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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욱의 가요별점)인피니트H, 예쁜 아이돌의 예쁜 힙합
2015-01-26 13:16:59 2015-01-26 13:16:59
◇인피니트H의 장동우(왼쪽)와 호야. (사진제공=울림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인피니트H가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26일 두 번째 미니앨범을 발표했는데요. 지난 2013년 1월 내놨던 첫 번째 미니앨범 이후 2년 만의 새 앨범입니다.
 
인피니트H는 인기 아이돌 그룹인 인피니트의 힙합 유닛이죠. 인피니트의 장동우(25)와 호야(24)가 짝을 이뤄 힙합 음악을 선보이는 팀인데요. 인피니트H의 첫 번째 미니앨범의 타이틀이 ‘플라이 하이’(Fly High)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앨범의 타이틀이 ‘플라이 어게인’(Fly Again)인데요. 힙합 뮤지션으로서 비상을 꿈꾸는 인피니트H가 새 앨범을 통해 더 높이 날아올랐는지 볼까요?
 
인피니트H의 새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장동우와 호야가 전곡의 작사에 참여했다는 겁니다. 힙합 뮤지션이라면, 그리고 랩퍼라면 자신의 노랫말을 직접 쓰는 건 기본이죠. 유명 힙합 아티스트들이 가사를 쓴 곡들이 수록됐던 인피니트H의 첫 번째 앨범과 달리, 두 번째 앨범에선 장동우, 호야 두 사람의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를 좀 더 엿볼 수 있습니다.
 
인피니트H는 이번 앨범을 위해 유명 힙합 기획사인 브랜뉴뮤직과 협업을 했는데요. 브랜뉴뮤직은 버벌진트, 산이, 범키 등의 힙합 뮤지션들이 소속된 곳이죠. 라이머, 애스브라스, 마스터키, 제피, 9999 등 브랜뉴뮤직의 프로듀서들이 인피니트H의 앨범 작업에 참여했는데요. 덕분에 인피니트H의 새 앨범은 완성도 높은 트랙들로 채워졌습니다. 이번 앨범엔 인트로인 ‘플라이 어게인’과 타이틀곡인 ‘예뻐’를 비롯해 총 6곡이 실렸습니다.
 
2번 트랙에 타이틀곡 '예뻐'가 담겨 있는데요. 발매되자마자 각종 온라인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노래입니다.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남자의 마음을 담아냈고요. 호야가 작사 뿐만 아니라 작곡에도 참여했다는 점이 눈에 띄네요.
 
일부 음악팬들은 아이돌이 힙합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도 하죠. 아이돌이란 단어와 힙합이란 단어, 어딘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조합이기도 합니다. 아이돌들은 10대팬들을 위한 대중적인 음악을 주로 하죠. 반면 힙합 뮤지션들은 대중성이나 상업성보다는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생각과 음악 세계를 펼쳐 보이는 쪽에 좀 더 중점을 두는 것이 보통인데요.
 
'예뻐'를 통해선 인피니트H가 어떤 힙합 음악을 하려고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뻐'는 '힙합을 하는 아이돌'로서의 인피니트H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노래입니다. 10대들이 좋아할 만한 대중적인 음악과 힙합 음악 사이의 적절한 접점을 찾아낸 듯한 인상을 주는데요.
 
대중적인 멜로디가 곡의 중심을 이루고, "넌 정말 예뻐 너만 보면 내 입꼬리는 헤퍼. 내 삶에 헬퍼 네 덕에 이제서야 기지개 펴. 가재가 게편인 것처럼 내 편. 다큐에서 모노드라마로 개편"과 같은 10대들의 입장에서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가사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이런 인피니트H의 힙합을 '예쁜 힙합'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예뻐'는 열성적인 힙합 팬들을 만족시켜줄만한 트랙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피니트H가 아이돌로서 꽤 매력적인 힙합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트랙입니다.
 
 
3번 트랙엔 '어디 안가'가 실렸습니다. 한국 힙합계의 전설적인 존재죠? 듀스의 이현도가 이끄는 프로듀싱 팀인 팀 다큐먼트(Team Document)가 프로듀싱에 참여한 노래가 '어디 안가'인데요.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가사가 담긴 이 곡 역시 힘이 잔뜩 들어간 '진짜 힙합'이라기 보다는 인피니트H의 아이돌로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말랑말랑한 느낌의 노래입니다.
 
"그녀들은 내게 전화를 걸어. 그러자 넌 여자 울린 전과를 물어. 자기야 인상 펴 널 두고 바람 안 펴. 다른 여자에게 미소는 일종의 비즈니스. 너의 삐진 입술조차 Miss you. I just wanna kiss you. 조그마한 표정 변화까지 Hot Issue"라는 가사가 '어디 안가'에 실렸는데요.
 
