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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반값중개수수료 지지부진..봄 이사철 '혼란'
서울시, 수수료 인하 조례안 처리 불발
눈치 보는 전국 지자체들 "소비자만 봉"
2015-03-03 15:40:16 2015-03-03 15:40:16
[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국토교통부가 업계와의 마찰을 감수하며 강경하게 추진했던 중개수수료 인하 사업이 곳곳에서 발목을 잡히고 있다.
 
전국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인 서울시내 부동산 중개수수료 인하 도입이 무산되면서 타 지자체의 도입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철을 앞둔 국민들만 혼란을 겪게 생겼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2일 국토교통부의 권고안에 따라 주택 매매가격 6억~9억원 미만의 수수료를 당초 0.9%에서 0.5% 이하로, 전세보증금 3억~6억원 구간을 0.8%에서 0.4%로 낮추는 내용을 담은 ‘주택 중개수수료 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 처리를 미뤘다.
 
특히, 서울시는 수수료 개정안의 대상이 되는 주택 비중이 높아 이사철을 앞두고 수수료를 아낄 수 있을까 기대했던 소비자들은 혼란에 휩싸였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서울에서 매매가격 6억원 이상∼9억원 미만 주택의 비중은 16.6%, 전세 3억원 이상∼6억원 미만 주택의 비중도 25.4%에 달한다.
 
잠실에서 전세아파트를 알아보고 있던 A씨는 "안 그래도 전셋값도 천청부지로 오르고 있는데 중개수수료까지 스트레스 받는다"며 "중개업소들끼리 담합해서 수수료를 많이 받는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토로했다.
 
매매계약을 앞둔 또 다른 소비자 B씨도 "중개업소마다 부르는 수수료가 다르더라"며 "어떤 곳은 0.4%를 불렀고, 다른 곳은 0.6%를 불렀다. 지금이라도 0.4%를 부르는 곳과 계약을 해야하나 싶다"고 말했다.
 
이번 시의회의 결정으로 중개수수료율 조례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은 다음달로 미뤄졌다. 시의회는 이달 30일 공청회를 열어 중개업자와 전문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중개수수료 인하는 빠르면 오는 6월이나 돼야 시행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시 뿐만 아니라 중개수수료 인하 도입은 전국적으로 지지부진하다. 국토부의 권고안에 따라 중개수수료 인하를 결정한 지자체는 아직가지 강원도가 유일하다. 
 
경상남도는 오는 12일 임시회에서 개정 조례안을 심의할 계획이다. 전라북도는 조례안 심사를 무기한 연기했고, 세종시는 아직 본회의에 상정도 하지 못했다.
 
'수수료 협의' 조항을 없앤 고정요율제 도입을 추진하다 여론의 거센 반발을 산 경기도는 조례안 상정을 보류한 상태며, 이달 11일 재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중개인 협회가 이익단체로서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며 "지자체 선거에서의 표심이나 각종 로비 등을 통해 중개수수료 인하가 제대로 자리잡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잔금을 미루다 거래당사자들 간 분쟁이 생기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책을 바로바로 실행할 게 아니라면 발표만 해놓고 괜한 기대감만 키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토부 권고안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개수수료 인하 효과가 제일 클 것으로 예상했던 서울에서 개정안 처리가 불발되면서 다른 지자체들이 눈치만 보고 있는데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면 수수료 개정안의 대상이 되는 주택이 상대적으로 고가주택에 속하기 때문에 정작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중개업을 하는 동안 매매 6억원, 전세 3억원이 넘는 주택 중개를 해본 적은 손에 꼽는다"라며 "어차피 요즘은 중개업소가 많아 다들 경쟁하는 분위기고, 법정수수료대로 다 받기는커녕 알아서 깎아주기도 하는데 왜 이런 혼란을 부추기나 싶다"고 귀띔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중개수수료 인하는 서민의 부담을 줄여주기보다는 거래 비용을 절감해 거래를 늘리는 데 중점을 둔 것"이라며 "하지만 올해 1~2월이 겨울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거래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현상 등을 볼 때 집을 살 사람이 중개수수료가 부담돼서 거래를 접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매번 부동산 정책이 새로 나올 때와 마찬가지로 상징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임대 계약시 수수료가 매매거래보다 높은 불합리한 체계를 개선했다고 했지만, 아직도 수수료 역전현상에 따른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개정안대로라면 6억원짜리 전세주택은 중개수수료 상한인 480만원(요율 0.8%)을 부담해야 하지만, 6억원 이상 9억원 이하 주택을 매매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는 300만원에서 450만원(요율 0.5%)으로 여전히 임대가 부담이 크다.
 
◇ 서울시의회에서 반값수수료 관련 조례 개정안 처리가 불발됐다. 중개수수료 인하를 반기는 시민들과는 달리 중개업자들은 수수료율 고정화를 요구하고 있어 다음달 본회의에서의 결과가 주목된다. 사진은 중개업소가 밀집한 상가 내부. (사진=방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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