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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신주환, 연출·연기에 재능이 탁월한 걸출한 신예
2014-11-27 17:40:58 2014-11-27 17:40:58
◇신주환 (사진제공=심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웹툰 <패션왕>을 볼 때 창주는 정말 이상하게 생긴 인물이었다. 쫙 찢어진 눈매에 '캬캬캬캬'라고 웃어대는 모습하며 짙은 아이라인과 헤어밴드까지, 창주는 환상 속의 인물에 가까웠다.
 
그렇게 환상에 묻어둔 캐릭터가 스크린을 통해 튀어나왔다. 최근 가장 유행하는 단어인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에 해당한다. 영화 <패션왕>에서 창주와 싱크로율 100%를 자랑한 신주환에 대한 이야기다.
 
밝고 웃음이 유쾌하다. 무슨 얘기를 하든 진지함과 유머를 자연스럽게 오고간다. 끼도 상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타고난 재능이 엿보였다.
 
인터뷰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뭔가에 홀린 듯 기분이 들떴다. 강한 에너지를 받고 오는 느낌이었다. 이 남자 정체가 도대체 뭘까?
 
◇신주환 (사진제공=심엔터테인먼트)
 
◇역량있는 배우
 
<패션왕>을 보면 창주가 눈에 확 들어온다. 워낙에나 독특한 비주얼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튀는 연기를 도맡아한다. 김성오와 함께 웃음을 주는 롤을 수행한다. 다소 업된 느낌으로 연기를 하는 모습은 영화에 판타지를 준다.
 
캐스팅 과정이 궁금했다.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신예, 소속사를 찾은지 이제 겨우 1년이 된 연기자에게 큰 비중의 캐릭터를 맡는 기회는 어떻게 찾아왔을까.
 
"그냥 창주랑 너무 닮아서 된 거 같아요. 감독님과 미팅을 봤는데 '어디서 창주랑 똑같이 생긴 애를 데리고 왔어'라고 하셨어요. 그 때부터는 오디션에 관련된 얘기보다는 그냥 대화를 더 많이 했어요. 얼굴만 보고 된 거 같아요. 감독님이 왜 저를 좋게 보셨는지는 모르겠는데, 처음부터 호감을 가지고 대해주셨어요."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서 무용담을 늘어놓을만도 한데 담담하게 '얼굴' 때문에 됐다고 털어놨다. 솔직함이 남다르다고 생각했다.
 
연기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패션왕>은 웹툰 내에서도 독특함이 상당한 작품이다. 현실성이 거의 없다. 이런 작품을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갸우뚱했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는 웹툰 특유의 판타지를 살려내면서 그럴듯한 스토리로 나름의 작품성을 갖췄다. 주원과 설리, 안재현 못지 않게 신주환의 연기력도 큰 영향을 미쳤다.
 
"최소한의 만화적인 느낌은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목소리도 자연스러운 것보다 더 톤을 높였고요. 그러면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죠. 현장에서 많이 헷갈렸었는데, 주원이나 진웅이한테 큰 도움을 받았어요."
 
다만 영화가 아쉬운 점은 진부한 마무리에 있다. 굉장히 독특한 소재를 주말극의 클리셰로 마무리 짓는다. '권선징악'으로 끝을 낸다.
 
독립영화 <섹스킹>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한 연출가이기도 한 신주환. 그는 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플롯 자체가 단순하고 클리셰도 있고 진부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그렇다는 건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봐요. 웹툰이 영화화가 많이 되고 있고, <패션왕> 역시 웹툰을 실사화하는 과정에 있는 작품이에요. 완성형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원소스 멀티유즈의 진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가볍게만 바라봤고, 다소 어린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깊이 있는 답이 나왔다. 출연 배우로서 말하기 어려울 수 있는 부분을 진솔하게 꺼내놨다. 독립영화계가 주목한 연출가다운 발언이었다.
 
◇신주환 (사진제공=심엔터테인먼트)
 
◇깊이있는 연출가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건국대 연극영화과 졸업반 학생으로 딱히 이렇다할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돈도 넉넉치 않아서 밥을 제때에 때우기도 쉽지 않았다. 그 때 불안이 엄습했고, 졸업영화로 눈을 돌렸다. 그 영화가 <섹스킹>이다.
 
"문득 생각이 들었는데, 저는 밖에 나가서 사람들하고 소통하는 배우가 되고 싶은데, 학교에만 있으면 아무것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졸업영화를 만들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영화가 <섹스킹>. 제목부터 굉장히 자극적이다. 본능과 자극에만 충실한 젊은 세대들에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일침을 던지는 영화다.
 
"제가 건대 근처에서 살았는데, 그곳 만남의 광장이 금요일과 토요일만 되면 장난이 아니거든요. 여자를 어떻게 해보려는 남자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섞는 여자들이 사실 조금은 한심해보였어요. 특히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여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남자들에 혐오감이 좀 있었죠. 육체적으만 끝나는 관계가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고민 끝에 탄생한 영화가 <섹스킹>이에요."
 
그렇게 탄생한 <섹스킹>은 제8회 파리한국영화제에서 '2013년 FLYASIANA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했고 지난달 28일 열린 제9회 파리한국영화제' FLYASIANA SPECIAL' 부문에 감독으로 초청되는 영광을 누렸다. 감독으로서 역량이 있음을 증명한 작품이다.
 
"사실 이렇게까지 좋은 반응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하하. 제목이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연출가로서 인정받았지만 목표는 배우다. 연출과 연기를 병행하고 싶지만 먼저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정말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배우요. 창주는 저랑은 좀 달라요. 전 조금은 더 진지하거든요. 그렇게 저랑 다른 인물들을 수 없이 연기해보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최종 꿈은 헐리우드라고 했다. "다들 비웃지만 저는 그렇게 꿈꾸고 있어요. 최민식 선배님도 <루시>로 할리우드에 50세가 넘으셔서 진출하셨잖아요. 그런 꿈으로 한 발 한 발 내딛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꿈을 꾸는 남자 신주환은 여느 신예들과 달리 깊이가 있었다. 신주환을 통해 싱어송라이터와 같이 앞으로 연출과 연기를 병행하는 배우 겸 감독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또 다른 배우도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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