존 출판사의 경영 방식과 기업 지배 구조가 가진 문제점에 대한 대응으로 출발한 경우도 많았다. 출판사들이 모여 공동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땡땡책협동조합의 경우 인문사회과학의 독서 시장을 넓히고, 불합리한 유통 관행을 깨고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전자책 협동조합 롤링다이스는 젊은 세대가 모여 각자 자신의 일을 하면서 내고 싶은 책을 ‘전자책’으로 내는 협동조합이다. 2012년에 설립해 총 21종의 전자책을 출간했으며, 헬스 분야 스테디셀러를 가지고 있는, 10명 내외의 조합원들이 모여 활동하는 전자책 전문 출판사다. 이들은 처음에 독서모임에서 만났고 8명이 100만원씩 출자해 자본금을 마련했다. 사업을 시작할 때는 학생이거나 각자 생업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롤다에서 전문 분야를 개발해 취직을 하거나 이직을 하는 시너지를 일으키기도 했다. 롤링다이스의 정체성을 반영한 책은 판매와 상관 없이 꾸준히 내려 한다. ‘굴려라 총서’ 시리즈는 롤링다이스의 가치를 담되 사회적 마이크가 되고자 한, 가장 롤링다이스스러운 기획이다. 반면 실용서는 자유롭고 재미있게 만들고자 한다. 상근자를 두지 않기 때문에 내부 인건비를 계산하지 않고 고정비를 안에서 해결하기는 하지만, 롤링다이스는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롤링다이스는 단순히 단기간 수익을 얻는 곳이 아니라, 지속되는 느슨한 연대이자 자신의 일을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교정과 창고 정리 작업에 독자들을 동원해 일을 시키는 출판사, 북스피어도 있다. 북스피어 사장은 장르문학 전문 소식지 ‘르지라시’를 발행, 편집하기도 한다. 2005년에 설립한 북스피어는 시작부터 남달랐다. 첫 책은 8권짜리 장르소설 ‘아발론 연대기’였다. 아발론 연대기의 경우 소위 박스작업이라는 걸 할 때마다 독자들을 부르는데, 어느새 반년마다 하는 북스피어의 정기행사가 됐다. 출판사 블로그는 이글루스에 처음 열었는데 1~2년은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꾸준히 글을 올렸다. 티스토리로 옮기면서 콘셉트를 바꿨는데 장난을 치며 블로그에 캐릭터를 담기 시작하자 독자들이 좋아해줬다. 북스피어는 이스터에그(제작자들이 상품을 만들며 알아보기 어렵게 장치를 해두는 장난)을 책에 숨기는 걸로도 유명하다. 북스피어 이벤트에 정점을 찍은 것은 독자 북펀드였다. 측정할 수 없는 마케팅이 브랜딩을 만들고 있다.
지역 출판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남해의봄날은 스토리텔링 기획 등 지역 비즈니스와 출판을 함께 하는 회사다. 남해의봄날은 출판을 지역 주민들에게 억지로 이해시키기보다는 책을 꾸준히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해가 넓혀지리라 믿었다. 기획한 책들로는 ‘가업을 잇는 청년들’, ‘서울 부부의 남해 밥상’ 등이 있다. 남해의봄날의 첫번째 비즈니스는 새로 지은 통영거북선호텔의 공간 스토리텔링 컨설팅이었다. 최근에는 지역 특산품을 전국 브랜드로 개발하는 일도 맡고 있다. 남해의봄날의 책은 지역을 다루는 로컬북스와 대안적인 삶을 이야기하는 비전북스,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출판사가 자리를 잡는 과정이다 보니 유명 저자의 책보다는 출판사 기획이 돋보이는 책을 잘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필자에 의존하지 않고 기획과 콘셉트로 승부하는 것이 방침이다.
지난 몇 년간 출판계에서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실험이 부쩍 늘었다.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카페꼼마’, 합정역 근처의 ‘후마니타스 책다방’, ‘인문까페 창비’, ‘자음과모음’, 다산북스 카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의 북카페는 홍대 카페 골목에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나름의 콘셉트로 오랫동안 카페를 운영해온 출판사도 있다. 디자인 서적을 취급하는 ‘북카페 정글’, 동양북스의 ‘플레이카페 옆’, 에디토리얼카페 ‘비플러스’ 등이다. 이 밖에 파주에도 많은 출판사의 북카페가 있다.
