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딸들에게 주고싶은 선물"..박경림의 '엄마의 꿈'
2014-12-22 13:42:30 2014-12-22 13:42:44
◇박경림 저서 <엄마의 꿈> 띠지 (사진제공=문학동네)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엄마는 꿈이 뭐예요?"
 
방송인이자 엄마인 박경림이 "너는 꿈이 뭐니"라고 묻자, 아들 민준군은 소방관이라고 대답하면서 지나가듯이 박경림에게 이렇게 질문했다. 그 물음을 들은 박경림은 자신의 꿈을 생각하기 보다는 "그러고보니 나는 우리 엄마의 꿈을 모르는구나"를 먼저 떠올렸다.
 
박경림은 궁금하지도 않았던, 관심도 없었던 엄마의 꿈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반성도 많이 하게 됐다. 우리의 딸들에게 "너희의 엄마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단다"라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어졌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던 중에 인터뷰어로서 섭외가 왔다.
 
그리고 2년 전부터 이 시대를 대표하는 열여덟 명의 엄마이자 셀럽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고 그 이야기들을 책에 담았다. 22일 출간된 박경림의 저서 '엄마의 꿈'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날 서울 동교동 소재의 한 커피숍에서 박경림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평소와 같이 푸근한 웃음으로 현장을 찾은 박경림은 자신의 책이 출판된 것에 대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벅차고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박경림 (사진제공=문학동네)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수 년전 박경림은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아이를 낳은 뒤에도 꾸준히 자신의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아이를 낳은 뒤에 몰아치듯이 발생했다.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과 감정이 발생했다.
 
일을 그만둘까도 고민했고,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할지에 대해서도 막막했다. "그때가 살면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는 그는 '엄마'에 대한 사명감이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지난 10월에는 이 시대 엄마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한 토크콘서트를 만들었고, 이번에는 엄마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치유하기 위해 책을 썼다.
 
박경림은 이 책을 완성하기 위해 총 18명의 여성 셀럽을 만났다. 배우 홍은희, 신은정, 채시라, 뮤지컬 배우 전수경,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영화제작사 대표 심재명, 쇼호스트 유난희, 여자 핸드볼 감독 임오경, 소설가 하성란, 국회의원 신의진 등을 만나 '워킹맘'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엄마의 삶'에 대해 한바탕 이야기 축제를 벌였다.
 
박경림은 "애를 하나 키우는 엄마도 있고 쌍둥이도 있고 아이도 다양하다. 일을 포기했다가 다시 시작한 분, 일을 멈추지 않고 계속 한 분, 일을 포기하고 아이를 다 키운 뒤에 다시 일을 시작한 분, 유산의 경험이 있는 분 등 다양하다"면서 "스케줄이 되는 대로 만난 게 아니라 최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사람들로 인터뷰이를 섭외했다"고 말했다.
 
언제나 웃음 꽃을 피우고 다니는 그이지만 엄마라는 위치가 그렇듯 속사정은 다른 누구와 다르지 않게 힘들다. 그래서 그 역시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에 대해 답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18명을 만난 뒤 박경림은 깨달음을 얻었다.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에 정답은 없구나."
 
이 말을 한 뒤 박경림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각자마다 절대적 가치, 행복에 대한 기준이 다 달라요. 그랬기 때문에 더 소중한 인터뷰가 아닌가 싶어요. 이영희 선생님이 '늦은 시간은 없다. 늦은 마음만 있을 뿐이다. 늦은 마음이 부끄러운 것'이라고 말했는데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어요. 18명을 다 만난 뒤에 정답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나만의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고 행복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박경림 (사진제공=문학동네)
 
◇"우리 모두가 다 힘들어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박경림은 18명의 이름을 거론하며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그는 한 명 한 명 인터뷰이가 모두 가슴 속에 담겨져 있다는 것을 자랑하듯이 술술 풀어나갔다.
 
그렇게 인터뷰를 다 하고 나서 가장 크게 그가 얻은 것은 무엇일지가 궁금했다.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우리 모두가 다 힘든 거구나."
 
질문을 받은 박경림은 짧게 말을 던졌다. 그리고 한 템포를 쉰 뒤 달변가 답게 말을 쭉 풀어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걸 배운거죠. 다행이라면 다행인거고 감사한 거기도 해요. 어떤 지위에 있건 간에 결국 여자의 삶이라는 게 아이를 낳으면 다 똑같아진다는 걸 느꼈어요. 캠프파이어 같은 데 가면 '엄마'하면서 다 울잖아요. 이제는 '엄마'라고 하면 처절하고 슬프기보다는 행복하고 웃음이 피고 즐겁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지난 10월 그가 준비한 토크콘서트 <박경림 토크콘서트-여자의 사생활 新바람난 여자들>를 본 적이 있다. 당시 콘서트를 보면서 박경림이 자신과 같은 처지의 아줌마들을 위해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준비가 철저했고 풍성했다. "마음이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박경림이 지은 책이어서일까, 수익금 대부분을 기부할 생각이라고 한다.
 
"이 책은 내 이야기가 아니고 인터뷰를 해준 18명의 이야기잖아요. 인세를 내가 갖는다는 것은 아니라고 기획단계부터 생각했어요. 또 우리가 여자로 태어난 이상 누군가의 딸이에요. 그 딸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에요.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인세가 생기는데, 어디에 기부를 해야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우리 사회가 주부가 되면 '경력 단절'이라고 하는데, 엄마들이 다시 사회에 발을 들일 수 있도록 교육을 해주고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단체에 기부할 생각이에요."
 
이 시대 엄마들을 위해 고민을 마다하지 않는 박경림은 차후 '엄마열차'를 기획할 생각이다. 열차를 빌려 다양한 계층의 엄마들과 함께 1박2일 코스로 여행을 하면서 서로 힘들었던 시절과 이야기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또 아내만큼 힘들게 버텨온 남편들과도 이야기를 나눠볼 생각을 하고 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혹은 그 연결고리가 되면서 '남들이 이렇게 버텼구나'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이래야 잘됩니다'가 아니라 '나도 버텨야겠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어요. 행복의 기준이 다르듯이 꿈도 다르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하루 하루 극복하고 살아가면서 꿈을 놓지 않았면 하네요."
 
박경림은 추운 날씨에 현장을 찾은 기자들에게 한 명 한 명 포옹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어느 순간이나 진심어린 행동을 보이는 그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르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봤다. '엄마의 꿈'은 그렇게 마음이 따뜻한 박경림이 만난 18명 여성의 이야기가 담겼다. 박경림의 마음이 일찌감치 통한 탓일까, 벌써 1쇄가 끝나고 2쇄가 진행 중이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