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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IB 참여' 이후 한반도..사드(THAAD)가 온다
'미국 vs 중국' 각축장 성격 더 짙어질 듯
2015-03-27 19:16:10 2015-03-27 19:16:10
[뉴스토마토 황준호기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두고 고심하던 정부가 결국 참여 결정을 내림으로써 어려운 숙제를 하나 마무리했다.
 
AIIB는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이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개발도상국가의 건설, 전력, 통신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목표로 한다.
 
AIIB는 시진핑 주석이 국가 차원의 전략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일대'는 중국-동남아-아프리카로 이어지는 해상로를 뜻하고, '일로'는 중국-중앙아시아-유럽으로 이어지는 육상로를 말한다.
 
따라서 AIIB는 기본적으로 이 육상로와 해상로 건설에 필요한 돈을 융통하는 은행이다.
 
미국이 가지고 있는 국제 금융의 패권을 중국이 흔들려는 시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세계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큰 그림이다.
 
한국에서는 중국이 원하는 AIIB 참여와 미국이 원하는 사드(THAAD. 종말 단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가 엮여 마치 동북아 이슈인 듯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 AIIB는 한반도 보다는 중앙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전략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
 
이처럼 AIIB와 사드는 당초 직접 관련된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두 문제가 같이 부각되는 바람에 정치적으로는 관련된 문제가 돼버렸다.
 
그러다 보니 '중국이 원하는 AIIB 가입을 했으니, 미국이 원하는 사드 배치를 허용하는 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외교'라는 주장도 한편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제·금융 사안인 AIIB와 정치·군사 사안인 사드를 주고받기 식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단순 논리라는 지적도 많다.
 
결국 사드 배치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명분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는 일단 'AIIB와 사드는 전혀 별개의 문제로, 같이 묶어서 생각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사드를 빨리 배치하라는 요구에 대해 외교부 대변인은 "무리하게 시기를 조절하는 식의 외교는 안 한다"는 말로 시간을 두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성격으로 볼 때, 시기를 조절하긴 해도 결국은 배치 쪽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은 합참의장 등이 배치를 받아들이라고 압박하는 식의 발언을 여러 번 했고, 다음 달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의 방한과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고위급 회의 등을 거치면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금은 'AIIB와 사드가 별개'라고 하지만, 만약 사드 배치를 결정할 경우에는 '별개가 아니다'라는 논리를 펼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AIIB에 대한 미국의 거부감에 비해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가 명확하고 강력하다는 점.
 
특히 그동안 사태를 관망하던 러시아가 지난 24일 외교부 공보실 논평을 통해 "동북아의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는 새로운 골칫거리일 수 있다"고 경고한 점이 주목된다.
 
만약 '한반도 사드 배치' 쪽으로 기울게 되면, 한반도는 중국·러시아와 미국·일본 양 진영의 더 첨예한 각축장이 될 수밖에 없다.
 
◇최희남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이 27일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우리나라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과 관련브리핑을 하고 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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