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국제전문기자가 분석하고 전망한 글로벌 뉴스입니다. 한 주 동안의 핵심 글로벌 이슈를 총 정리해 보여드립니다.>
러시아 외환위기에 신흥국 금융권이 요동쳤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강력한 긴축을 단행했음에도 루블화 약세가 이어진 탓이다. 석유 수출로 먹고사는 산유국들도 고배를 마셨다. 달러가 강세를 나타낸 데다 감산 가능성 마져 낮아져 유가가 하락에 하락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원유를 수입해다 쓰는 선진국 경기도 안 좋긴 마찬가지였다. 일본은 신규 부양책을 선보여야 할 만큼 소비심리가 위축됐고 중국은 부동산 경기 침체를 이유로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미국
▶유가 또 추락..산유국들, 아사 직전
국제 유가가 산유국들의 곡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락세를 이어갔다. 1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월물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4.2% 하락한 54.1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다. 이날 유가 하락은 사우디아라비아 장관의 입에서 비롯됐다.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유가 방어를 위한 감산은 없다"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쯤 되자 전문가들은 배럴당 유가가 올 해 안에 48달러까지 밀리는 건 일도 아니라고 경고했다. 브렌트유 가격도 WTI에 질세라 3.1% 하락했다. 브렌트유는 지난 6개월 동안 무려 50%나 떨어졌다. 이런 유가 하락에 산유국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인 'CCC'로 세 단계나 낮췄다. 산유국인 쿠웨이트와 카타르는 유가 하락으로 재정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생겼다.
◇브렌트유 가격 추이 7월~12월18일 (자료=인베스팅닷컴)
▶옐런, 미 증시 구출.."인내심을 가질 것"
자넷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미국 증시를 살렸다. 그의 비둘기 발언에 이틀 연속 하락하던 미국 증시가 상승 반전한 것이다. 그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CM) 회의 후 "금리 인상에 인내심을 가질 것'(be patient)"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이를 "내년 1분기 동안 금리가 오르는 일은 없을 것"이란 말로 해석했다. 전문가들도 내년 중순 이후에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며 시장의 분위기에 편승했다. 옐런은 또 경제가 완만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시장을 한 번 더 달랬다. 연준의 발표에 따르면 내년 실업률 전망치는 5.2~5.3%다. 이는 현재 5.8%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내년 성장률 예상치는 2.6%~3%로 올해 성장률 추산치인 2.3%를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카산드라의 예언도 존재한다. 머지않아 미국 셰일오일 기업들이 유가 하락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산할 것이란 지적이다. 달러 초강세로 수출 기업이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또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결국, 미국도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 독주..선진국과 격차 확대
미국 경제가 다른 선진국가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고질병처럼 미국 경제 회복을 가로막던 고용시장이 회복된 덕분이다. 현재 실업률은 오바마 정부 집권 이래 최저치인 5% 대로 내려갔다. 이런 흐름대로라면 30년래 최저치인 4%선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실상완전고용이 실현되는 것이다. 노동시장이 살아난 이유는 기업투자와 민간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0.7%나 증가해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추세는 유가 하락세에 힘입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내년에 3% 성장할 것으로 본다. 이는 일본과 유럽연합(EU) 성장률 전망치인 1.1%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성장률 수치가 보여주듯 EU와 일본 경제는 죽을 쑤고 있다. 일본은 소비세 인상 후 지난 1997년 디플레 위기가 연상될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 EU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유럽의 환자" 소리를 듣는 수모를 감내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도 상황이 좋지 않다. 중국 지도부는 조만간 내년 성장률을 7% 안팎으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소니 북한영화 개봉 취소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소니픽처스의 '더 인터뷰'를 극장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영화 개봉이 전면 취소됐기 때문이다. 소니픽처스는 자신들을 '평화의 수호자'라고 지칭한 해커집단에 영화를 개봉할 경우 테러를 감행하겠다는 협박을 받아 왔다. 이 집단은 영화 상영을 막기 위해 소니픽처스 관계자의 신상과 이메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 당국은 이번 사태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백악관의 한 관료는 북한에 대한 신규 제재도 검토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기업들은 해킹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며 집안 단속에 들어갔다. 미국의 일부 인권단체는 더 인터뷰를 풍선에 매달아 북한에 살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유럽
▶푸틴 말도 안통해..러시아·신흥국, 통화 위기
