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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산업 10대뉴스)무너진 '신화' 팬택, 희대의 '사기극' 모뉴엘
벤처신화 팬택, 공중분해 위기..모뉴엘 사태에 정부·업계 발칵
2014-12-23 11:00:00 2014-12-23 11:00:00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올 한 해를 관통한 국내 전자·IT 업계 최대 이슈 중 하나는 바로 팬택과 모뉴엘의 몰락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LG전자보다 높은 점유율을 구가하던 팬택은 급속도로 얼어붙은 휴대폰 시장의 냉각과 전략 제품인 베가 시리즈의 잇단 실패로 순식간에 빚더미에 올라섰다. 직원을 25% 구조조정하고 임금까지 동결하는 등 각고의 자구노력 끝에 워크아웃에 돌입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서 끝내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인수하려는 회사도 변변치 않은 상황이라 일각에서는 공중분해 우려까지 제기된다.
 
로봇청소기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 명성을 떨쳐온 모뉴엘 역시 파산신청 이후 온갖 비리와 사기극 등이 들춰지면서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됐다. 모뉴엘 사기에 연루된 국세청 등의 공공기관, 시중 은행들까지 막대한 피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모뉴엘 사태와 관련 부실한 대출 심사, 세무 비리, 미디어의 검증되지 않은 무분별한 보도 등 업계의 전방위적인 반성이 요구되기도 했다.
 
◇벼랑 끝에 몰린 팬택, 매각조차 난항
 
팬택은 올 초부터 이미 위기의 연속이었다. 유동성 위기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위험수위에 도달한 상태였고, 연초부터는 은행권을 중심으로 워크아웃설이 솔솔 흘러나왔다. 2월부터 본격적인 워크아웃 작업이 시작됐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늦었다'는 비판적인 견해도 적지 않았다. 부채비율이 지난해 하반기 기준 5423%를 돌파했기 때문에 당시에 이미 워크아웃을 시작했어야 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초 퀄컴에서 245억원, 같은 해 5월 삼성전자로부터 530억원, 8월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565억원의 긴급 유동자금을 지원받았지만 2012년 3분기 이래 지난해까지 줄곧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올해 내내 전략 신제품 베가 시리즈의 판매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면서 부채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됐다.
 
워크아웃으로도 해법이 보이지 않자 결국 법정관리를 밟게 된 팬택은 두 차례 공개 매각을 추진했지만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1차 공개매각은 주인을 기다리는 방식이었지만 2차부터는 직접 주인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일부 중국 업체들이 팬택이 가진 기술력에 관심을 나타내고는 있지만 기업 인수보다는 특허 구매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 상암 사옥.(사진=뉴스토마토)
 
분리매각 가능성도 남아있다. 팬택 매각 측이 추진하는 방안은 팬택 생산기지인 김포공장과 공장에 있는 기계 설비 등 유형자산, 팬택이 보유한 브랜드와 특허권 등 무형 자산을 함께 매각하는 방식이다. 모든 자산을 일괄적으로 매각하는 방안이 사실상 좌절됐기 때문이다. 다만 팬택 측은 특허권만을 따로 매각하는 방식은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이달 중 인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팬택은 청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최근 팬택 매각주간사 삼정KPMG 등 매각 측으로부터 팬택의 계속기업가치(약 1100억원)에 비해 청산가치(1500억원)가 높다는 보고를 받았다. 매각 측은 법정관리 후 실사를 거쳐 이 같은 결과를 추산했으며, 이는 팬택이 워크아웃 당시 진행했던 실사 결과(계속기업가치 3824억원, 청산가치 1895억원)를 뒤집는 수치다. 매각 측은 오는 5일 1차 관계인집회를 통해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회사가 영업을 중단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팬택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뉴엘 사태'..업계 발칵 뒤집어 놓은 사기극
 
탄탄한 기술력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잘 알려진 모뉴엘의 사기극이 올해 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지난 10월 모뉴엘의 파산신청과 함께 그동안 회사 측의 회계부정, 금융사기, 대표의 횡령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겨줬다. 지난 6년간 무려 3330회에 걸쳐 서류를 조작해 3조원대의 대출을 받고 회사 대표는 대출금을 빼돌려 도박에 탕진하고 별장을 구입하는 등 사기 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모뉴엘은 그동안 전체 매출의 80%가 해외시장에서 발생하고 지난 2013년에는 매출 1조 원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또한 분식회계로 조작한 매출임이 밝혀졌다. 가전업계의 히든 챔피언으로 알려져 있던 이 회사의 1조원 규모 매출은 실제로 300억원에 불과하고, 제품도 값싼 중국산을 조립해 제조, 품질이 현저히 떨어져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던 사실도 드러났다.
 
결국 모뉴엘은 대출금 중 6745억원을 갚지 못해 파산했다.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은 물론 자회사인 잘만테크에 부품 등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는 등 연쇄 후폭풍에 시달렸다. 코스닥 상장사인 잘만테크의 경우 주가 폭락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컸다. 지난 2012년 모뉴엘을 히든챔피언으로 지정한 뒤 1000억원대의 신용대출을 허락한 수출입은행에도 책임 질타와 함께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
 
박홍석 모뉴엘 사장은 광명과 제주 사옥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죄송하다"고 잘못을 빈 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법원해 출두한 후 구속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회사 경영난이 가중되는 과정에서 가용 현금을 늘리면서 그것을 대부분 외화로 보유했는데, 이는 대표가 일찍부터 계획적인 횡령과 도주를 계획해왔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모뉴엘 사태에 연루된 일부 공공기관들도 철퇴를 맞았다.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의 주요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기소, 불구속 기소 처분을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이들은 2012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모뉴엘 담당 업무를 하면서 대출·보증 한도를 늘려달라는 등의 청탁을 들어주고 각각 6000만원∼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주시 영평동 첨단과학기술단지에 입주한 가전업체 모뉴엘의 사옥.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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