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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가의 역설)②짙어지는 디플레이션 그림자
정부, 디플레 우려 '기우'.."근원물가 상승 추세"
"디플레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아"..적절한 통화정책 필요
2015-02-13 14:00:00 2015-02-13 14: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0%대에 그치면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물가 흐름이 계속 이어지면 더 깊은 경기 침체에 빠지는 디플레이션 국면은 피할 수 없다는 것.
 
정부는 디플레이션 발생 우려에 대해 '근원물가'를 근거로 꼽으며 기우라는 입장이다. 현재의 물가 상황은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을 제외하면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디플레 우려에 정부 '기우'.."근원물가 상승 추세"
 
13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현재 물가 상황에 대해 정부와 한국은행은 디플레이션 발생 우려에 대해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손웅기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지금의 저물가는 유가 하락의 영향이 워낙 크다"면서 "농산물이나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생각보다 많이 올랐다. 현재 상황을 디플레이션이라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보경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지난달 가격 하락 품목이 석유류와 농산물 정도"라면서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달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 상승했다.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만에 2%대를 회복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의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도 전년동월대비 2.3% 올라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2%대에 진입했다.
 
담뱃값 인상분을 빼더라도 근원물가는 지난해 말보다 상승 추세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디플레이션이라고 하면 물가가 마이너스로 가는 상황"이라며 "우리 상황은 디플레이션이라기보다는 디스인플레이션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일축했다.
 
(자료=기획재정부)
 
◇커지는 디플레 '경고등'.."적절한 통화정책 필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원물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근원물가 상승률은 1.7%를 기록했다. 디플레이션 위험을 인정하고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완화에 나선 유럽(1.7%)과 같은 수준이고,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일본(1.9%)보다는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디플레이션 위기가 한국에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LG경제연구원은 '글로벌 디플레이션 리스크 커지고 있다'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33개 선진국 중 27개국이 디플레이션이나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현상)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경제의 개방도가 높기 때문에 국내 물가도 세계 물가 변동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며 "세계 디플레이션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꼬집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세계경제 저조, 기업투자와 소비 부진 등 영향으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이럴 경우 내년에는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가가 지금 상황으로 가면 올해 물가상승률은 작년(1.3%)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며 "낮은 물가상승률에 맞는 통화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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