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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보는 2014년 삼성 사장단회의 강연
다채로워진 강연진..키워드는 '위기관리, 리더십'
2014-12-24 13:52:49 2014-12-24 13:52:51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그룹 각 계열사 수장들이 모이는 정례 수요사장단 회의가 24일을 끝으로 한 해 대미를 장식했다.
 
삼성의 경영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는 사장단 강연에는 분야, 진영에 관계없이 다양한 인사들이 등장해 주목을 끌었다. 외부 강연이기 때문에 경영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올해 삼성이 처한 대내외적 경영환경과 관련한 의미심장한 주제도 많았다는 평가다.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부터 시작된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는 지난 2008년부터 현재와 같은 형태를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그룹 의사결정, 경영전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국내 각 계에서 손꼽히는 인물들이 강연에 나서기 때문에 삼성뿐만 아니라 국가, 국제적 현안을 진단해 볼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특히 올해의 경우 전년에 비해 강연자와 주제가 다채로워졌다는 분석이다. 저명한 학계 인사들뿐만 아니라 소설가, 예술인, 스포츠 감독 등 각자의 위치에서 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들이 강연자로 나섰다. 여기에다 그간 삼성그룹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유지해온 재벌개혁 진영의 인사들이 강연에 나서 주목받기도 했다.
 
24일 올해를 마무리한 삼성그룹 사장단 강연은 한형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유교, 잊혀힌 삶의 기술'로 진행됐다. 올해 인문학 강연으로는 4번째다. 지난해 17차례나 인문학 강연이 진행된 것에 비례하면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날 한형조 교수는 인문학의 중요성에 포커스를 맞추며 삼성 사장단에 특강을 진행했다.
 
◇삼성그룹 수요 사장단.(사진ⓒNEWS1)
 
올해 사장단 강연에서 가장 비중 있게 등장한 주제는 위기관리 경영과 리더십이었다. 규모를 막론하고 모든 기업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화두지만 올해 삼성에게는 유독 의미심장한 테마다. 그룹의 대들보인 삼성전자(005930)가 하반기 들어 급격한 실적 저하에 시달렸고, 그룹 리더십의 정점에 위치한 이건희 회장이 건강 악화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부재 속에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진의 정점으로 급부상하는 동시에 모든 그룹사에 걸쳐 급격한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사업구조 개편작업은 올해 내내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삼성SDS, 제일모직의 상장과 함께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테크윈 등의 계열사 매각이 추진됐다.
 
올해는 예년보다 다채로운 강연자들이 삼성 사장단 앞에 섰다. 소설가 이문열, 복거일씨를 비롯해 신영복 교수, 차동엽 신부, 박재완 성균관대 교수(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강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칼린 뮤지컬 감독, 신치용 프로배구 삼성화재 감독 등 문화예술·쳬육계의 인사들도 삼성을 찾았다.
 
진보 진영의 신영복 교수도 삼성 사장단 강연자로 나서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 강연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신 교수는 세월호 참사를 사례로 들며 평형수를 상층부에만 채운 것을 기업에 빗댔다. "삼성도 평형수를 든든히 채워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 그는 '사람중심의 생각'을 강조하며 "삼성이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변방이고 그 중심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도 국내정세 전망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지난 4·11 총선 직후에는 '2040 세대와 선거'라는 주제로 총선 결과에 대한 민심 읽기에도 나선 바 있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취임사 준비위원회 위원과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사회언론위원, 4·11 총선에서는 민주통합당 공천심사 등을 맡는 등 대표적인 진보성향의 인물로 꼽힌다. 
 
박칼린 뮤지컬 감독의 삼성 사장단 강연도 주목을 받았다. '하모니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박 감독은 지난 2010년 한 방송 프로에서 전문 성악가가 아닌 개그맨, 배우, 프로골퍼, 격투기 선수 등을 모아 합창단원으로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 낸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사장단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 사장단회의는 올해 모두 47번 열렸다. 사장단회의는 이날을 끝으로 올해를 마감하고, 해를 바꿔 내년 1월 초 재개된다.
 
또 이날 삼성 측에 따르면 현재 입원 치료중인 이건희 회장 상태는 지난달 이후 특별한 변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이 병상에서 새해를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 사장단은 29일과 30일 경기도 용인 삼성 인력개발원에서 세미나를 갖고 내년도 경영전략 등을 논의하는 등 새해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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