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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왜 지배층만 잘살까
<국가는 잘사는데 왜 국민은 못사는가>
도너스 발렛·제임스 스틸 공저 | 이찬 옮김 | 어마마마 펴냄
2015-03-29 07:37:34 2015-03-29 07:37:34
<국가는 잘사는데 왜 국민은 못사는가>는 미국 지배층이 자신을 살찌우면서 중산층의 생존 기반을 허물어뜨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책 변화를 주장하는 책이다. 70대가 훌쩍 넘은 미국 기자들이 썼다. 이들은 누구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던 '아메리칸 드림'이 누구든 내려갈 수 있게 바뀐 미국 곳곳을 취재했다. 미국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면서 다양한 통계와 인용으로 설득력을 더했다. 
 
책은 "미국 대기업들이 많은 일자리를 외국에 보내버려 자국 일자리를 없앴다"며 "월스트리트는 기업에 단기 실적을 강조하며 정규직을 계약직으로 바꾸고, 노동자를 해고하도록 압박했다"고 설명한다. 세제 또한 부자들과 다국적 기업에 유리하게 바뀌고, 의회까지 이런 움직임에 동조해 중산층 몰락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일은 주도하는 지배층을 "다른 이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자신들이 이미 누리고 있는 삶의 편익만을 극대화하려는 자들과 정치가들이 혼합된 집단"이라고 정의하며 변화를 촉구한다. 이쯤 하면 벌레들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지배충'이라 할 만하다.
 
그러면서 공공 정책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없다면 미국인에게 암울한 시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세제 개편과 금융거래세 도입은 물론 정부 보조금을 받은 외국 기업 상품의 수입 제한을 대안으로 내세운다. 미국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라는 점에서 불편한 대목도 있으나, 일자리·연금 축소 등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모습의 미래 버전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있다.
 
▶ 전문성 : 저자들은  퓰리처 상을 두 번 수상한 미국 기자들이다. 도너스 발렛은 79세, 제임스 스틸은 72세다. 이들은 현장 취재와 다양한 통계, 기존 보도 인용을 통해 작은 현장에서 큰 그림으로 나아가며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 대중성 : 음료수병을 모아 번 돈으로 의료비를 내는 69세 할머니, 일자리를 잃은 41세 노동자의 자살, 고용을 창출할 수 없는 지역 공장과 글로벌 대기업 애플,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부유층의 생생한 사례들은 마치 우리나라 이야기 같다.
▶ 참신성 : 부자에 유리한 나라. 물릴 정도로 자주 얘기되는 주제다. 바뀌지 않는 것이 문제다.
 
 
■요약
 
중산층에 대한 공격
 
월스트리트를 살찌우고 (2009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대침체'를 촉발시킨 금융 규제 완화는 경제 엘리트 그룹이 미국 경제에 대한 통제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 가운데 최신 버전일 뿐이었다. 그들이 한 일은 다음과 같다. 중산층 부담을 가중시키는 조세 제도를 만들고 경제 규제를 완화해 전체 산업 노동자의 일자리를 없애거나 임금을 낮췄다. 금융 부문에서는 가치도 없는 모기지 담보 증권 사업을 투기적인 목적으로 광범위하게 재점화시켰다. 주가를 올리고 배당금을 늘리며 임원 보상을 늘리기 위해 기업들을 부추겨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하게 해 미국 내 일자리를 없앴다. 문제는 그 누구도 미국 노동자에게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개발도상국 국민을 세계의 중산층으로 만드는 대가로 자신의 미래가 박탈될 것이라는 점을 얘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지배층은 중산층을 보호할 필요성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이들의 관심은 세계화로 인해 중국과 인도의 중산층이 가져다줄 부의 기회로 넘어가있었다. 지난 2010년 미국 상위 1%는 연간 평균 소득은 95만달러에 달하지만, 하위 90%는 3만6000달러에 불과하다.
 
자유무역의 대가
 
미국의 제조업이 침체한 것이 새로운 소식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월스트리트와 지배층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왜 취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어째서 이것이 세계무대에서 미국의 시대가 끝나고 있음을 상징하는지 등이다.
 
세계를 지배했던 미국 제조업의 종말은 흔히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경제를 따라잡으면서 일어난 피할 수 없는 결과로 묘사됐다. 하지만 제조업 일자리의 운명을 결정지은 주된 원인은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저버린 워싱턴 정계와 월스트리트가 만들어낸 경제 정책 때문이었다. 그 대신에 이들은 다수의 희생으로 소수가 부자가 되는 정책을 채택하고는 이를 자유무역이라고 불렀다. 가령 20년 전과 유사한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 항공 산업에는 지난 1990년 노동자 40만명이 일했으나, 지난 2010년에는 27만5000명만이 일하고 있다. 이유는 다른 다국적 기업들처럼 보잉사도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해외로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을 제외하고 어느 나라보다 많은 항공기를 보잉으로부터 사들이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가로 보잉은 중국에 항공기 생산을 점점 더 많이 맡기고 있다. 워싱턴 정계와 대기업들은 해외에서 악랄하게 노동자를 착취하는 공장 주인들과 미국 내 기회주의적인 다국적 기업들을 위해 노동자와 소기업을 저버렸다.
 