광화문 한복판에 있는 푸른역사아카데미는 매달 8~10개 정도의 고정 강좌와 특별 강좌 등의 행사가 수시로 진행되는 대안 교육 공간이다. 푸른아카데미의 태동은 시의적인 주제를 공유하며 만들어온 ‘사랑방 모임’에서 시작됐다. 이 모임의 호응이 좋았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도 참여할 수 있게 사랑방을 확대하면서 필자 간 또는 독자와 필자가 직접 소통하는 고리를 만들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서점이 감소하고는 있지만 독립 출판의 붐과 더불어 특색 있는 서점 역시 등장하고 있다. 카페를 겸업하는 경우도 있는데 한 예가 땡스북스스튜디오가 운영하는 홍대 앞 동네서점 ‘땡스북스’다. 직원들이 ‘금주의 땡스, 북스!’와 ‘땡스, 초이스!’, ‘땡스북스 금주의 책’ 등을 골라 책을 추천하고 전시를 하며 이를 SNS 등의 채널에도 공개하고 있다. 땡스북스의 비전은 ‘책과 디자인을 중심으로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다같이 성장하고 사회에 기여한다’이다. 땡스북스는 디자인 도서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일반 단행본을 취급하는 셀렉트숍이다. 쇼룸은 땡스북스만의 차별점이다. 땡스북스는 주기적으로 한바퀴 둘러보려고 오는 단골들이 꽤 많다.
콘텐츠 비즈니스의 미래는 어디로 가는가
아마존의 서적 판매는 롱테일의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일반 서점들은 재고 비용 때문에 ‘팔리지 않는 책’을 서가에 비치하지 않지만 아마존닷컴은 도서 목록에 무제한 올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매출을 만들고 있으며 바로 이 공룡 꼬리에 주목하라는 것이 ‘롱테일 경제학’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 꼬리 부분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바이럴 마케팅과 온라인 마케팅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아마존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과 함께 롱테일에 대한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아마존은 원클릭 결제와 추천 알고리즘으로 최고의 상점으로 자리매김했으나, 사실상 독점권을 가지고 공급자와 판매자들에게 힘을 행사하고 있다.
웹 환경의 변화에서 콘텐츠 소비자들의 참여도를 높이는 것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댓글은 줄거나 없어지는 추세다. 더욱 간단한 피드백으로만 돌아가는 서비스들이 늘어났다. 이제는 리뷰는 잘 올라오지 않거나 그마저도 SNS의 단평뿐이다.
웹 2.0 시대의 마케팅이 콘텐츠 제공자가 콘텐츠를 제작해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알리는 것이었다면, 웹 3.0 시대는 서비스 안에서 뛰어난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발견성을 높여주는 큐레이션 서비스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도 한 예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데이터마이닝, 웨어러블 디바이스, 사물인터넷 등도 중요해지고 있다.
출판사들은 스스로 소셜미디어에 뛰어들어 홍보를 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궁극적으로 직접 온-오프 콘텐츠를 생산하는 콘텐츠 퍼블리싱 모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출판은 세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위키백과’와 같은 소셜 출판의 형태다. 두번째는 전통적인 의미에서 강력한 콘텐츠를 가진 유명인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출판을 하는 사례다. 세번째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독서활동이다.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독자에게 편의성을 주어야 한다. 독자가 돈을 지불하는 것은 환산이 어려운 콘텐츠의 경제적 가치가 아니라 편의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뢰도 높은 콘텐츠가 필수적이다. 미국에서도 미디어 분야는 두 가지 모델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나는 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고급 콘텐츠의 유료 구독 모델이며, 다른 하나는 버즈피드식의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극대화한 무료 콘텐츠다. 콘텐츠 산업은 철저히 수용자 중심의 양극화로 갈 것으로 예측된다.
웹에서의 읽기의 변화는 어떤 환경에서 이뤄질까. 첫째는 모바일 사용의 확대와 이에 따라 중요해지는 것은 모바일 시대에 맞는 콘텐츠와 반응형 디자인, 사용자경험(UX)이다. 두번째는 폐쇄형 소셜미디어를 통한 콘텐츠 유통의 가속화다. 세번째는 수용자 중심의 새로운 콘텐츠 포맷의 등장이다. 네번째는 사용자의 위치나 연령, 성별 등의 정보가 자동으로 수집돼 이에 맞춘 콘텐츠가 활성화된다는 점이다. 다섯번째로 큐레이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여섯번째는 실시간 저널리즘이다.
■연관 책 추천
‘함께 쓰는 출판마케팅'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엮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펴냄
‘출판마케팅 실무노트' 이시우, 천정한 지음 | 투데이북스 펴냄
김나볏 문화체육팀 기자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