러시아가 기준금리를 6.5%나 인상했다. 루블화 약세를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여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까지 가세했다. 푸틴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가 40~60달러로 낮아져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시장에 안도감을 심어주려 했다. 그러나 금융권은 냉담했다. 중앙은행의 강력한 긴축조치에 국가 수장의 발언이 이어졌음에도 달러·루블 환율은 18일 2.93% 상승한 62달러 선을 맴돌았다. 올해 루블 가치는 33% 하락했다. 루블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서방 제재와 저유가 때문이다. 문제는 러시아 경제 문제가 글로벌 경제로 전이됐다는 점이다. 러시아와 비슷한 경제구조의 산유국 증시가 일제히 주저앉았다. 신생 산유국인 가나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이런 가운데 신흥국 통화가치는 일제히 폭락했다. 특히, 지난 16일 브라질 레알화 가치는 전일보다 1.6% 내리며 지난 2005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내년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 폭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1년간 달러·루블 환율 추이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ECB, 국채매입 의견 분분
국채매입을 둘러싼 유럽중앙은행(ECB) 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부양 기조란 큰그림에는 합의를 이뤘으나, 그게 국채매입이어야 한다는 지점에선 의견차가 크다. 국채매입 반대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ECB 위원은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다. 그는 독일 출신답게 국채매입 같이 직접 유동성을 공급해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에 매우 회의적이다. 물가 상승률이 급격하게 올라가거나 재정 위기국의 긴축 정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브 메르시 룩셈부르크 중앙은행 총재, 프랑스의 베누아 쾨레도 국채매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검증되지 않은 정책을 도입하기보다 커버드본드와 자산담보증권(ABS) 매입 정책의 효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반대 입장이 분명하나, 유로존 경제 상황이 워낙 안 좋기 때문에 ECB가 내년 초에 국채매입에 나설 것이란 의견이 더 우세하다. JP모건은 내년 1월에 5000억유로의 국채매입이 도입될 것으로 내다봤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내년 초 상당 규모의 국채매입이 있으리라 전망했다.
■아시아
▶호주 테러, 서방국들 바짝 긴장
호주 테러에 전 세계가 경악했다. 지난 14일 호주 시드니 도심에서 한 명의 무장괴한이 카페를 점거하고 인질 40여명을 붙잡아 세계인의 우려를 샀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으로 추정되는 이 괴한은 이슬람국가(IS) 문구가 적힌 검은색 깃발이 카페 유리창에 매달고 인질극을 벌였다. 인질극은 17시간 만에 종료됐지만, 시민 2명이 사망하는 상처를 남겼다. 이란 출신으로 알려진 괴한 한 명도 죽었다. 일각에선 이 괴한을 IS 출신으로 보고 있으나, IS를 빙자한 단독 범행이란 분석도 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서방국은 언제 테러를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특히,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가 늘어나는 추세라, 이 국가들의 근심은 배가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테러단체들과 서방국가 간의 긴장감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베, 경제 과제 산적..300억달러 부양책 만지작
아베 신조 총리가 재집권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산적한 과제를 떠안았다. 경기침체를 극복할 묘수를 내놔야 할 만큼 상황이 악화됐다. 일본 경제는 총선 전후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지난달 일본의 무역수지는 유가 하락과 엔화 약재 호재 속에서도 적자 폭을 늘렸고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4분기 단칸지수는 12에 머물러 예상치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경제지표가 줄줄이 악화된 배경에는 지난 4월에 단행된 소비세 인상이 자리하고 있다.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자 경제 활동이 일제히 둔화됐다. 지난 10월 일본은행(BOJ)이 일본 가계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작년보다 사정이 나아졌다는 응답은 4.4%에 불과했다. 11월 소비자신뢰지수도 37.7로 시장 예상치인 39.6을 밑돈 것으로 확인됐다. 아베 정부는 이런 흐름을 끊기 위해 3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준비 중이다. 이게 통하면 경제가 살아날 수 있겠지만, 아베가 부양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복지 수혜층의 근심이 깊어졌다.
◇아베 신조 총리가 총선 후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중국, 성장률 하향 조정..부동산 경기 '꽁꽁'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7.4%에서 7.1%로 하향 조정했다. 부동산 경기 부진이 중국 경제 문제의 주원인으로 꼽혔다. 달러 강세로 수출 부문에선 이득을 거둘 것으로 보이나, 부동산 투자 유입이 줄어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란 분석이다. 부동산 규제가 완화됐으나, 냉각된 부동산 경기는 풀리지 않고 있다. 중국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은 석 달 연속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월 70개 주요 도시 신규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3.7% 내리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11년 이후 최저치다. 제조업 경기도 좋지 않다. 중국의 이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5로 7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나마 수출 전망은 긍정적이다. 인민은행은 중국의 내년 수출이 전년대비 6.9%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수출 증가 추산치인 6.1%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내년 수입 전망치도 5.1%로 잡혀 올해의 1.9%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부동산·제조업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라 중국 정부가 조만간 부양책을 추가로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내년쯤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진 국제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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