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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기술자들' 스타일 잡으려다 본질 놓친 케이퍼무비
2014-12-19 18:46:56 2014-12-19 18:46:56
◇<기술자들>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범죄영화의 하위장르로 알려진 케이퍼무비는 대중에게 사랑받는 장르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스토리 전개, 불친절한 설명에서 찾아내는 반전, 주인공들의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 과연 주인공이 상대를 처치할까하는 쫄깃함까지 잘만 만들면 평단의 호평과 흥행까지 동시에 잡을 수 있다.
 
물론 잘 만들기가 쉬운 일이 아니긴 하다. 그래서인지 사랑받는 장르임에도 스크린에 자주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런 중에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 이후로 정통 케이퍼 무비가 등장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개봉 예정인 <기술자들>이다.
 
개인적으로도 케이퍼 무비를 즐기기에 기대감이 컸다. 게다가 대세 김우빈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입지를 갖춘 이현우, 안정적인 감초 고창석에 연기로는 정점에 있는 김영철까지 캐스팅도 훌륭하다. <공모자들>로 2년 전 청룡영화상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김홍선 감독의 영화라는 점에서 기대할 거리가 많았다.
 
하지만 객석에 앉기 전 품었던 기대감은 영화를 다 본 뒤에는 씁쓸함으로 변했다.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떠올랐다. "아쉽네"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내용은 대략 설명하면 이렇다. 천재 금고털이범 지혁(김우빈 분)과 넓은 활동폭을 가진 인력 조달자 구인(고창석 분), 천재 해커 종배(이현우 분)은 15분 사이에 보석상의 VIP룸을 털어내는 실력자들이다. 이들이 훔친 보석은 조폭 보스 조사장(김영철 분)의 것이었다. 조사장은 이 세 기술자에게 인천 세관에 있는 1500억원을 40분 안에 훔쳐내라고 지시한다. 이중 100억원 가량은 세 사람의 몫이다. 과연 세 기술자들은 조사장의 의뢰를 완벽히 수행할 수 있을까.
 
겉만 보면 <기술자들>은 구색을 잘 갖췄다. 남다른 기럭지와 훌륭한 외모를 가진 김우빈의 비주얼은 누구보다도 지혁과 잘 어울리며, 고창석과 이현우 역시 나름의 존재감을 뽐낸다. 구인을 돕는 털보 역의 조달환과 매력적인 미끼로 사용되는 은하 역의 조윤희도 꽤 준수하다.
 
게다가 스타일리시하다. 김우빈을 활용한 볼거리는 꽤 잘 빠졌다. 상업적인 신이라는 조윤희와 김우빈의 샤워신도 좋다. 이현우와 김우빈의 패셔너블한 옷차림은 이 영화가 스타일을 강조한 영화라는 점을 각인시킨다. 지혁의 카체이싱과 인천세관에서의 과정 역시 그림이 좋다. 매력적인 장면은 확실히 많다.
 
◇<기술자들>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하지만 <기술자들>은 느리고 친절하다. 케이퍼무비의 장점이 숨 쉴 틈없이 몰아치는 빠른 전개에서 오는 쫄깃함이라하면 <기술자들>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지극히 친절하게 각 캐릭터와 상황을 잘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이게 이거인거지?'라면서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상황을 이해하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머리를 쓰지 않고도 보기 쉬운 영화다. 그만큼 지나치게 상황 설명이 많다.
 
그래서 늘어지는 기분이 들고 맥이 빠진다. 중간중간 놓여있는 반전이 가슴을 확 때리지 않는다. 복수라는 코드가 보는이로 하여금 뒤통수를 강하게 쳐야 더 재밌었을 것 같은데, 영화를 보는 도중 예상이 든다. 뒷부분의 강한 반전 역시 어렵지가 않다. 그래서 후반부에 힘이 떨어진다.
 
김우빈은 대세임은 분명하지만 아직 극을 이끌어가기엔 부족함이 엿보인다. 몇 몇 장면에서 그의 매력이 확실하게 느껴지지만 2시간 동안 지켜보기에는 아직 내공이 부족해 보인다. 순수한 꽃미남 이미지의 이현우는 욕설을 하고 담배를 피지만 다소 어색하다. 조윤희 역시 포지션이 애매한 탓일까 자연스럽지 않다.
 
고창석과 김영철은 이름 값을 한다. 극의 중심을 잘 잡아준다. 스크린에서는 자주 보지 못했던 임주환은 의외의 발견으로 남을 듯 하다.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임주환의 연기는 몰입도를 높인다.
 
너무나도 친절하게 관객들에게 설명을 잘 해준 <기술자들>이지만 마지막 아부다비에서 만나는 지혁과 은하는 다소 이해하기 힘들다. 왜 그곳에서 만나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친절함의 완급조절에 실패한 느낌이다. 영화가 끝난 뒤 서비스컷은 재미도 감동도 정보도 없다. 왜 넣었는지 이유를 모르겠는 장면이다.
 
<공모자들>을 통해 신인감독상을 수상해서였을까, 김홍선 감독은 너무나도 많은 고민을 한 듯 싶다. <공모자들>처럼 힘을 빼고 케이퍼 무비의 전형성을 더 따라갔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든다. 그가 보인 여러 노력들이 오히려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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