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이 책은 세계 무대에 진출한 한국, 중국, 일본의 대표 기업들을 경영 방식의 장점을 조명하고 있다. 우선 '최강'이라는 표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책은 한·중·일을 대표하는 삼성전자, 화웨이, 소니, 히타치를 성공 사례로 전제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질문은 과감히 생략한다.
세 명의 저자는 한중일 성공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미국식 스탠다드를 평가 잣대로 삼았다. 한·중·일 기업과 미국 우수 기업들의 전략과 제품 생산, 경영 방식을 비교 분석해 아시아 기업만의 특성을 사례별로 정리하기 위함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아시아의 성공 기업들은 '미들 업 다운' 경영 체제와 현지화 중심의 글로벌 전략,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고려, 모방 후 단계적 혁신, 내부 인재 육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제목을 읽는 순간 느꼈던 의문점은 막바지에 가서도 해소되지 않는다. 이 책이 예시로 활용한 기업들의 상당수는 내수 시장에서의 평판과 달리 글로벌 기준에서 아직 시험대에 서있는 기업들이 더 많다. 또 각 기업의 경영 프로세스에 대해 주로 긍정적 사례만을 뽑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시아 기업의 특징 중 하나로 언급된 '톱다운'식 의사결정 구조를 설명할 때는 이들 기업의 상명하복 문화가 소프트 파워, 창의성을 제한하고 있으며 관료제적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있는 지적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잭 웰치, 정주영 전 회장 등 특정 경영인에 대한 무비판적인 미사여구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다.
아시아 기업-지역사회와의 관계 형성에 대한 서술 역시 기업 보도자료 수준의 콘텐츠 이외에는 차별성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성공기에 대한 부분에서는 일본 기업 대비 낮은 인건비, 정부 지원,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백혈병 논란, 환경 파괴 문제 등은 외면한다. 또 중국 화웨이의 통신 장비가 데이터 유출 논란에 휩싸이며 북미 공공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는 현실 역시 간과돼 있다.
▶전문성: 쉬운 경제기사 수준의 난이도를 나타낸다. 다만 해외 기업 사례를 설명할 때 좀 더 보충 설명이 필요한 단어들이 종종 눈에 띤다.
▶대중성: 국내 매체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중국, 일본 기업들의 역사와 성공기를 간추린 짧막한 텍스트들은 흥미롭고 쉽게 읽힌다.
▶참신성: 한국, 일본, 중국 기업의 차이점이 아니라 공통점에 집중한 부분은 신선하지만, 기업들 간의 핵심적 교집합을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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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장에서는 아시아 기업들의 리더십을 분석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톱다운'식 의사결정 구조. 저자는 미국의 상당수 선진기업들도 같은 구조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가장 이상적인 기업으로 잭 웰치가 이끄는 GE와 스티브 잡스 시절의 애플을 꼽는다.
삼성그룹 역시 오너를 중심으로 하는 톱다운식 시스템이 체계화돼 있다. 화웨이의 경우 'CEO 윤번제도'라고 하는 독특한 구조가 있는데, 후계자를 육성하기 위해 이사회에서 선출된 부회장 세 명에게 '윤번 CEO'로서 6개월마다 교대로 경영지휘권을 주는 방식으로 '톱'에 대한 견제가 가능하다.
2장 '글로벌 전략'에서는 각 기업들의 현지화 전략을 조명한다. 유럽, 미국 기업은 표준화에 주력하고 효율성을 올리는 길을 선택하는 반면 이시아 기업들은 현지 시장에 특화된 제품을 내놓는 현지화에 공을 들인다. 중국 기업의 글로벌 전략은 현지화라는 기본에는 변함이 없지만 한국, 일본에 비해 훨씬 대담한 것이 특징이다.
3장에서는 주주 중심적인 서구권 기업에 비해 이해당사자가 다양하게 분포된 아시아 기업들의 환경적 특성을 분석한다. 아시아 기업의 최대 이해관계자는 제일 먼저 고객이자 직원, 산하의 협력기업, 그리고 지역사회, 정부 등이다.
마지막으로 '모방에서 혁신'이란 주제로 삼성전자를 조명한다.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취해온 삼성의 성공기 중에서 반도체 사업을 부각시킨다. 마지막으로 아시아 기업들의 인재 채용 및 관리 전략 등을 살펴본 뒤 책은 끝을 맺는다.
■책 속 밑줄 긋기
"자신의 사업이 넘버 원 혹은 넘버 투라고 말할 수 있도록, 일부러 업계를 협소하게 정의하고 있는 사업부문의 책임자가 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유망 사업에서 수익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뻔히 보면서 놓치고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것을 기업 사명의 첫 번째로 내세운다고 해도 위화감이 없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다양한 지식을 쌓아두고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본래 회사는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때문에 사회 인프라 비즈니스에서는 그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다양한 지식을 갖춘 이해관계자의 힘을 결집하는 일이 불가결하다."
"시장은 파는 곳이 아니라 사는 곳이다. 겉에서 보면 기업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안에서 보면 고객의 의견, 상품에 대한 개선 제안,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사는 것이다."
■별점 ★★☆☆☆
■연관 책 추천
결단력의 구조, 노엘 시티(다이아몬드사, 2009년)
황민규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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