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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016년부터 목동구장은 '무조건' 아마추어 전용"
2014-12-18 18:58:30 2014-12-19 14:44:52
◇지난 17일 고척교 동쪽에서 바라본 서울 서남권 야구장 외관(사진=이준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지난 2008년부터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가 사용해오던 서울 목동야구장이 오는 2016년부터는 아마추어 전용 구장으로 활용된다.
 
서울시는 넥센에 대해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인 서남권 야구장(일명 '고척돔') 이전을 유도하되, 넥센과의 협상에 휘둘리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에서 체육 시설의 관리·운영 소관부처인 문화관광디자인본부의 이창학 본부장은 최근 <뉴스토마토>에 이같은 방침을 밝혔다.
 
◇"주민들의 삶을 침해해서는 안돼"
 
이 본부장은 "이미 여러차례 보도됐던 대로 목동야구장 인근 주민들은 소음피해와 빛공해에 교통체증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피해에 시달렸다"며 "평온한 '삶'이 침해를 받고 있다. 목동구장을 지난 2008년 이전처럼 아마추어 구장으로 환원하는 조치는 시가 취해야 하는, 매우 당연한 절차"라고 말했다.
 
다른 날 만난 오제성 체육진흥과장도 "아마추어 구장으로 쓰던 곳에 프로야구단이 들어왔다. 부산 사직구장 주변 등 다른 지역과는 달리 주민들은 프로야구단이 떠나기를 바란다. 민생 피해도 크다고 한다. 체육업무를 담당하지만 일부 구단 입장만 생각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랬다. <뉴스토마토>는 올해 초부터 목동 지역에 대해 장기간 취재를 거쳤다. (본보 5월16일자 보도 '프로야구 경기 열리는 목동구장, 주변 주민들에겐 '재앙'이었다' 참고) 이후에도 꾸준히 주민들을 만나 목소리를 들었다. 주민들은 기자에게 "일부 언론이 너무 넥센 편만 들려고 한다"며 "제발 힘없는 주민들의 이야기도 써달라"고 당부했다.
 
보도 이후에도 별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올해는 창단 이후 최초로 한국시리즈 무대에 진출하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13일)을 며칠 앞둔 11월7일과 8일에 3차전과 4차전 경기를  진행해야 했고, 주민 불만은 더욱 커졌다.
 
지난 1989년 11월 개장한 목동구장은 2007년까지는 경기가 대부분 낮에 열렸고 소음이 적은 아마추어 경기 위주로 대관이 진행돼 왔다.
 
하지만 2008년초 넥센이 목동구장을 기반으로 창단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교통체증은 약과였다. 소음은 이전과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야간 경기로 인한 '빛공해(Light Pollution)' 피해도 발생했다. 인근 아파트의 일부 주민들은 경기 날이면 피난(?)을 떠났을 정도다.
 
프로야구 야구장이 있는 상태에서 분양을 받은 부산 사직동·광주 임동·대구 침산동 주민들과 다르게 목동 주민들은 분양 20여년 만에 뜬금없이 피해를 입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서울시도 이같은 현실을 알고 넥센의 이전을 추진했다. 2008년 당시에는 야구계의 요구에 따라 목동구장의 넥센 임차를 허용했지만, 이제 더는 안 된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마침 목동구장보다 좋은 신축 구장도 완공을 앞둔 상태다.
 
◇목동아파트 530동에서 바라몬 목동야구장의 낮과 밤 풍경. 목동아파트 530동 주민들은 넥센히어로즈의 프로야구 경기로 인해 광공해와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시민의 세금으로 지었다. 사기업에 휘둘릴 수는 없다"
 
넥센은 고척돔의 이전을 고려하면서도 서울시과 갈등을 빚고 있다.
 
갈등의 주된 원인은 알려진 대로 금전 문제다. 넥센은 사용료를 최대한 적게 지불하는 한편 광고운영권도 직접 행사하려 한다. 반면 서울시는 광고 운영권은 직접 행사하고 구장 사용료도 '제값'을 받으려고 한다.
 
