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코카서스의 백묵원' 창극으로 재탄생
2015-03-02 14:09:08 2015-03-02 14:09:08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독일의 극작가 겸 연출가 브레톨트 브레히트의 서사극 '코카서스의 백묵원'이 창극으로 재탄생한다.
 
창극은 판소리의 창을 서양의 오페라 식으로 무대화한 음악극이다. 앞서 이자람 등을 통해 브레히트 극이 배우 1인의 판소리로 변형된 적은 있지만 여러 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창극으로 관객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창극과 서사극의 접목이라는 난제를 맡은 연출가는 재일교포 출신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이다. 정의신은 지난 2008년 한.일 합작연극 '야끼니꾸 드래곤'으로 한국 연극계에 '정의신 열풍'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이후 연극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나에게 불의 전차를' 등을 통해 꾸준히 한국 관객과 소통해왔다.
 
정 연출가는 국립창극단에 먼저 "창극을 연출해보고 싶다"고 제안해 왔을 정도로, 창극에 대한 열의와 애정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그는 "영화 '서편제'의 오정혜 배우와 노래방에 갔다가 판소리의 창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판소리에는) 사람의 감정을 흔드는 뭔가가 있다는 걸 느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브레히트의 원작은 기본적으로 연극이지만, 대본 중에 노래로 진행하도록 지정된 부분이 있다. 정 연출가가 창극화에 대한 힌트를 얻은 부분이기도 하다. 정 연출가는 "서로 다른 곳에서 태어난 장르들이 어떻게 융합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원작의 줄거리는 전쟁 통에 친자식을 버리고 도망쳤지만 아이의 유산 때문에 그를 다시 찾으려고 하는 영주 부인 나텔라와 버려진 아이를 자식으로 거둬 정성껏 키운 하녀 그루셰 사이의 양육권 재판을 뼈대로 한다. 재판관 아츠닥은 하얀색 분필로 그린 동그라미 안에 아이를 세워 놓고 두 여인에게 아이의 양팔을 잡고 잡아당기도록 하는데, 아이가 아파하자 다칠까봐 손을 놓아버린 여인이 진짜 엄마라고 판결한다.
 
'이상적인 사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는 이번 작품은 파격적인 캐스팅으로도 눈길을 모으고 있다. 여자 주인공 그루셰 역에 조유아, 남자 주인공 시몬 역에 최용석 등 국립창극단 인턴단원들이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이 밖에 극 중 재판관을 비롯해 내레이터까지 소화해야 하는 아츠닥 역할에는 국립창극단의 맏언니 격인 유수정과 입담 좋은 배우 서정금이 더블 캐스팅됐다.
 
무대 위에 객석을 설치한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제목에 붙어 있는 '백묵원(하얀 원)'의 큰 의미를 제대로 그려내고자 관객과 무대 간 거리를 가깝게 하기 위한 설정이다. 모두가 주인공인 집단극의 형식을 띨 이번 공연은 파티 장면으로 끝나는 원작과는 전혀 다른 결론으로 마무리 될 예정이다.
 
국립창극단을 이끌고 있는 김성녀 예술감독은 "창극의 문을 넓힐 때 100년 뒤 200년 뒤 이것이 창극의 원형이 될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소재를 실험하며 새로운 창극을 위한 진화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여기에 동참해준 정의신 연출가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관객의 저변 확대를 위한 창극의 무한도전은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 공연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오는 21일부터 28일까지 펼쳐진다.
 
(사진=김나볏기자)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