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바라키현=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지난달 26일 오전. 도쿄 도심을 벗어나 1시간30분여를 달려 도착한 이바라키현 미토 뉴타운. 입구에 들어서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새 주택들 지붕에는 어김없이 태양전지가 설치돼 있었다.
태양광발전은 일본 내에서 생활 곳곳에 스며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쿄를 포함한 관동지역과 관서, 심지어 최북단 홋카이도에 이르기까지 전철과 열차를 타면, 도시와 시골 등 어디서든 태양전지를 얹은 지붕을 흔하게 볼 수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나타난 가장 큰 변화다.
일본의 여느 교외 지역과 별반 달라 보일 게 없어 '조용한 시골 마을'이라고 단정 지어버리려던 찰나. 반전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5분 정도 차량을 타고 이동하자 검은색 물결이 끝없이 이어졌다. 미토 태양광발전소다.
미토 뉴타운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이전과 전혀 다른 차원의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개인들이 살던 집에 태양전지를 설치하는 게 기존 방식이었다면, 미토 신도시는 마을 단위로 대규모 발전소를 조성한 것.
◇미토 뉴타운 메가솔라파크 전경.(사진=LS산전)
미토 뉴타운의 총 면적은 135만2000㎡(40만평), 입주 계획 가구만 1700호에 달한다. 마을에서 50m 남짓 거리에 떨어져 있는 미토 태양광발전소는 약 49만5800㎡(15만평), 전체 면적의 37.5%를 차지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태양광발전소가 마을을 애워싸는 형상이다.
발전소 규모는 총 40메가와트(MW)로, 15만6840장의 태양전지 모듈을 사용했다. 모듈 전량과 전력 개폐장치(RMU), 변압기 등은 국내기업 LS산전이 공급을 맡았다.
미토 태양광발전소는 일본 신재생에너지 업계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뉴타운 시공사인 카지마건설은 2000년대 초 뉴타운 전체를 주택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분양에 대한 수요는 그리 높지 않았다.
카지마건설은 유휴부지 활용 문제를 놓고 거듭 고심하던 중 뜻밖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에 이어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차례로 터지면서 국가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들끓기 시작한 것.
일본 정부는 원전 사태가 터지기 전 이미 전력회사가 태양광에서 생산한 전력을 고정된 가격으로 매입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FTI)를 2012년부터 시행한다고 못 박아둔 터였다. 골칫덩이 유휴부지가 정책 도입과 분산전원 확대에 대한 관심이 맞물리면서 순식간에 '금맥'으로 탈바꿈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이를 눈여겨 본 곳은 JRE.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일본 신재생에너지 시장 진출을 위해 설립한 에너지 개발 및 운영 전문기업이다. JRE는 미토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전량을 도쿄전력에 판매하고 있다.
JRE는 발전소를 하루 3.5~4시간 가동하면, 연간 180~2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가 예상하는 투자회수 기간은 5년으로, 7.5년에 이르는 한국보다 2.5년이 빠르다.
물론 발전소 건설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태양광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변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 문제에 대해 입주민들이 가지는 우려감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타다시 이부스키 JRE 이사는 "발전소 건설 시작단계에서 지역사회와 오랜 기간 협의를 거쳤다"면서 "주민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야간 시간대 소음을 40데시벨(dB) 이하로 낮추는 등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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