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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차명거래금지법 시행...'제2의 전두환' 막나
5만원권 회수율 급감..고액 예금 대거 인출 '지하경제 확대' 우려
2014-11-29 16:00:00 2014-12-01 09:35:23
◇금고에서 돈을 세고 있는 은행 직원ⓒNews1
 
[뉴스토마토 유지승기자] 차명거래금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금융실명법이 29일부터 전면 시행된 가운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일단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 등 이른바 '검은 돈'에 대한 추적을 강화하고, 그동안 차명거래에 대해 관대했던 사회 의식 수준을 바로잡기 위한 취지와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은행 거래가 아닌 세금을 피할 수 있는 다른 수단으로 돈이 흘러 들어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더 부추길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따라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실효성을 확보하는 세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정된 금융실명거래법의 핵심은 세금을 피하려는 차명 거래를 원칙적으로 모두 금지하고, 적발시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명의를 빌린 사람은 물론 빌려준 사람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또 다른 사람 명의로 돈을 넣어뒀다 분쟁이 생기면 이름을 빌려준 사람에게 우선권이 주어져 돈을 떼일 가능성이 있게 된다.
 
◆21년만에 금융실명법 개정..금융거래 투명성 기대
 
이번 금융실명법 개정은 지난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긴급명령 형태로 금융실명제 시행에 들어간 지 21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금융거래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이 도입한 금융실명제법은 비실명거래 금지라는 취지에서 많은 폐단을 잡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허점이 많아 그동안 '반쪽짜리 금융실명제'로 불리며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로 비자금을 관리하며 통장에 29만원밖에 없다고 주장, 16년 간 추징금 납부를 회피할 수 있었던 것도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대표적 사례다.
 
개정된 금융실명법, 즉 차명거래금지법은 '불법'에 대한 규정을 더 구체화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오윤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자금세탁 방지 효과 등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우선 차명거래가 불법이라는 점을 더 명확화하고 벌금과 처벌을 더 엄격히 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나 이재현 CJ 회장 등이 차명거래의 허점을 이용해 비자금을 관리해 온 사건을 고려할 때 제도가 강화됐어야 하는 부분은 맞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김 연구위원은 "차명거래 규제의 가장 큰 목적은 불법적 동기를 가진 차명거래를 잡아내는 건데 제대로 효과가 나려면 차명거래 사전등록제를 추진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에 그쳐서는 안되고 금융정보분석원(FIU) 등을 활용한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함께 지속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거래를 합법적으로 하도록 법을 개정한 취지에 부합하려면 더 강력한 사후 조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5만원권 회수율 급감..고액 예금도 대거 인출
 
차명거래 단속 강화로 타격이 예상되는 고액 자산가들의 자금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지하경제 양성화가 더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불법 거래 단속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지난해 48% 수준이었던 5만원권 회수율은 올해 10월까지 19. 9%로 10%대로 급감했다. 우리, 신한 등 4대 시중은행의 잔액 5억원 이상 개인 정기예금 잔액도 지난 3월 이후 6개월 새 1조원 가량이나 빠져나갔다.
 
그동안 차명계좌를 이용해 세금을 피해온 금융 거래자들이 제도 추진에 앞서 차명계좌를 정리한 것.
 
한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는 "차명거래금지법 시행 기간이 다가오면서 수표나 현금으로 돈을 대거 인출해가는 고객들이 늘었고, 관련 문의가 빗발쳤다"면서 "확실한 투자처가 아닌 이상 일단 현금으로 보관하겠다는 고객들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분간 은행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하경제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어 정부가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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