"전화를 걸어"와 "전과를 물어", "인상펴"와 "바람 안 펴", "비즈니스"와 "삐진 입술", "kiss you"와 "Hot issue" 등의 재치 있는 표현으로 라임을 맞춘 것을 보면 상당히 공들여 쓴 가사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인피니트H의 재기발랄함이 느껴지기도 하는 노래고요.
 
4번 트랙에 실린 '부딪쳐'엔 신인 걸그룹 러블리즈의 류수정이 피처링에 참여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데뷔 앨범을 발표한 러블리즈는 인피니트와 울림엔터테인먼트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한 지붕 식구인데요. 류수정이 예쁜 목소리로 '부딪쳐'의 도입부를 책임집니다. 그리고 인피니트H는 자신들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랩으로 곡을 이끌어가는데요.
 
"한여름의 눈처럼 철없던 버릇없던 어린 시절. 없던 거라곤 겁과 돈. 오직 가진 거라곤 벗과 몸. 공 하나만 있으면 온 동네를 휩쓸던 난. 힙합바지로 길거리 무대 바닥을 쓸고. 가족보단 친구 친구보단 여자와 시간 보낼 땐. 남자가 됐단 착각이 들었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 꿈에 선생님은 인상을 찌푸렸고 그게 날 여기까지 이끌었어"라는 이야기입니다. 평소 대중들에게 화려한 모습으로만 비춰지는 아이돌 스타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겼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내 이름만큼 중요했던 학교 간판. 단순한 노동에 쳇바퀴를 달아. 학원 과외와의 힘든 하루 일과 1등급 한 우등생과의 씨름 비교 공부 한판. 하나도 맞지 않아 책과 눈싸움 말야. 그저 친구들이 다였던 학창 시절"이라는 가사는 인피니트를 좋아하는 10대팬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만합니다.
 
5번 트랙의 '바빠서 쏘리'(바빠서 Sorry)는 이번 앨범에 수록된 노래 중 가장 눈에 띄는 트랙입니다. 대중적인 느낌의 타이틀곡은 아니지만, 음악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곡인데요. 이 앨범의 수록곡 중 가장 힙합스러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강렬한 비트에 "이 구역에 God이 나야 한시가 바쁜 스케줄. 난 24시간이 모자라 방대한 곡 스케일 봐. 도를 넘어 미친 화음 음악 세계 자존심 펼쳐. 볼 수 없던 매력 덩어리 여기 내 끼가 넘쳐. 주어진 일 이상해 내 별명 일당백. 사랑과 성공 절대 끝나지 않아 밀당해"라는 인피니트H 멤버들의 자신감 넘치는 가사가 담겼습니다. 랩퍼 스윙스가 이 노래의 피처링에 참여하기도 했는데요.
 
앨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인피니트H는 아이돌로선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랩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랩퍼로서의 발전 가능성도 보여주는데요. 하지만 아직까진 힙합 음악계 전체에서 인정을 받을 만한 최고 수준의 랩핑을 보여준다고 보긴 힘듭니다. '바빠서 쏘리'를 듣고 나면 피처링에 참여한 스윙스의 랩이 오히려 더 기억에 남는 게 사실인데요. 국내를 대표하는 최고 수준의 랩퍼와 비교했을 땐 인피니트H가 아직 갈 길이 남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뭐 괜찮습니다. 인피니트H에겐 기존 랩퍼들에겐 없는, 아이돌로서의 매력이 있으니까요.
 
평소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밤만 되면 헤어진 여인을 찾아 고통스러워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지킬 앤 하이드'가 6번 트랙에 있습니다. 알앤비 보컬리스트 태완이 피처링에 참여해서 곡의 완성도를 높였는데요. '지킬 앤 하이드'는 곡 전체적으로 처절한 느낌을 주는 노래고요, '예뻐'나 '어디 안가'와 같은 트랙을 통해 상큼한 아이돌로서의 매력을 뽐냈던 인피니트H의 새로운 매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7번 트랙엔 그룹 팬텀의 산체스가 피처링에 참여한 '니가 미치지 않고서야'가 있습니다.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노래인데요. 이별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집중한 인피니트H의 랩핑이 인상적이고요, 산체스의 매력적인 보컬은 이 노래에 애절한 느낌을 더해줍니다.
 
인피니트H가 오랜만에 내놓는 앨범에 대해 큰 기대를 했던 팬들이 많을텐데요. 인피니트H는 새 앨범을 통해 분명 한 단계 성장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공들여 직접 쓴 가사를 통해 자신들만의 생각을 담아냈고, 힙합 음악에 트렌디한 팝의 요소를 결합한 음악을 통해 인피니트H의 음악적 정체성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임에도 불구하고,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꾸준히 성장을 해나가려 한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 만한데요. 힙합 뮤지션으로서 좀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는 인피니트H의 비상을 기대해봅니다.
 
< 인피니트H 미니 2집 'Fly Again' >
대중성 ★★★★☆
음악성 ★★★☆☆
실험성 ★★☆☆☆
한줄평: 아이돌, 힙합 뮤지션으로 한 단계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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