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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中企 후폭풍..선정 기준 놓고도 '시끌'
2015-01-29 18:00:03 2015-01-29 18:31:39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중소기업청이 공공조달 시장에서 부당이득을 챙긴 위장 중소기업을 무더기로 적발한 가운데,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상대적 약자인 중소기업을 배려하기 위해 내놓은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을 놓고 해당 기업과 중기청의 해석과 적용 방식에 따른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중기청은 지난 28일 중소기업 고유 영역인 공공 조달시장에 중소기업으로 위장해 사업을 따낸 26개 기업을 적발해,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시장에서 즉각 퇴출시키는 동시에 관련 고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기청에 따르면 위장 중소기업들이 최근 2년간 공공조달 시장에서 따낸 금액만 1081억원에 이른다. 중소기업자 간 경쟁시장 잔류를 목적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지분 확보나 공장 임대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사례가 많아 이번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 질서 유지와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정의의 철퇴'를 내린 중기청의 조치에 뒷 말이 무성하다. 위장 중소기업으로 적발된 대부분의 업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 선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거나 이중 잣대를 적용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중기청 역시 분명히 명시된 사안에 대한 인식 부족이 원인인 만큼 안타깝지만 이번 조치에 잘못된 부분은 없다며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소프트웨어 기업 한글과컴퓨터(030520)는 자회사인 MDS테크놀로지가 위장 중소기업으로 지목됐다. 중견 및 대기업으로 분류된 한컴이 MDS테크놀로지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는 게 중기청의 논리다. 또 한컴과 MDS테크놀로지의 등기임원 3명의 겸직도 문제됐다.
 
MDS테크놀로지 측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적발된 사안들은 한컴이 회사를 인수하기 전에 발생한 부분이기 때문. 회사 측 관계자는 "우리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조달시장에 참여해서 올렸다는 매출 총 7억4000만원 중 대부분은 한컴이 인수하기 전에 발생한 매출"이라고 해명했다. 어쨌든 과오는 분명하다.
 
가구사인 에넥스(011090)는 엔텍의 지분을 보유한 것이 문제가 됐다. 에넥스 회장과 대표이사, 회사 측이 가진 엔텍 지분 합계가 30% 가량 돼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9조의 3, 제2호 라’목에 위반된다는 것.
 
해당 항목은 대기업이나 대기업과의 관계가 중소기업의 다른 주요 주주와 계약 또는 합의에 의해 중소기업의 대표이사를 임명하거나 임원의 절반 이상을 선임하거나 선임할 수 있는 경우 중소기업간 입찰경쟁 참여자격을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엔텍의 경우 최근 2년간 공공조달 시장에 납품한 일이 없다. 회사 측은 하지도 않은 사업으로 불미스러운 일에 얽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에넥스 관계자는 "보유한 지분이 있기는 하나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별도 기업 운영 형태로 운영된다"며 "무엇보다 회사는 공공조달 시장 납품 의사도 없고 계획에도 없다"고 말했다.
 
엔텍 관계자 역시 "과거 시행사 쪽이 중소기업확인서를 요구해 그 당시 확인서를 받은 것이지, 위장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며 "지난해 11월 중기청이 중소기업 확인 사유 여부에 대해 문의해 그렇다고 답변했는데 이렇게 파급효과가 클 지 몰랐다"고 토로했다. 이어 "해당사안이 문제가 된다고 해 중소기업확인서 철회 요청을 서울지방 중소기업청에 제출한 상태"라고 말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중소기업 확인서는 공공기관 입찰 확인용과 일반 확인용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입찰 확인용으로 발급을 받았다면 발주에 관한 라이센스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참여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캐리어 에어컨으로 유명한 오텍캐리어 냉장유한 회사를 계열사로 가지고 있는 오텍(067170)은 "우리는 위장 계열사도 불법, 편법 계열사도 아니다"라며 "법안 시행과정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중기청 발표 자료에 나온 8억9000만원의 납품 규모는 과거의 내용이 소급적용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법상 중소기업인 오텍캐리어 냉장유한 회사는 지난해 8월 이전에 공공조달 시장에서 8억원대 규모의 입찰을 신청했다. 이후 1개윌이 지난 9월부터 적용되는 판로지원법 시행령에 의해 10월 '계열사 또한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은 후 입찰 의지를 접었지만, 이 같은 조치가 취해져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중기청의 논리 또한 분명하다. 오텍캐리어 측이 현재에 의거한 중소기업이나 제8조의 2 제1항 2호에서 '대기업과 같은 종류의 사업을 영위'한다는 검토요건이 삭제되기 전에 중소기업 확인서를 신청 및 발급 받았음으로 검찰고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조달입찰시장에서의 참여는 제한돼야 하는 게 맞다는 설명했다.
 
이처럼 중기청과 기업 간 입장차가 극명한 이유는 법률 내용과 적용 시기의 해석차와 충분한 교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호소하는 부분도 해당 내용을 발표하기 전에 해당 기업을 통해 확인했다면 충분한 설명을 통해 조정될 수 있었다는 게 해당 기업들의 주장이다. 또 관련 법률에 의한 시장 입찰 제한을 수용한다 해도 시행령 이전에 집행된 입찰 규모를 소급 적용하는 것은 다소 과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중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공 구매망 종합 정보망 등의 통로를 통해 관련 내용과 규정을 공지해 참여 기업들이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부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이 같은 조치를 통해 유의해야 할 사안들을 보다 원활히 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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