혁신의 허구:애플의 선택
 
애플의 파운틴 공장에서 일한 한 부부는 "우리는 퇴근한 후에도 애플, 애플, 애플 하면서 애플에 대해서만 끊임없이 이야기했고, 넒은 집에 살았고, 그때는 이대로 영원할 것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996년 애플의 실적이 떨어지자 월스트리트의 금융가들은 이 회사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결론 내렸고, 회사는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자산을 팔아야 했다.부부가 일했던 파운틴 공장은 문을 연지 4년 만에 매각됐다. 월스트리트의 무자비함은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성과에만 초점을 맞췄다. 애플은 생산을 중국으로 옮겨버렸다. 중국 폭스콘 공장 노동자는 하루 10~12시간 일하며, 초과근무 수당 없이 일할 때도 있다.
 
실체 없는 일자리
 
미국에서는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도 적은 관세 혹은 무관세로 수입되거나 아웃소싱될 수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 생산이 어디서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고려되지 않는다. 상품은 노동환경에 대한 규범이나 환경 규제가 없는 국가의 위험한 환경에서 값싸게 생산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을 운영하는 이들에게 그것은 상관없는 일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게 시장이 작동하는 원리죠."
 
이것은 시장의 작동 원리가 아니다. 이것은 그들이 자신들만을 위해 돌아가도록 만든 시장이다. 지배층은 미국을 개방해 무제한으로 수입품이 들어오도록 하면 사회 전체가 이익을 볼 것이라는 사고를 퍼뜨렸다. 미국이 다른 국가들로부터 사들이면, 다른 국가들도 미국으로부터 사갈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자유무역은 미국에서 인건비를 떨어뜨리거나,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일자리를 해외로 내보내도록 했다.
 
세금을 훔치는 사람들
 
대다수 미국인은 부자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지배층은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오늘날 미국은 소수가 다수를 위한 정책을 결정한다. 이는 민주주의가 나갈 방향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1955년 가구 소득 기준 최상위 부유층 400명은 수입의 51.2%를 연방세로 냈으나, 지난 2007년 최상위 부유층은 수입의 16.6%만 연방세로 냈다. 이 통계는 부자를 등쳐먹자는 진보주의 싱크탱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미국 국세청 통계다.
 
은퇴의 끝:사라진 연금
 
지난 1985년 이래 기업들은 연금 제도 8만4350개를 없애버렸다. 연금은 보통사람들에게 퇴직 이후의 삶을 보장하던 것이었다. 퇴직연금 적립을 그만두면서 절약된 돈은 이제 중역들의 급여나 배당금, CEO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업에 사용된다. 의회는 이에 동조하거는 데 그치는 것뿐만 아니라 이런 변화가 직원들에게 최선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처럼 가장하여 유권자들을 배신했다. 유나이티드 항공에서 승무원으로 25년간 일한 로빈 길린저(49세)는 "만약 남편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내가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어떻게 하죠?"라고 묻는다.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서다. 
 
규제완화 : 파괴의 서막
 
미국인들은 정부의 규제가 일자리 창출과 산업 발전, 기업가 정신을 방해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워싱턴에서 만들어지는 규제들은 미국이 잠재력을 발휘하는 것을 방해하는 최악의 장애물이라는 것이다. 누구도 그것에 대해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정부의 부재로 누가 이익을 얻는가? 규제 감독이 사라지는 것을 진정으로 바라는 이들은 누구인가?" 기업 경영진들과 경제 엘리트들에 대한 정부의 개입과 법규가 줄어드는 것은 그들 마음대로 국가를 경영할 더 많은 자유를 의미했다. 
 
세계화의 속임수
 
미국 정치가들은 항상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왜 늘 일자리를 없애고 있는 것일까? 미국에서 좋은 일자리들이 파괴되는 사태의 주원인은 규제 없는 자유무역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이었다. 
 
다시 꾸는 꿈: 다수가 지배할 수 있을까?
 
중산층이 직면한 모든 경제적 도전 중에서 가장 바로잡기 쉬운 분야는 세제다. 해야 할 일이라곤 최상위 납세자들에게 적용될 일련의 세율을 도입하는 것뿐이다. 이렇게 되면 1년에 38만8000달러는 버는 납세자가 5000달러 버는 이들과 동일한 세율 구간에 있는 모순이 사라질 것이다. 대기업이 극적인 혜택을 받고 있는 법인세를 개혁하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의 법안을 폐기하고 모든 사람이 공평한 대접을 받는 체계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면 월스트리트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에 판매세를 적용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부 보조금을 받은 상품의 수입을 제한하고 다른 국가들이 미국 상품에 대해 장벽을 낮추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모든 변화를 위해 국민이 승리해야 한다. 중산층은 자신의 경제적 생존을 당파적 충성심보다 앞에 둬야 한다. 
 
■책 속 밑줄 긋기
 
"최소한의 의료보험이나 생존을 위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길가에 버려진 깡통을 모아 자유 기업 정신대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던 그녀는 기력이 다해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정부의 부재로 누가 이익을 얻는가? 규제 감독이 사라지는 것을 진정으로 바라는 이들은 누구인가?"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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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IT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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