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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난 가축방역)③정부·지자체 간 책임 떠넘기기 심각
3~4중 구조 방역체계로 책임 소재 불분명
정부 "지자체별 방역 평가 강화" vs. 지자체 "국가 지원 늘려야"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 방역비 농가에게 떠넘겨
2015-01-28 12:00:00 2015-01-28 16:45:14
[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가축 방역을 둘러싼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책임 떠넘기기가 심각하다. '네 탓 공방'이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치도록 해 전염병 확산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축전염병의 재빠른 수습을 위해 설계된 3~4중 구조의 방역 체계가 시너지는 커녕 반작용을 내고 있는 것이다.
 
28일 농식품부 관계자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지자체의 가축방역 평가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 볼 예정이다.
 
그간 실시해온 '정량평가'에 '정성평가'를 더하고, 2가지 결과를 토대로 지자체에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방역비를 차등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지자체 방역지표 '불신'.."평가 시스템 손 봐 제재 강화"
 
이는 농식품부가 더 이상 지자체별 정량평가를 신뢰하지 않게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량평가에 반영되는 지자체별 구제역 백신 항체형성률 등 방역지표가 '허위'로 작성된다는 등 그간 끊임없는 논란에 휩싸여 왔기 때문이다.
 
지자체별 방역지표는 지자체가 농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직접 입력하도록 돼있다. 그런데 농가가 제출하는 구제역 예방접종확인서 등 자료가 허위로 작성되더라도 경우에 따라 무사 통과할 수 있다는 게 업계 내부의 귀띔이다.
 
이와 관련 방역기관 관계자는 "가축 출하때 농가가 구제역 백신접종확인서를 직접 발급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민 눈치를 보는 지자체장들은 의심이 가더라도 눈감아 주고 (위법 농가에) 부과해야 할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거나 적게 부과한다"고 밝혔다.
 
더구나 최근에는 항체가 100% 형성된 돼지에서도 구제역이 발병할 수 있다는 그간의 우려가 현실화했다. 이에 방역당국도 오는 8월 완공 예정된 백신연구센터에서 백신 개선과 국산화를 적극 추진한다고 약속했다.
 
◇백신 개발만 정부 주도, 다른 방역 업무는 지자체에 떠넘겨
 
그러나 정부 주도적 백신 개발과 관련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영국산 구제역 백신 보다 나은 백신을 정부 혼자 만드려면 시간이 오래 소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정향 건국대 수의병리학과 교수는 "정부가 안전을 이유로 구제역 백신 연구를 독점하고 있는데, 이를 학계와 민간 업체에 개방해야 백신 개선과 국산화를 서둘러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 개발이 정부 주도적으로 추진되는 것과 달리 다른 방역 업무 관련 책임은 농식품부부터 농가까지 3~4중 구조로 이뤄져 있다.
 
ⓒNews1.
 
우선 농식품부가 범국가적 관점에서 방역 정책을 결정, 전국적인 방역을 총괄한다. 축산검역본부는 농식품부의 위임을 받아 직접적인 가축 방역과 검역부터 관련 정보 공개 등을 수행한다. 지자체는 두 기관의 명령, 통보 등에 따라 지역 단위 방역을 지원한다. 여기에 농가(가축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도 1차적 방역과 검역 의무를 지고 있다.
 
그런데 가축전염병 예방법을 들여다 보면, 이같은 책임 소지가 얼기설기 엮여 있다. 해당법 시행규칙 18조도 '가축방역업무의 공동실시'를 규정하고 있다. 일례로, 검사와 투약 등 조치나 이동중지 명령 등을 농식품부와 검역본부, 시·도 가축방역기관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이다. 구제역과 AI 발생때마다 '네 탓 공방'이 벌어지는 이유다.
 
◇가축전염병 장기화..방역예산 바닥난 지자체, 농가에 방역비 전가
 
이에 지자체는 방역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고 호소한다. 특히 살처분보상금 등 비용 부담분이 너무 높아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령 13조에 따르면 정부는 방역비의 0~50%까지 지자체에 지원하도록 돼 있다. 살처분이나 소각·매몰, 소독 등의 비용은 지원하지 않고, 역학조사 및 약물투약, 이동제한 시 소요비용 등에 대해서는 50%까지 지원한다. 전염병 확산에 따른 추가 비용분에 대해서는 통제초소 운영과 소독 등에 소요되는 비용에 한해 50%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AI가 토착·장기화함에 따라 예비비를 훌쩍 넘기게 될 지자체가 늘고 있다.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 부담을 농가에까지 전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포천시의 한 농가 관계자는 "경기도가 정부에 지원을 요청 해보지도 않고 농가에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며 "큰 데서 작은 데를 지원해야지, 작은 데서 혼자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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