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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FA, '11명의 영입전' 시작됐다
2014-11-27 11:52:15 2014-11-27 15:28:12
◇2015년도 자유계약선수(FA) 원소속팀 우선협상 결과. (정리=이준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지난 20일부터 열린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최초 일정인 원소속구단 우선협상 기간이 26일 자정 마무리됐다. FA 권리를 행사한 총 19명 중 8명(42.10%)이 원소속팀과 계약을 맺었고, 11명이 다른 팀과의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게 됐다.
 
우선협상 기간에 계약을 맺은 선수는 윤성환(투수), 안지만(투수), 조동찬(내야수·이상 삼성), 박용택(외야수·LG), 조동화(외야수), 김강민(외야수), 최정(내야수·이상 SK), 김경언(외야수·한화)이다.
 
26일 오전까지 어느 선수도 계약 소식이 없다가 오후 4시44분 무렵 박용택 계약이 처음 이루어졌고, 종료 5분 전인 오후 11시55분에는 SK가 조동화를 붙잡았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제 11명이 다른 9개 구단, 그리고 가능한 경우 해외 팀과의 협상을 하게 된다. 투수는 권혁·배영수(이상 원소속구단 삼성)·김사율·장원준(이상 롯데)·이재영(SK)·송은범(KIA)의 6명이다. 포수는 차일목(KIA), 내야수는 박경수(LG)·나주환(SK)·박기혁(롯데), 외야수는 이성열(넥센)이다.
 
원소속구단의 우선협상 기간에 9개 구단의 희비는 엇갈렸다. 삼성과 SK는 '절반의 성공'을 했고, 한화도 섭섭하지 않았다.
 
실패가 두드러진 팀은 롯데다. FA 체결 실패 후 제시액을 공개하는 유례없는 결정을 했을 정도로 롯데는 충격이 컸다. 선수 3명은 총 111억원을 거부했다.
 
◇SK와 삼성, '핵심'은 붙잡았다
 
삼성과 SK는 각각 5명이 FA 권리를 행사했다. SK의 박진만이 FA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두 구단은 FA 결과가 달랐다.
 
삼성은 이승엽과 오승환처럼 본인이 해외로 진출하기를 희망하지 않는한 어지간해선 FA를 다른 팀에 빼앗기지 않았다. 삼성에서 FA 자격을 얻어 다른 팀으로 간 사례는 마해영(2003년)과 정현욱(2012년)이 전부다.
 
반면 SK는 최근 몇 년간 자팀 FA를 쭉 놓쳤다. 2008년 이진영(LG), 2011년 정대현(롯데)·이승호(롯데·현 NC), 2012년 이호준(NC), 2013년 정근우(한화) 등을 빼앗겼다. 주축 선수들이 잇따라 이탈했고 결국 팀의 전력과 '팬심'까지 모조리 놓친 결과를 낳았다.
 
이번에는 양팀 모두 각각 3명을 잡았고, 이 중에는 '핵심'으로 꼽히던 선수도 있다.
 
삼성은 윤성환을 4년 총액 80억원(계약금 48억원, 연봉 8억원)에 잡았다. 한국 프로야구 역대 투수 FA 최고 금액이다. 안지만에게도 자존심을 세워줬다. 4년 총액 65억원(계약금 35억원, 연봉 7억5000만원)으로, 선발이 아닌 계투로는 역대 최고액 계약을 맺었다.
 
삼성은 조동찬도 잡았다. 4년 총액 28억원(계약금 12억원, 연봉 4억원)이다. '적절히 잡았다'라는 평가다.
 
반면 "시장에 나가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싶다"는 권혁을 일찌감치 놓쳤고, 배영수는 26일 자정까지 경산볼파크에서 협상했지만 합의점을 이끌지 못했다. '푸른피의 에이스'로 불리던 배영수의 향방이 삼성 팬들에겐 큰 관심사가 됐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팀의 감독도 교체한 SK는 최대 과제인 '최정 잔류'에 성공했다. SK는 최정을 역대 최고 금액인 4년 총액 86억원(계약금 42억원, 연봉 총액 44억원)으로 잡았다. 
 
