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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 엑소에 왜 열광할까
2014-12-26 13:27:49 2014-12-26 13:27:49
 
◇그룹 엑소.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올 한 해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었던 가수는 누굴까. 취향이나 음악적 관점에 따라 여러 가수들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대상을 아이돌 그룹으로 한정하면 어떨까. 한 팀의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바로 그룹 엑소다. 엑소는 지난 3일 방송된 ‘2014 MAMA’에서 베스트 아시안 스타일, 남자그룹상, 아시안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 올해의 앨범 등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올랐고, 지난 21일 전파를 탄 ‘SBS 가요대전’에서도 최고 앨범상을 비롯해 셀피상과 남자그룹상을 받으면서 3관왕을 차지했다. 데뷔 3년차를 맞은 엑소는 쟁쟁한 선배 아이돌 가수들을 제치고 최고 인기 아이돌 그룹의 자리에 올랐다. 이처럼 엑소가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가 뭘까.
 
 
◇흥미로운 스토리텔링 바탕으로 마케팅 효과 누려
 
엑소의 데뷔곡인 ‘마마’(MAMA).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 초반엔 이런 스토리가 흘러나온다.
 
“하늘과 땅이 하나였을 때 전설은 12개의 힘으로 생명의 나무를 돌보았다. 붉은 기운의 눈이 악을 만들고 생명의 나무 심장을 탐해 나무의 심장이 말라갔다. 전설이 나무의 심장을 보듬어 살펴 나무를 둘로 나누어 숨기나니. 시간은 뒤집어지고 공간은 어긋난다. 12대의 힘은 반으로 나뉘고 꼭 닮은 두 개의 태양을 만든다. 꼭 닮은 두 개의 세상으로 전설은 나누어 움직인다.”
 
신화 속 인물의 탄생 설화를 연상시키는 이 스토리는 태양계외 행성(exoplanet)에서 지구로 온 엑소의 탄생과 관련된 이야기다. '미지의 세계에서 온 새로운 스타'인 엑소의 멤버들은 물, 불, 빛, 바람 등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초능력까지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기성 세대의 입장에선 "아이돌 가수에게 무슨 탄생 설화까지?"라며 황당해할 수도 있지만, 엑소는 이런 확실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했고, 10대 팬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뛰어난 외모까지 갖춘 엑소는 10대 팬들 사이에서 최신 유행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고, "엑소를 좋아하지 않으면 유행에 뒤처지는 것"이라는 인식도 퍼지게 됐다.
 
아이돌 그룹은 기획사가 만들어내는 일종의 상품이다. 그리고 이 상품을 팬들이 구매하고 싶게끔 만드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엑소는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한 성공적인 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본 케이스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엑소의 데뷔에 앞서 100일 동안 온라인 프로모션을 통해 멤버들을 순차적으로 공개하면서 팬들의 궁금증을 자극하기도 했다.
 
 
◇자신들만의 매력 가미된 SMP 선보이며 팬들 유입
 
엑소의 데뷔곡인 ‘마마’는 SMP(SM Performance)의 전형적인 스타일을 보여주는 노래였다. SMP는 SM엔터테인먼트의 작곡가 유영진이 만든 음악에 절도 있는 댄스가 결합된 'SM표 퍼포먼스'를 일컫는 말. 다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며, 강렬한 전자 사운드가 가미되기도 한다. 동방신기, 샤이니 등 SM을 대표하는 인기 보이그룹들이 SMP를 선보이며 탄탄한 팬층을 확보한 가운데 이들과 비슷한 음악적 특징을 지닌 엑소가 자연스럽게 팬들을 유입시킬 수 있었다는 평가다.
 
특히 엑소는 기존의 SMP에 자신들만의 매력을 더해 한층 대중적인 스타일의 SMP를 선보이기도 했다.
 
엑소가 최고 인기 아이돌 그룹으로서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으르렁’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어반 R & B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으르렁'은 사랑하는 여자를 다른 남자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는 남자의 마음을 담아낸 곡. 엑소는 "나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대 나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대"라는 따라부르기 쉬운 후렴구의 이 노래를 통해 열성팬들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또 '늑대와 미녀'의 도입부에서 선보인 '생명의 나무'와 퍼포먼스와 '으르렁'과 '중독'에서 선보인 원테이크 기법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맞춤형 팀 구성과 콘셉트로 해외에서도 인기
 
엑소가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디뎠을 당시, 엑소의 멤버는 12명이었다. 5명 내지 6명 정도의 멤버들로 꾸려지곤 하는 보통의 아이돌 그룹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멤버수다. 엑소의 강점은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다양한 멤버들이 한 팀에 포함돼 있다는 점. 카리스마 넘치는 카이, 큰 눈과 서글서글한 인상의 찬열, 뛰어난 가창력의 첸 등이 엑소의 멤버들이다. 대중들의 각기 다른 취향을 일일이 맞춰줄 수 있을 만한 구성이다.
 
팀을 국내에서 주로 활동하는 엑소-K와 중화권에서 주로 활동하는 엑소-M으로 나눠 국내와 해외 팬들을 동시에 공략한 것 역시 엑소의 성공 요인 중 하나였다. 엑소-M의 중국인 멤버인 레이와 타오 등은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현지 팬들과의 소통에 앞장서고 있다.
 
엑소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멤버들의 개별 활동을 통해 더욱 탄탄한 팬층을 확보해나갈 전망이다. 찬열은 SBS 예능 프로그램인 '룸메이트'를 통해 얼굴을 비췄고, 디오는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와 영화 '카트'를 통해 연기에 도전했다. 
 
이와 같은 인기 요인을 바탕으로 현재 엑소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5월 서울에서 데뷔 후 첫 단독 콘서트 투어를 시작한 엑소는 홍콩, 우한, 충칭, 타이베이, 상하이, 싱가포르, 광저우, 자카르타, 방콕, 베이징, 도쿄, 오사카 등 아시아 17개 도시에서 30회 공연을 열며 총 32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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