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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산업 전망)정유·화학, 저유가·경기침체에 '암중모색'
저유가 지속..세계 경기회복 둔화에 따른 수요정체 전망
2014-12-29 11:00:00 2014-12-29 11:00:00
◇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내년에도 보릿고개에 놓일 전망이다. 국제 석유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중동과 미국의 헤게모니 싸움이 해를 넘기면서 수급은 물론 세계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면서다.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3% 초반으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동 산유국들이 외환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올 한 해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에 발목이 잡혀야 했던 정유·석화 업계는 내년에도 고래싸움에 끼인 채 개선된 성적표를 받아들기는 힘들어 보인다.
 
정유·석화업계의 업황 전망을 어둡게 하는 주된 요인은 세계경기 침체다. 전문가들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3%대 초반을 기록하며 올해와 유사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석화 업종이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도 수요면에서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특히 내년 국제유가는 중동 산유국과 미국 셰일가스의 공급 경쟁이 한층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저유가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기 침체로 수요가 되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자원전쟁이 전개되면서 수급불균형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2일(현지시각) 내년 전 세계 일일 평균 석유 수요량을 9330만배럴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달 발표된 수요 전망치 대비 23만배럴 감소한 규모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도 내년 상반기까지 약세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는 국내 도입 원유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두바이유가 내년에는 배렬당 가격이 연평균 63달러선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1분기 63달러, 2분기 58달러, 3분기 64달러, 4분기 66달러 등 하반기 들어 소폭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브렌트유 역시 하반기가 돼서야 다소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배럴당 1분기 66.67달러, 2분기 61.33달러, 3분기 67달러, 4분기 69달러로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저유가 기조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이견이 없다. 다만 유가급락이 장기화할 경우 중동 산유국들이 재정 적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전이 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초반 수준에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 재정 균형을 이루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미국의 셰일가스 역시 유가하락으로 생산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내년 2분기 중에는 바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의 감산 여부에 따라 국제유가의 향배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하락한 기본 배경에는 북미 셰일오일 생산량이 늘어난 게 컸다"면서 "셰일가스 기반의 오일 생산원가가 배럴당 평균 65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가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류는 국내 정유업계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유사들은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을 떠안아야 할 판이다. 원유 도입과 석유제품 판매 시기의 시차가 평균 한 달 정도여서 국제유가가 하락할수록 적자폭이 확대되는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다. 수급과 직결되는 정제마진 전망도 안개속이다.
 
일각에서는 유가 급락으로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인 140만톤 규모의 정제설비가 가동될 예정이어서 수급환경이 크게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국제유가가 아직 바닥권에 진입한 지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고전이 예상된다. 최대 수요처인 중국이 내년에도 성장률이 하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올 한 해 중국의 수요정체와 자급률 상승 등의 여파로 부진에서 면치 못했다.
 
문제는 내년에도 시장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희박하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금리 인하를 단행함에 따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나왔지만, 국내 석화업계에서는 체감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공통된 기류다. 이는 곧 중국만을 바라보는 의존적 구조에도 기인한다.
 
석유화학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중국의 금리 인하는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급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면서 "내년에도 금리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만큼 업황이 극도로 침체돼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내년부터 시행되는 각종 규제도 정유와 석유화학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내년 1월1일부터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을 시행한다. 아울러 할당된 온실가스 배출량의 잔여분이나 부족분을 다른 기업과 거래하도록 하는 '탄소배출거래제'를 도입하는 한편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1%의 할당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각종 규제로 인해 원가경쟁력이 뒤쳐질 것이라며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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