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영화리뷰)'장수상회', 강제규식 황혼 로맨스
2015-04-02 14:31:43 2015-04-02 14:31:43
◇영화 '장수상회'의 한 장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장수상회'는 두 가지 점에서 독특한 영화다. 이 영화는 70대 노인들의 사랑을 주제로 삼았다. 젊은층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주로 담아내는 요즘 충무로의 흐름을 거스른다. 강제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것 역시 눈에 띄는 부분.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마이웨이' 등 폭탄이 펑펑 터지는 선 굵은 전쟁 영화를 선보였던 강제규 감독의 첫 로맨스 영화다.
 
'장수상회'는 주인공 성칠(박근형)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해병대 출신의 70대 노인 성칠은 고집불통의 인물이다. 자존심도 세다. 그러다 금님(윤여정)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심술 궂은 표정으로 동네 사람들에게 소리지르기 일쑤였던 성칠은 금님을 만난 뒤 미소를 짓기 시작한다. 연애에 서툰 남자와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가주는 새침한 여자. 두 사람의 사랑은 젊은 커플의 풋사랑을 연상시킨다.
 
'장수상회'를 통해 보여주는 박근형의 연기는 압권이다. 50년 이상 연기를 해온 베테랑 배우의 저력을 발휘한다. 박근형은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성칠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그가 TV 드라마를 통해 주로 보여줬던 카리스마 넘치는 회장님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이렇게 박근형은 런닝 타임 내내 원맨쇼를 펼친다. 그리고 이 70대 노배우는 청춘스타인 김수현과 이종석, 충무로의 흥행보증수표인 하정우와 최민식이 없어도 충분히 관객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인다.
 
베테랑 배우가 단단히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가운데 조진웅, 한지민, 황우슬혜 등 젊은 배우들은 제 역할을 별 무리 없이 해낸다. 이번 영화를 통해 첫 연기 도전에 나선 엑소 찬열의 등장도 상큼하다.
 
강제규 감독은 자신의 방식으로 성칠과 금님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블록버스터 전문 감독'으로 불리는 그는 조금은 세심하지 못한 방식으로 70대 노인들의 로맨스를 담아냈다. 하지만 곳곳에 유머를 적절히 배치하고, 연기파 배우들이 충분히 연기력을 뽐낼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관객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쉬리'로 600만, '태극기 휘날리며'로 1000만 관객을 동원했던 흥행 감독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장수상회'는 성칠과 금님의 사랑을 통해 세대 간의 교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두 사람과 장수(조진웅), 민정(한지민), 박양(황우슬혜), 민성(찬열), 아영(문가영) 등 주변 인물들의 세대를 넘나드는 호흡이 이 영화의 볼거리 중 하나다.
 
영화는 후반 극적인 반전을 맞는다. 이 반전 이후 '장수상회'는 평범한 사랑 이야기에서 특별한 사랑 이야기로 변신한다. 영화는 속도 있게 전개되면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그리고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아련한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다면,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눈물 닦을 손수건이나 휴지는 필수. 오는 9일 개봉한다.
 
-한줄평: '꽃할배'가 보여주는 연기의 정석
-토마토 평점: 7.5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