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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수출시대)①쌀 관세화 시작..'위기'는 '기회'로 온다
고부가가치 기능성 한국산, '니치 마켓' 노려야
한류·정부지원 업고 한국산 수요처 확대
정부 수출지원 박차..정부발 '호재' 강화
2015-03-10 16:56:39 2015-03-10 16:56:39
[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집밥' 먹는 인구가 줄고 쌀 관세화가 시작됐다. 국내 쌀 산업의 위기다. 쌀의 의미는 더 이상 예전같지 않지만 쌀 시장 개방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국민정서는 여전하다. '식량주권주의' 수호를 위해 정부가 허용해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와 함께 온다. 한국 쌀은 세계 무대에서 '먹힌다.' 한식의 우수성과 한국산 쌀의 높은 품질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도 쌀 시장 개방의 수혜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국제 쌀 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짚어보고 향후 국내 농가들이 수출을 위해 필요한 팁들을 제시해본다. (편집자)
 
올해 1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른 쌀 관세화가 시작됐다.
 
무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개방은 절대 안 된다"는 막연한 우려는 여전하다. 그러나 관세화가 국내 쌀 수입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화를 유예함에 따라 늘어난 의무 수입량(5% 관세 적용)을 제외하고, 고율 관세(513%)의 적용을 받아 들어오는 해외 쌀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도 여전히 관세화와 소비 축소 등 국내 쌀 농가들이 처한 구조적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차별화한 쌀로 해외 진출을 준비한다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도 쌀 수출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어 쌀의 해외 수출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차별화 통한 수출 움직임 활발..가바쌀 미국 수출
 
10일 업계에 따르면 쌀 시장이 개방되면 1988년 이래 줄곧 내리막 길을 걸어 온 국내 쌀 산업이 도산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도 '차별화'를 통한 수출 도모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한국산 기능성 쌀은 해외에서도 '먹힐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생계형 소농들이 많은 한국 쌀 산업 구조상 한국산 쌀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13년 기준 국내 전체 농업가구 114만2029호 가운데 경지규모가 0.5헥타르 미만인 곳은 47만4590호로 41.6%나 된다. 넓은 국토의 이점을 살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쌀 생산 비용을 대폭 절감한 대형 농업국과 전면전을 벌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지난해 쌀 수출실적은 소폭 개선됐다. 2013년도(1754톤, 410만1000달러) 보다 수출량과 수출액이 각각 14%, 15% 오른 1992톤, 471만5000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쌀 가공식품 수출량도 3만3881톤에서 3만4055톤으로 늘었으며, 이에 따른 수출액도 지난해 보다 543만4000달러 많은 6096만7000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개선세는 세계 경제 악화와 엔저 영향 등으로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그래서 틈새 시장이다. 일례로, 혈압강하 등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산 기능성 쌀 '가바쌀'은 미국 시장으로 거듭 수출되고 있다. 현지 쌀 보다 가격이 2.4배나 되지만 높은 품질과 독특한 기능성 덕분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내고 있다. 지난달 2일 경남 고성군은 가바쌀 20톤(6200만원)을 미국에 추가 수출했다.
 
◇해외 한식당 분포.(자료=농식품부 2014 쌀수출핸드북)
 
◇중국 수출 전년대비 154% 증가..할랄식품도 수출 기회
 
특히 최근에는 한류 열풍이 미치는 곳이 늘면서 한국산 쌀의 수출 잠재력이 더욱 높아졌다. 지난해는 한국산 쌀의 주요 수입국 동향이 크게 변했는데, 전체 수출량에서 중국의 비중이 커졌다. 지난해 일본 쌀 가공식품 수출액은 전년대비 71% 수준으로 떨어져 1130만4000달러로 줄은 반면, 중국 수출액은 전년대비 154% 수준으로 오른 1034만3000달러를 기록했다.
 
한식을 찾는 국제 인구가 많아지면서 해외 한식당과 한국 외식기업의 해외 진출도 활발해졌다. 취급 업체가 늘면 자연스레 한국산 쌀의 수요처가 확대되니 또다른 호재인 셈. 2013년 기준 해외 한식당은약 1만1000개로 추산된다. 특히 최근 중국이 한식당이 가장 많은 일본(4500~4900개)을 맹추격하고 있어 앞으로 한국산 쌀 수요처는 더 많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16억 무슬림을 타깃으로 하는 할랄식품 수출 길이 최근 열렸다. 정부는 지난 5일 아랍에미리트(UAE)와 농업 및 할랄식품 분야 MOU를 체결했다. 이는 한국과 UAE 간 첫 번째 MOU 체결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식품부는 쌀 등 국산 농산물의 할랄식품 시장 수출액이 오는 2017년까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올라 12억3000억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UAE와 MOU가 체결돼 한국산 할랄식품 수출 길이 열렸다"며 "MOU의 경우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양국 간 잘 해보자는 취지를 대대적으로 선포한 것인만큼 수출 확대에 이바지하는 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 쌀 수출 추천제 폐지 등 규제 완화 지원
  
쌀 관세화에 맞춰 정부는 쌀 수출 지원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농식품부는 65년 간 유지해오던 쌀 수출 추천제를 11일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쌀 수출에 빗장을 거는 각종 규제를 철폐해 수출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취지다.
 
더구나 올해는 지난해 체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활용방안이 본격 만들어지는 해다. FTA를 활용한 쌀 수출 방안 마련에도 본격적인 시동이 걸리고 있다.
 
농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관세청 등 3개 부처는 지난 3일부터 내달 1일까지 함께 전국을 돌며 'FTA를 활용한 농식품 수출 확대 지원 설명회'를 합동 개최한다. 이밖에도 정부는 쌀 보호 방침을 그대로 적용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다른 수출 채널을 모색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TPP를 맺더라도 쌀을 내어주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고 농식품부도 이를 지지한다"며 "주식이 쌀인데, TPP에서 쌀을 양허하면, 최후의 방패격인 WTO의 513% 관세율이 무너지는 것으로, 끝까지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박람회 개최 ▲해외 안테나숍 등 판촉 ▲거래알선 ▲해외 aT센터 지사화사업 ▲수출상품화지원사업 ▲신상품홍보지원사업 ▲수출 물류비지원 ▲공동물류활성화 지원 ▲수출 물류효율화 컨설팅 ▲농식품 수출애로상담실 등을 통해 쌀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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