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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도시형생활주택..안전 갖추거나 신분 감추거나
의정부 화재 후 수요자들 외면
2015-01-29 17:28:00 2015-01-29 17:28:00
[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 사고 이후 도시형생활주택 시장에 불똥이 튀었다.
 
신규 분양은 물론, 기존 매물에 대한 수요도 자취를 감춘 나머지 업계에서는 갖은 방법을 동원하며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화재 취약 단점 부각돼 수요 ↓
 
29일 경기 의정부 일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13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도시형생활주택 화재 사고 이후 도시형생활주택 월세가 5만~10만원 하향 조정됐다. 보증금도 100만~200만원 내렸다.
 
지난 10일 의정부3동 도시형생활주택에서 불이나 인근 건물, 단독주택 등으로 번져 4명의 주민이 숨지고 126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로 인해 불이 붙기 쉬운 마감재(드라이비트), 완화된 주차대수와 건물간 이격거리, 11층 이상에 한해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등 안전에 취약한 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 불법 가구 수 쪼개기 등 설계도면과 안전규정에 어긋나는 시공 여부에 대해서도 최근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의정부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화재 사고때문에 분양업자는 물론 해당 물건을 중개해 준 공인중개업자들까지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말 싼 월세 물건을 찾는 손님이 아닌 이상 중개업자들도 알아서 중개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의정부에서만 그치는 일이 아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인 충무로에서는 한 대형 건설사가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복합 단지를 내놨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반응 탓에 조직분양에 돌입했다. 미분양 사업장의 징표라고 할 수 있는 영업사원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도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형생활주택이 밀집한 강동구에서도 악성 미분양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할인분양 현장이 나타나고 있다.
 
분양현장 관계자는 "최초 분양가에서 1500만원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도시형생활주택 미분양 물량을 해소 중"이라며 "사실상 '땡처리'나 다름없다"고 귀띔했다.
 
◇ "우리는 안전한 도시형생활주택" vs "도시형생활주택? 그게 뭔가요?"
 
그러다보니 업계에서는 도시형생활주택을 팔아치우기 위한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스프링클러 등을 갖춘 안전한 단지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는 곳도 있다.
 
인천 구월동의 한 분양업체는 과거 입지나 수익률을 주로 내세우며 매물을 홍보했지만, 최근에는 안전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스프링클러가 주차장과 세대별로 천장에 시공돼 있고 도로폭이 넓어 화재시 소방차가 진입하기 용이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수요자들도 입지나 교통 뿐 아니라 건축공법은 물론, 화재예방 시스템이 얼마나 갖춰져 있는지 스스로 알아보고 분양받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예 도시형생활주택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는 곳도 생겼다. '소형아파트' 내지는 '아파텔' 등의 이름을 사용하며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처음부터 차단하고자 하는 이유로 풀이된다.
 
실제로 서울 영등포에서 분양 중인 한 도시형생활주택은 아파트 못지 않은 주거 환경을 표방하고 있다는 명목 하에 '아파텔'이라는 이름으로 단지를 공급하고 있다.
 
◇ (사진=방서후 기자)
 
업계 관계자는 "도시형생활주택 개념이 생소한 지방에서는 이미 '소형아파트' 명칭으로 분양하는 사업장이 많았고, 그렇게 분양한 사업장의 반응이 더 좋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도시형생활주택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으로 분류돼서 그런지 아파트처럼 헷갈리게 분양하는 행위에 대해 별 다른 제재가 없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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