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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하이스코 합병 '확정적'..포스코 '사면초가'
현대제철, 모그룹 지원에 내수 싹쓸이..현대하이스코 합병으로 해외까지
포스코, 검찰 수사에 대내외 신인도 급락..해외사업 곳곳에서 '차질'
2015-03-27 11:37:08 2015-03-27 11:37:08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현대제철(004020)의 몸집 불리기가 끝이 없다. 2013년 3고로 체제 완성에 이어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부, 동부특수강, SPP율촌에너지를 합병하더니, 이번에는 현대하이스코의 전체 흡수합병에 착수했다. 내부 검토와 준비는 이미 마친 단계로, 정몽구 회장의 최종 재가만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의 급격한 성장으로 위기감을 느끼는 곳도 있다. 철강의 대명사 포스코다. 현대제철이 범현대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주요 전방산업의 물량을 움켜쥔 것도 모자라, 해외법인이 최대 강점인 현대하이스코마저 온전히 품에 안을 경우 해외에서도 경쟁도 한층 격화된다. 최근 검찰 수사로 대내외적 신인도가 급락하고 있는 포스코로서는 이만저만한 부담이 아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정문 전경(사진=뉴스토마토DB)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수뇌부는 계열사인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하는 방안에 대해 내부 검토를 마무리 짓고 합병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으로서는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를 완전 흡수하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현대하이스코의 해외 스틸서비스 분야만 합병하는 2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제철은 이날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을 통해 “현대하이스코와의 합병 등에 대해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공식 답변인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 최대한 신중함을 기했지만 '검토 중'인 사실까지 부인하지는 않았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시가총액 10조원 규모의 대형 철강사가 탄생하게 된다. 26일 종가 기준 포스코의 시총이 22조189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으로 격차를 줄이게 된다. 매출규모로만 따지면 지난해 기준 포스코가 65조원 규모로, 현대제철(16.7조원)과 현대하이스코(4.2조원)에 비해 3배 정도 규모가 크다.
 
업계에서는 최근 모그룹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대제철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철강 공급과잉과 중국산 수입재 증가로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난해 현대제철의 수익성(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연간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냉연사업을 현대제철에 넘겨준 현대하이스코도 영업이익이 두 배 넘게 증가하며 시장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오랫동안 업계 맏형 자리를 지켜왔던 포스코로서는 불편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합병이 현대제철의 해외사업 역량을 크게 높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현대하이스코는 미국,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 11개국에 스틸서비스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현대차의 해외공장과 인접해 있으며, 현대제철로부터 자동차강판을 받아다 절단, 가공해 판매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차의 해외 거점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현대차의 해외 판매가 늘면서 현대하이스코의 해외법인 판매량도 전년 대비 8.1%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3% 증가한 33억2400만달러를 기록했다. 앞으로 기아차 공장이 신설되는 멕시코와 현대차 공장이 들어설 중국 충칭에도 스틸서비스 센터를 신설할 예정이며, 오는 2020년까지 이를 16개 이상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등 범현대가 의존도가 높았던 현대제철로서는 해외시장을 통해 매출처를 다변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 생산부터 가공,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챙길 수 있어 시너지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현재 비자금 사건으로 그룹 분위기가 뒤숭숭한 포스코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현대제철의 성장으로 현대·기아차에 공급하는 자동차강판 등 내수 물량의 감소와 더불어 최근에는 포스코건설에서 촉발된 검찰 수사가 그룹을 넘어 정치권 이슈로까지 비화되면서 해외사업 차질도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해외에서의 경쟁까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사면초가에 처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와 관련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25일 열린 포스코청암상 시상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우디 합작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기 힘들다"며 "사업은 상대방이 있는 것인데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우디 합작사업의 원점 재검토를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권 회장은 이달 초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길에 동행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또 올해는 건설시장의 상황에 따라 포스코건설의 증시 상장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 본격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선언했던 권 회장의 당초 계획에도 일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신성장 동력 육성 차원에서 추진했던 아르헨티나 리튬 투자 등 해외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북부 후후이주 카차우리 염호 인근에 리튬 추출 공장을 준공했다. 이를 계기로 포스코는 아르헨티나 리튬 생산업체와 손을 잡고 한국과 아르헨티나에 리튬 추출 및 가공공장을 세우려고 했지만, 비자금 사건이 확대되면서 투자자 모집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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