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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이대로?)②환승률 '급감'..허브공항 입지 '흔들'
2015-01-29 17:14:42 2015-01-29 17:14:42
[뉴스토마토 문정우기자] 허브공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인천국제공항의 환승률이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변국들의 공항이 경쟁력을 키우는 동안 인천공항은 집안 싸움만 하고 있었다.
 
29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공항의 환승률은 약 16%로 전년보다 2%포인트 감소했다. 지난해 2월 17.3%를 기록한 이후 내리 급감해 10월에는 13.6%까지 떨어졌다.
 
보통 30~40%의 환승률을 확보하고 있어야 허브공항이라고 불린다. 동북아 허브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약 30%다. 일본 나리타공항 약 2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니 수치로만 보면 허브공항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게 확실해 보인다.
 
이런 현상은 주변 공항의 영향이 가장 크다.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4~7월 인천~일본 환승객 수는 53만9373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 줄었다. 지난해 4월은 바로 일본 하네다공항의 국제선 운영이 본격화된 시점이다.
 
같은 기간 인천~중국 환승객 수도 115만8159명으로 전년보다 2% 하락했다. 이는 인천을 거쳐 북미로 가는 중국 환승객이 줄었기 때문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자료제공=국제항공통계시스템, 김희국 의원실)
 
세계적인 항공사와의 코드쉐어(공동운항)를 놓친 탓도 있다. 2013년 7월 델타항공은 영업정책을 변경으로 대한항공(003490)과의 미국 국내선 공동운항을 중단했다. 북미 중소도시 환승객을 놓친 셈인데, 델타항공의 미국 국내선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의 약 51%를 차지할 정도 비중이 높다.
 
환승률 제고를 위해서는 정부정책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일본 정부는 3년간 항공정책을 변화하도록 주도했다. 일본은 하네다공항의 국제선 용량을 기존 6만회에서 9만회로 늘리고, 인천공항의 핵심노선을 대거 취항하도록 했다. 나리타공항은 LCCT(저비용항공사 전용터미널)을 오는 4월 완공해 본격적으로 LCC 노선 유치에 나선다.
 
중국도 오는 2017년까지 1억30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베이징 신공항을 건설하고, 푸동공항의 공항의 활주로를 증설하는 등 정부정책을 통한 공항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우리 국토교통부 역시 '제2차 항공정책기본계획'을 통해 인천공항의 환승력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등 고심하고 있다.
 
우선, 국토부는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간 인천공항 내 환승 연계모델 개발을 지원하도록 하고, 공항공사와 항공사가 함께 항공사 환승 연계 상품을 개발하고 수하물 연결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할 방침이다.
 
중국·필리핀 등 성장잠재력이 높은 국가와 직항 중심 자유화를 추진하고, 카자흐스탄·인도 등과의 공급력도 확대할 계획이다. 아시아-북미 등 환승 수요가 높은 지역을 전략 노선으로발굴하고, 운항일정을 분산해 환승연계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환승 인센티브도 늘린다.
 
이밖에 셀프 체크인카운터를 늘리고, 오는 2018년 인천공항의 제2여객터미널 개장에 대비한 운영계획을 2017년까지 마련하게 된다.
 
그러나 제도 마련도 좋지만 무엇보다 세계적인 항공사 취항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승 과정에서 항공사가 불필요하게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러나 아직 인천공항은 환승에 따른 지출비용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박완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리처드 앤더슨(Richard Anderson) 델타항공 회장을 애틀랜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항공사들은 일본 나리타항공을 허브공항으로 활용하고 있어, 이번 만남은 환승률 제고를 위한 자리라고 해석될 수 있다.
  
특히, 김포공항과의 상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김포~베이징 노선이 취항하고 난 후에도 2012년 인천~베이징의 환승률은 전년보다 3.2%포인트 늘었다. 도쿄노선에서도 김포공항 환승률이 2011년 0%에서 2012년 0.2%로, 인천공항이 같은 기간 9.2%에서 11.0%로 증가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국감현장에서 "현재 인천공항에 필요한 것은 세계 각국의 신규 수요를 끌어들일 방법을 정책적으로 모색하는 것"이라며 "김포공항 국제선 승객을 다시 찾아 올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외국공항을 상대로 인천공항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은 "주변국의 공항운영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우리의 항공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인천 단일허브에서 수도권 듀얼(Dual) 지역허브(인천·김포)로 변경해 국제선 역할분담으로 국가 경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국제공항 모습.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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