이어 김강민과 4년 총액 56억원(계약금 18억원, 연봉 8억원), 조동화와 4년 총액 22억원(계약금 8억원, 연봉 3억원, 옵션총액 2억원)에 계약했다. 반드시 잡아야 하는 선수는 모두 잡은 셈이다.
 
◇박용택. ⓒNews1
 
◇LG 박용택·한화 김경언, 예상대로 팀에 남아
 
LG의 박용택과 한화의 김경언은 그간 자팀잔류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선수다. 박용택은 'LG의 심장'과도 같은 선수이고, 김경언은 FA 계약을 마치지 않은 상황에도 팀의 마무리 훈련에 참가해 화제를 모았다.
 
결국 두 선수는 예상에 걸맞는 결정을 내렸다.
 
박용택은 4년 총액 50억원(계약금 18억원, 연봉 8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백순길 LG 단장은 "박용택 선수가 LG를 떠난다는 것은 상상해보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팀의 기둥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기뻐했다.
 
박용택은 LG에서 선수 생활을 마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FA로 다시 자격을 얻을 수 있는 4년 후에는 한국 나이로 40살이다. 
 
김경언은 한화와 3년 총액 8억5000만원(계약금 3억원, 연봉 1년차 1.5억원, 2·3년차 2억원)에 계약했다.
 
한화는 이에 따라  FA 자팀 계약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장원준.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롯데, 전원 결렬 '충격'
 
반면 롯데는 '집토끼'를 모조리 놓친 상황에 처했다. 특히 장원준에게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액을 제시했음에도 놓쳐 화제에 올랐다.
 
롯데는 26일 오후 8시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원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 마지막 날인 오늘(26일)까지 FA 대상 세 선수(김사율, 박기혁, 장원준)와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해 계약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롯데는 세 선수를 붙잡기 위해 최선의 안을 내놨다고 직접적인 표현을 썼고 구단의 제시액도 공개했다. 구단의 '책임론'을 피하기 위한 조치는 물론, 롯데를 포함한 타팀 계약이 가능한 다음달 4일 이후의 계약도 노리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실질적으로 이들 세 명을 향해 롯데가 발표한 제시액 이상을 내걸 팀은 없을것이라는 중론이다.
 
롯데는 투수 '최대어'로 꼽히는 장원준에게는 4년 총액 88억원(보장금액 80억원, 플러스 옵션 8억원)을 제시했다. 국내 프로야구 사상 최대 금액이다. 하지만 장원준은 시장의 평가를 원했고,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또한 김사율에게는 3년 총액 13억원(보장금액 10억, 플러스 옵션 3억원), 박기혁에게는 3년 10억원(보장금액 6억, 옵션 4억원)을 제시했으나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윤원 단장은 "내부 FA 선수를 잔류시키기 위해 구단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제시한 금액은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최대의 액수였다"면서 "함께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그간 롯데에서 열심히 뛰어준 것에 고맙고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이제 시장에 나가는 만큼 좋은 대우로 보상받을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제 큰 시장 열렸다
 
원소속구단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11명은 이제 원 구단을 제외한 타 구단과 협상할 수 있다. 다음달 3일까지다. 다음달 4일부터는 원소속구단과도 협상할 수 있다.
 
많은 관심을 모으는 점은 장원준이 어떤 선택을 할지와 내년 1군에 참여할 '10구단' KT가 데려갈 선수의 규모다.
 
장원준의 올시즌 성적은 10승9패, 평균자책점 4.59이다. '타고투저' 시즌에 선방했다는 평가지만, "88억을 받을만한 선수는 아니다"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KT는 보상선수 없이 보상금만으로 타팀의 FA 영입이 가능하다. 이제 새로운 팀을 꾸려야할 입장에 FA 선수 영입은 '필수'다.
 
NC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이호준·이현곤(2012년 시즌 후 영입), 이종욱·손시헌(2013년 시즌 후 영입) 사례가 KT에서도 나올지 주목된다.
 
한편 아직 계약을 맺지 못한 FA 선수들은 내년 1월15일까지는 계약을 해야 한다. 만약 내년 1월15일까지도 계약을 못할 경우 방출 처리돼 자유계약선수로 공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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