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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폐지 '풍선효과'..불법 증거수집 증가 우려
민사·가사소송 위자료 배상액 증가 가능성 높아
'간통 입증' 민간영역으로..또 다른 불법행위 위험
2015-03-02 09:00:00 2015-03-02 09:00:00
[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사례1. 김모(52)씨는 부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의심하고 2013년 1월 부인의 차량에 몰래 위치추적장치를 달았다. 이를 통해 상대 남성의 집도 알아낸 김씨는 그의 차 뒷범퍼에도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했다. 4개월 동안 이들의 위치를 추적한 김씨는 두 차량이 한 곳에서 만나는 시간과 장소를 파악하고 불륜 현장을 덮쳤다. 그러나 김씨는 오히려 상대 남성으로부터 '위치정보보호의보호및미용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고소를 당해 재판을 받고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사례2. 2007년 12월 40대 여성 A씨와 남성 B씨는 함께 A씨 남편의 집에 들이 닥쳤다. 각각 배우자의 간통 현장을 적발하기 위해서였다. 열쇠공을 불러 현관문을 열려고 했지만 실패하자 해머로 내리쳐 잠금장치를 부수고 집안에 들어갔다. 하지만 간통 현장을 적발하지 못했다. A씨는 증거로 쓰기 위해 수백만원 짜리 핸드백과 신용카드, 화장품, 성기구, 코트와 속옷 등 의류를 챙겼다. 그러나 오히려 남편 등으로부터 고소를 당해 A씨는 벌금 400만원, B씨는 벌금 30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근 간통죄가 위헌결정을 받아 사라지면서 상간자들, 즉 배우자 있는 자들의 간통에 대한 합법적인 입증 문제가 그 후유증으로 지적되고 있다.  
 
배우자의 간통 여부에 대한 입증 부담은 간통죄 폐지 전에도 불법행위를 주장하는 피해자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수사기관의 협조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의 입증부담은 더욱 커진 셈이다.
 
간통은 사실 입증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범죄였다. 은밀히 일어나는데다 간통의 일시, 장소, 방법을 특정해야 죄가 인정되기 때문에 현장을 급습해 증거를 수집해야 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피해자들은 경찰을 대동해 현장을 덮쳐 체액 등 증거물을 수집하는 것이 일반적인 해결방법이었다.
 
피해자들 개중에는 직접 간통현장을 덮치거나 은밀히 증거물을 수집하기도 했다. 이른바 자력구제(自力救濟·self-help)다. 이런 행위가 불법 행위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김씨나 A·B씨의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다.
 
자력구제란 국가의 힘을 빌리지 않고 개인이 실력으로 분쟁을 해결하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돈을 갚지 않고 외국으로 도주하는 채무자를 공항에서 붙잡아 강제로 지갑에서 돈을 빼앗는 행위 등이다. 법 감정으로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이는 강도죄로 엄연한 범죄에 해당한다.
 
피해자가 직접 나서 간통현장을 덮쳐 증거를 확보하는 것 역시 넓은 개념에서의 자력구제로, 김씨 등의 사례와 같이 간통죄 입증을 위한 자력구제 과정이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여기에 피해자들이 스스로 배우자의 간통행위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직접 흥신소(심부름센터) 직원을 고용해 간통 증거를 확보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는데 앞으로 이런 사례 역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이렇게 확보한 증거는 법정에서 증거능력의 인정 여부를 두고 공방의 대상이 되기도 했는데 이런 사례 역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민사나 가사상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대한 증거는 형사재판 보다 폭넓게 인정해주기 때문에 이메일, 통화내용만으로도 배우자의 부정행위가 인정된다. 
 
하지만 간통죄에 대한 국가의 형사처벌권이 없어지게 되면서 그에 대한 대안으로 간통죄에 대한 위자료나 손해배상의 책임을 더욱 무겁게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형법상 간통죄는 사라졌지만, 민사상으로는 여전히 불법 행위다. 
 
정치권이나 법조계, 시민단체 역시 더 이상 형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면 간통행위에 대해서 징벌적인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간통으로 이혼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에게 기존보다 더 많은 위자료 및 재산분할 책임을 지울지는 아직까지 사법부의 판단에 달려있다.
 
그러나 62년간 순기능이 없지 않았던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사법부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피해자들로서는 민사나 가사상 이혼을 위한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대한 입증과는 별개로 배신한 배우자에 대한 응보적 차원이나 정신적 피해에 대한 확실한 보상 차원에서 간통행위 입증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혼 등 가사소송을 많이 해 온 이흥엽 변호사는 "위자료 배상액이 높아진다면 향후 불법적인 증거수집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의 이현곤 변호사도 "이혼 소송에서 간통 행위는 여전히 이혼 사유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를 입증하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증거를 모으려는 행위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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