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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팀목' 전세자금대출..서민 부담 오히려 커진다
저소득 전세자금대출 받을 때보다 이자 1132만원↑
2015-01-26 16:11:41 2015-01-26 16:11:41
[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수도권의 한 임대아파트에 당첨된 A씨는 보증금 잔금 납부를 앞두고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 연 2%의 저금리로 대출을 해준다는 말을 듣고 은행을 찾았다. 하지만 그런 상품은 이제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기존 저소득 대출과 근로자 전세자금대출이 통합됐기 때문이다.
 
A씨는 "나보다 형편이 더 어려운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예전 같으면 조건상 저소득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었는데 정책이 바뀌면서 나같은 사람은 오히려 불리해 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부가 무주택 서민의 주거비 지원을 위해 내놓은 '버팀목 전세대출'이 버팀목은 커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근로자·서민전세자금대출과 저소득가구 전세자금대출 이원화로 운영해온 전세자금 대출을 통합한 버팀목 전세대출을 출시해 이달 2일부터 시행 중이다.
 
대출자의 소득수준과 보증금 규모별로 금리를 차등화 해 소득이 적고 보증금이 낮을 수록 금리를 우대, 보다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저소득층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기존에 저소득가구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사람들이 버팀목 전세대출을 받게 되면 부담해야 할 이자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기존 저소득 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가구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2배 이내인 경우에 한해 지자체의 추천을 받아 최고 8400만원까지 연 2%의 금리로 15년 동안 원리금 분할상환이 가능했다.
 
만일 연 소득이 3000만원인 4인 가족이 수도권에 있는 1억원짜리 전셋집에 들어가기 위해 저소득 전세자금대출을 받는다면 최대 7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15년 동안 내야하는 총 이자는 1108만원이 된다.
 
같은 조건의 가족이 버팀목 전세대출을 받는다면 연 3%의 금리로 2년 만기 일시상환해야 한다. 만기는 4번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돈을 빌릴 수 있는 기간은 최장 10년이며, 기한 연장시 대출금의 10% 이상을 상환하지 않는다면 0.1%씩 금리가 가산된다. 따라서 매달 나가는 이자액은 10년 동안 총 2240만원에 달한다. 이자만 놓고 보면 거의 두 배 이상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 (자료=국토교통부)
 
물론 기존 저소득 전세자금대출은 원리금 분할상환방식이기 때문에 이자에 원금까지 감안하면 매달 갚아야 하는 돈이 버팀목 전세대출보다 많다.
 
하지만 애초에 2년 계약의 단기 자금을 융통하는 것으로 취급되는 전세자금대출은 대부분 만기 상환방식이며, 주거가 불안한 저소득층에 한해 금리 변동 없이 조금씩 나눠 갚을 수 있도록 한 상품은 저소득 전세자금대출이 거의 유일했다. 정부는 바로 이 혜택을 없앤 것이다.
 
또한 버팀목 전세대출 출시로 사각지대에 놓일 계층의 피해도 예상된다.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한부모 가정 등 주거 취약계층은 우대금리 1%가 적용돼 최저 1.7%의 금리로 대출을 이용할 수 있어 이전보다 혜택이 커졌다.
 
문제는 취약계층이 아니면서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다. 기존에 저소득 전세자금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최저생계비의 2배 이내면 대출 대상이 됐다. 하지만 버팀목 전세대출의 우대금리 적용대상인 기초생활수급자는 최저생계비의 100%, 차상위계층은 120%로 소득 제한을 두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보면 서민에 대한 혜택이 줄어든 셈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기존 저소득 전세자금대출은 15년의 상환기간 동안 추가적인 소득증빙 등의 절차가 없었다"며 "만일 20대 사회 초년생이 2%의 싼 금리로 저소득 전세자금대출을 받았다가 30대 후반이 되고 소득이 늘었음에도 아무 제약 없이 저금리 혜택을 받는다면 오히려 불합리 할 수 있다고 판단, 만기를 연장할 때마다 소득증빙을 할 수 있도록 상환 방식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취약계층이 아닌 저소득층의 금리는 2%보다는 높아지겠지만 근로자·서민전세자금대출과 통합된 만큼 대출 한도가 늘고 번거롭게 지자체의 추천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더욱 쉽게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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