넥센은 조태룡 단장이 최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년 1월까지 (광고 운영권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고척돔 홈구장 이전을 포기할 수도 있다"라고 입장을 표명하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입장이 다르다. 그동안 목동구장을 써오던 넥센을 배려하는 것은 필요하나, 그렇다고 시민 세금으로 지은 경기장의 비용 협상에서 사기업에 휘둘리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최근 넥센의 각종 '언론플레이'는 협상 주체로서 응당 취할 수 있는 조치"라면서도 "그렇지만 시는 이에 휘둘리지 않는다. 시민의 세금으로 지은 시설이기 때문에 계약을 잘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 과장도 "시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시민들을 위해 유리한 조건에서 계약할 것"이라며 "넥센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해야 하고 배려할 주체는 맞지만, 특혜를 줄 주체는 아니다. 공공기관끼리 계약해도 헐값에 계약하지 않는다. 하물며 사기업이면 당연히 최고·최선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 측이 갈등을 빚는 것은 맞다. 그러나 아직 갈등 정도는 크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관계자는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나 현재는 협상을 깰 정도로 갈등이 심각한 것은 아니다"라며 "서울은 스포츠팀 연고지로 매력적인 곳이다. 그리고 고척돔은 대한민국 최초의 돔구장이다. 시가 불리한 입장에서 협상 테이블에 나설 이유는 없다. 시민들을 위한 결정을 잘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고척교 동쪽에서 바라본 서울 서남권 야구장 내부. 12월17일 현재 사진. (사진=이준혁 기자)
 
◇"고척돔,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마케팅 친화 야구장"
 
고척돔은 지난 2007년말 철거된 동대문야구장의 대체 구장으로 건설됐다. 당초 아마추어 전용 야구장으로 지어지기 시작했지만 이후 하프돔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408억원이던 공사 비용은 2467억원(2014년 10월 현재)으로 늘었고, 개장일도 2010년에서 꾸준히 늦춰지더니 현재는 2015년 하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척돔의 뼈아픈 역사다.
 
서울시는 이왕 공기가 연장되고 비용이 크게 늘어난 시설이면 비용과 시간을 더 들여서라도 잘 짓자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이같은 기조 하에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스포츠시설 건축설계 전문기업인 미국 로세티(ROSSETTI) 사에 컨설팅까지 맡겼다.
 
이에 로세티는 한국인 임원인 정성훈 이사를 파견해 고척돔의 총괄 컨설팅을 진행했다. 정 이사는 지난 16년간 세계 각국의 경기장 건설과 개선 작업에 직접 참여한 전문가다. 한국 체육시설 사정을 잘 아는 세계적 전문가가 직접 고척돔 문제의 개선책을 제시한 것이다.
 
덕분에 고척돔은 이전에 비해서 훨씬 좋아졌다는 평을 받는다. 초기 설계가 '나빴다'는 뜻이 아니다. 초기엔 아마추어 일반 야구장의 형태의 설계였는데 이를 기반으로 계속 변경해왔고 돔구장 변경까지 하며 꼬여버린 설계다. 로세티의 컨설팅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뤄냈다. 고척돔을 둘러본 건설·체육 전문가 그룹에서 현재의 고척돔의 시설에 대해 한시름 놓은 이유다.
 
서울시는 고척돔이 '제값'을 받을만한 구장이라 자평한다. 최신 시설이자 최초 시설이며 이제 전문가 컨설팅까지 거치며 많은 개선을 꾀했다. 더군다나 돔구장 특성상 장기 마케팅계획 수립에 상당히 용이하다. 기상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계약의 미이행과 파기가 줄어들고 마케팅 의뢰 측의 신뢰를 받기도 쉽다.
 
오 과장은 "넥센이 됐든 제3의 구단이 됐든 고척돔은 마케팅 진행에 가장 유리한 곳이다. 이같은 값어치와 변화도 응당 협상 조건"이라며 "협상 파트너의 입장에 대해선 존중하지만 서울시는 시민들을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시가 히어로즈를 벼랑 끝에 몰아붙이고 있다는 얘기는 잘못된 것이다. 협상 파트너로 꾸준히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다만 시민들의 세금으로 건설한 공간이다. 광주나 대구 그리고 대전처럼 구단이 일부 비용을 투자한 곳도 아니고 창원과 수원처럼 구단의 유치를 위해 조건을 제시한 것도 아니다. 혈세가 투자된 공간인만큼 시민의 입장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고척돔은 내년 완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를 진행 중이고 '목동야구장의 아마 구장화'는 확정된 상황이다. 세계적인 MBA인 인시아드(INSEAD) 출신으로 오랜시간 인수·합병 협상을 해오던 이장석 대표의 넥센 히어로즈 프로야구단㈜과 서울시의 협상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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