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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유가하락에 모처럼 '순풍'
2015-01-27 17:50:58 2015-01-27 17:50:58
[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국제유가 하락으로 모처럼 해운경기가 순풍을 타고 있다. 그동안 강도 높은 자구안을 이행하며 재무구조를 개선한 데다, 유가하락이라는 큰 호재가 더해지면서 4분기 선사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해운(117930)은 지난해 4분기 2012년 2분기 기록한 영업이익 738억원 이후 최고치를 달성할 것이라는 긍정적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법정관리 중인 팬오션(028670)도 지난해 1분기부터 이어오고 있는 영업이익 흑자 기조를 4분기까지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2010년 이후 4년째 적자 경영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현대상선(011200)은 컨테이너 시장 비수기 영향과 여전한 벌크선 영업손실 등으로 적자폭을 줄이는 데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관련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한진해운의 영업이익은 300억원~849억원으로 추정된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2분기 290억원, 3분기 60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연간 기준 영업이익이 지난 2010년 이후 4년 만에 흑자로 마무리 지을 확률이 높아졌다.  
 
한진해운의 4분기 실적 개선은 비수익 항로 철수와 선박 매각 등 비용 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대서양 항로 운영에서 철수해 화물 변동비·고정비가 줄어들고, 연료 사용량도 감소해 전년 동기 대비 약 1억9000만달러(2049억원)의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급유단가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9.4% 하락하면서 컨테이너 부문의 연료절감 효과만 6000만달러(647억원)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컨테이너 운임이 전년 동기 대비 4.5% 상승한 것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
 
강성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익이 나지 않는 노선들의 운항을 축소하고 선박을 매각하는 등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실적 개선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우호적인 유가와 운임 상황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730억원~840억원 수준으로 견조한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컨테이너 운임 변동폭이 적어 이 부문 매출액은 비슷할 전망이지만, 연료비가 감소해 영업이익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운 3사 중 유일하게 흑자전환에 실패한 현대상선의 4분기 영업손실은 120억원~438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같은 영업손실 규모는 전년 동기(1010억원) 대비 11~43% 수준으로 대폭 축소되는 개선이다. 1분기 963억원, 2분기 297억원, 3분기 386억원의 영업손실 규모와 비교해 봐도 지속적인 실적 개선 흐름을 타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현대상선의 4분기 연료비 절감액은 약 3600만달러(38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컨테이너 운임도 소폭 상승하면서 4분기가 전통적 비수기였던 영향도 어느 정도 상쇄될 것으로 예상된다.
 
송재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 하락으로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전체 흐름을 전환시키기에는 아직 시기 상조"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의 영업흑자 달성은 1~2분기 중 실현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KB투자증권은 현대상선의 1분기 영업이익이 50억원, 2분기 190억원을 기록하면서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상선도 올 2분기 중 영업흑자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벌크선 비중이 높은 팬오션은 하락을 거듭한 벌크선운임지수(BDI) 영향으로 4분기 영업이익이 2~3분기 기록한 수치와 비슷하거나 다소 후퇴할 것으로 예상됐다.
 
BDI는 지난해 3분기 중 1000포인트를 넘나들며 11월 중 최고 1484포인트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12월 말 780선까지 내려왔다. 벌크선은 석탄과 철강재 등을 주로 실어나르기 때문에, 통상 철강시장이 위축되면 운임지수가 하락하게 된다.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팬오션은 4분기 BDI가 좋지 않아 유가 하락 혜택을 크게 받지 않았다"며 "2~3분기 기록한 영업이익보다 다소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팬오션 관계자도 "4분기 영업이익 흑자는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유가 하락에는 큰 영향을 받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법정관리 중인 팬오션은 지난주 하림그룹-JKL컨소시엄과의 매각 관련 본실사를 마쳤고, 늦어도 4월 중에는 매각 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흑자경영 달성에 성공한 국내 1위 벌크선사를 품에 안게 된 하림은, 그룹의 숙원 사업이었던 국제 곡물유통사업 진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최근 지속되고 있는 유가 하락이 단기적으로 해운업체들의 비용절감에 기여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실적 개선 효과는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본질의 문제를 해결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유가하락에 따른 원가 절감분을 선사들이 운임 인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올해 초대형선 위주로 선복량도 많이 늘어나 컨테이너선 운임이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뉴스토마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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