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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무리한 연금정책..'연금전문가' 文장관이 문제?
공무원연금·국민연금 정책 문 장관 아이디어 반영돼
공무원 노후 불안·투자논리만 강조한 발상 등 지적
2015-01-28 14:34:39 2015-01-28 14:34:39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운영체계 개편을 놓고 무리수를 두는 모양새다. 공무원의 저항을 부르는 개혁안과 국민연금 기금의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개편안을 내놓고 있어서다. 재정건전성을 걱정해 공무원연금을 개혁하자면서도 한편으로는 재정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국민연금 개편안을 추진하는 셈이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정부에는 '연금전문가'로 불린 문형표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점이다. 문 장관은 KDI 근무 때부터 연금개혁을 주장한 인물이다. 정부의 무리한 연금구조 개혁의 배경에는 문 장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기획재정부와 복지부,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까지 구성했지만 공무원 정년연장 시기와 퇴직 공무원에 대한 연금급여 수준 등 주요 핵심을 두고는 여전히 여·여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인사혁신처의 올해 업무보고를 보면 정부는 공무원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5년 더 늘리는 대신 60세부터는 매년 급여를 10%씩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는 공무원연금 지급연령이 늦춰지기 시작하는 2023년부터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News1
 
이는 문 장관이 KDI 선임연구원 시절부터 제안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따른 것이다.
 
문 장관은 지난 2009년 낸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평가와 개선의견'이라는 보고서에서 "10년 이상 재직 공무원의 급여도 단계적으로 하향조정하고 연금지급 개시연령을 조정해야 한다"며 "재직 공무원 연금지급 개시연령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문형표 장관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도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선 공무원연금 개혁은 지난해 7월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하고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을 꺼내면서 시작됐고 인사혁신처가 주무부처라는 측면에서 복지업무 주무장관인 문 장관이 개입할 여지는 적다.
 
그러나 문 장관이 KDI 연구원 시절부터 공무원연금 개혁을 강조한만큼 정부 내 논의 과정에 관여하고 연금개혁의 이론을 제공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더구나 국민대타협기구에는 복지부 실무자가 참여하므로 문 장관은 이를 통해 개혁안 마련에 참여할 수 있다.
 
KDI 연구원 시절 문 장관이 발표한 연금관련 보고서들은 후세대의 복지재정 부담을 낮추고 국가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금 기여율을 인상하고 민영 연금시장을 키우자는 주장이 담겼다. 따라서 문 장관이 관여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재직 공무원의 연금기여율은 높이되 수급율을 낮추고 공무원이 사적연금 시장에 의존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이 공적연금 개악이라고 주장한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임금 총액 범위 내에서 정년이 연장되는 것은 공무원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한다"며 "정부가 공무원의 노후를 허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을 빚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 공사화 추진도 문 장관의 아이디어다.
 
이는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떼어 투자만 전담하는 기금운용공사로 독립시키려는 것인데, 문 장관은 KDI 연구원 시절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장으로 재직하며 국민연금의 자산유동화 수요와 투자운용 관점에 따른 자산운용전략 수립 마련을 주문했었다.
 
현재 복지부는 이르면 3월 중 국민연금 기금운용체계 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이고 여기에는 기금운용본부 독립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기금운용공사를 통해 국민연금 기금의 독립성과 전문성, 책임성을 강화하고 투자효율성을 높일 심산이다.
 
그러나 문 장관의 이런 구상에 대해서는 투자논리만 강조한 시장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규모는 2006년 189조원에서 2014년 460조원까지 커졌다. 500조원의 거대한 돈 덩어리가 수익률만 따지는 투자논리에 빠지면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는 물론 기금의 안정성까지 훼손될 수 있다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의 수익률을 높이자는 명분으로 운용본부를 독립시키는 것은 국민의 노후보장을 담보로 도박하는 것"이라며 "기금의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노력할 정부가 막대한 기금 손실을 초래할 일을 섣불리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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